유재석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모두 알겠지만, 중국 이커머스의 거두는 알리바바입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고객간 거래(C2C) 이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淘宝)는 지난 2003년 설립된 이후 2년 만에 이베이 천하였던 중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집어삼킵니다. 2008년에는 기업고객간 거래(B2C) 플랫폼인 티몰(天猫)을 세우고 글로벌 제품들을 한곳으로 모으기에 이르죠.
JD.com을 서비스하는 징동이 이에 대항해 등장합니다. 전체 판매 제품의 80%를 직접 엄선해 배송까지 책임지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며, 최근엔 티몰을 뛰어넘고 타오바오를 위협한단 이야기도 들려오죠.
여기까지가 우리가 잘 아는 중국 이커머스 대결 구도입니다. 하지만 과거형이죠. 중국의 이커머스 생태계는 또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내용 기반 이커머스를 간략히 정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용 기반 이커머스(内容电商): 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제품을 녹여 판매로 연결짓는 형태의 이커머스. 왕홍의 생방송이나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KOL)의 콘텐츠로 물건을 파는 행위를 통칭한다.
내용 기반 이커머스는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형태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전통 이커머스 체계를 위협할 정도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모바일 기반/생방송/소셜 미디어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기존 이커머스의 판도를 알리바바가 쥐고 있었다면, 내용 기반의 이커머스는 위챗이 주도합니다. 8억 명이 사용하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시징/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이커머스 기능이 붙으면서 말이죠.
물론, 위챗 기반의 이커머스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팔로어 당 광고비 효율성, 공공계정 오픈률 하락, 내용 복제 등의 문제를 지적하죠. 하지만 막강 플랫폼이란 점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알리바바와 징동이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닙니다. 타오바오는 2009년 후난위성TV와 합작해 ‘콰이러타오바오’란 회사를 세워 영상 기반의 제품 판매 채널을 구축했으며, 티몰은 2012년 영상을 통한 제품 판매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2014년엔 알리바바가 요우쿠투도우를 인수했죠. 징동 역시 2012년 러에코와 합작으로 영상 기반의 이커머스 서비스를 시도했습니다.
이들이 라이브에 쉽게 안착한 배경이기도 하죠. 타오바오, 티몰, 징동은 2016년부터 메인 페이지에 라이브 방송과 제품 구매를 연결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매일 다양한 내용이 방영되고 있는데요. 타오바오 기준 1000곳의 상점이 라이브를 하고 있으며, 일일 500종류의 방송이 진행됩니다.
이에 더해 뉴미디어 플랫폼도 구축합니다. 지난 번 ‘알리바바 위협하는 징동의 5가지 전략’이란 글에서 언급했듯, 알리바바는 일종의 뉴미디어 플랫폼인 ‘UC토우티아오’를 구축했고, 콘텐츠 제작자 3만명을 모집합니다. 징동은 중국 최대 뉴미디어 플랫폼인 찐르토우티아오(DAU 4000만)와 전략적 협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UC토우티아오와 유사한 ‘징동하오(京东号)’도 출시했습니다.
#모구지에, 메이리슈어, 샤오홍슈…기존 이커머스를 위협하다
이러한 흐름에 올라탄 신규 도전자들도 있었는데요. 모구지에, 메이리슈어, 샤오홍슈입니다. 모구지에는 왕홍 기반의 쇼핑 정보 공유 커뮤니티이며, 메이리슈어는 1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중국 최대 뷰티 쇼핑몰로 작년에 모구지에에 인수됐죠. 그리고 샤오홍슈는 고객의 리뷰 정보를 전자상거래에 활용하는 플랫폼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기반의 전자상거래가 유행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잘 써진 컨텐츠는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유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도록 내 팬을 만들 수 있다.
둘째, 팬을 모으게 되면 장기적으로 물건을 하나 광고하는 데 있어 광고비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셋째,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SNS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상품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바이두바이지아의 ‘이커머스의 다음 혁명, 내용 기반 이커머스의 유행’ 칼럼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이커머스가 이미지 기반 소셜미디어(iSNS)와 함께 이용자들을 끌어당기며 시장에 안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자, 중국에서도 NICE, LOFTER, DIANDIAN 같은 유사 서비스들이 등장했는데요.
사진을 통해 리뷰를 공유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자 여기에 곧바로 이커머스가 붙게 된다는 겁니다.
내용 기반 이커머스 서비스들은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중국 테크미디어 핑웨스트의 2014년 보도에 따르면 타오바오 플랫폼에 유입되는 이용자의 10%가 모구지에와 메이리슈어를 통해 유입됐습니다.
당시 타오바오는 모구지에와 메이리슈어에 대항해 세 가지 제재를 가합니다.
첫째, 메이리슈어&모구지에를 통한 타오바오 유입을 금지
둘째, 알리바바 판 제품 리뷰 플랫폼인 ’아이타오바오(爱淘宝)’ 서비스
셋째, 메이리슈어&모구지에를 통해 타오바오에 접속할 경우 알리페이 사용 불가
타오바오에서 쫓겨난(?) 모구지에와 메이리슈어는 자체적인 C2C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에 더해 위챗의 이커머스 카테고리인 웨이디엔에 입점도 했죠. 아이러닉하게도 알리바바 플랫폼에 기생했던 형태의 서비스들이 플랫폼화 되면서 본격적인 내용 기반 이커머스 시대가 열린 것이죠.
#또 다른 이유?…중국 커뮤니티 문화
혹자는 중국인들의 강력한 인터넷 내 커뮤니티 결합력을 근거로 들기도 합니다. 션머즈더마이(SMZDM)와 같은 리뷰 커뮤니티 기반의 역직구 플랫폼이 5000만명에 육박하는 일일 순 방문자(UV)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렇듯 중국 이커머스는 제품에서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좋은 물건을 트래픽이 많은 곳에 올리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모바일 생방송이나 인플루언서의 강력한 리뷰 콘텐츠가 제품의 구매로 직결되는 단계로 가고 있는 셈이죠.
트래픽이 많은 곳에 제품을 배치하는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승산을 거두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제품의 기획부터 스토리까지를 담은 콘텐츠와 제품 판매의 결합이 점점 끈끈해지고 있는 것이 최근 중국 이커머스의 트렌드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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