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연말이면 이듬해 트렌드를 정리한 도서가 출판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사회, 모바일, 디자인, 라이프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트렌드는 특정 시대의 상황이나 연령, 계층을 대변하는 요소로 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늘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특히 마케터는 트렌드에 더욱 민감한 편인데, 대중과 소통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트렌드는 다양한 환경에 따라 매우 가변적으로 변화하는데, 기술의 발전은 그 요소 중에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PC, 스마트폰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우리의 생활을 180도 변화시켰고, 새로운 트렌드를 탄생시키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마케터라면 시장환경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1월 페이스북에서는 김형택 마켓캐스트 컨설팅그룹 대표가 발표한 ‘2017 마케팅 트렌드 분석과 전망’이 회자됐는데, 보고서에는 마케팅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응전략으로 10가지 키워드을 제시하고 있다.
http://www.slideshare.net/marketcast/2017-marketing-trend-71044435
김형택 대표는 1997년 대학생 때 인터넷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홈페이지를 제작해주는 개인사업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인터넷 마케팅 컨설팅업체인 코리아인터넷마케팅센터 운영했고, 국내 인터넷 마케팅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 인터넷 마케팅 모임인 ‘인터넷 마케팅 포럼(IMF)’을 창립하는 등 국내 인터넷 마케팅 초창기를 함께 했다. 이후 마이다스동아일보, KT하이텔 등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마켓캐스트 대표이자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로서 컨설턴트, 강연, 자문위원 활동을 하고 있다. 김형택 대표(사진)를 만나 인터넷마케팅 초창기 시절부터 모바일로 변화된 지금까지 그가 경험한 대한민국 마케팅 시장의 모습과 앞으로 전망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1993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김대중 정부의 공격적인 초고속 인터넷망 투자로 1990년 대 후반 PC와 인터넷 보급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고, 인터넷 비즈니스가 자리잡기 시작한 2000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마케팅의 헤게모니가 변화했다고 회고했다.
“초기 디지털 마케팅은 ‘인터넷’이라는 서비스 자체가 마케팅 기회였습니다. 이메일 등을 만드는 것이 마케팅적 역할이였죠. 즉, 인터넷과 서비스를 이해하는 사람이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우위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전략에서는 배제된 독자적인 영역이었습니다. 2000년 대 이후 인터넷 비즈니스가 체계를 갖추자 기존 오프라인영역에서 마케팅을 경험한 인력들이 디지털 마케팅 영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고, 전체적인 마케팅 전략에서 온오프라인이 엮이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온라인은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았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온라인과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생활환경이 변화했듯이 마케팅 트렌드도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1980년~1990년대는 DB(Data Base)와 세분화(Segmentation)가 키워드였고, 2000년에는 감성 마케팅이 유행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공감이 마케팅의 주요 키워드였죠. 최근에는 공감을 넘어 매순간 고객과 연결되는 커넥티드 마케팅(Connected Marketing)이 추세입니다. 실시간으로 고객을 분석하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메세지를 전달하는 시대죠.”
마케팅 트렌드가 변화할 때마다 마케터들은 새로운 환경의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툴 사용법을 익히는데 주력하곤 한다. 소셜미디어가 가장 단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페이스북이 급속하게 성장함에 따라서 마케터들은 적합한 콘텐츠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페이스북 마케팅은 마케터들 사이에서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트렌드를 쫓기보다 전략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회사마다 브랜드(또는 상품) 대한 전략이 있습니다. 마케팅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하위 요소입니다. 즉, 전략과 마케팅은 일맥상통해야 합니다. 간혹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을 분리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메일, 소셜미디어 모두 마케팅의 일환입니다. 전략과 목적을 벗어난 마케팅은 무용지물이 될 뿐입니다.”
디지털 마케팅의 강점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기발한 캠페인을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독창적인 사례를 보며 감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편으로는 ‘국내 기업에서는 왜 저런 시도를 하지 않을까?’하고 의구심이 든다. 이에 김 대표는 단기성과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국내 기업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좁은 시각으로 주어진 목표만 바라보다 보니,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것은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죠. 또한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확인을 받기까지 많은 자원과 시간이 투여되는 국내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도 존재합니다.”
국내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성공사례에 의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미 시장에서 증명된 사례를 이용하면 내부 의사결정을 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터에게 성공사례는 매력적이겠지만, 단순히 성공사례에 의존하지 말고, 치밀한 분석과 실행으로 마케팅 전략의 내재화 중요하다.
“간혹 보여주기 식으로 성공사례를 자사 마케팅에 대입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무모한 시도입니다. 회사마다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성공사례는 비용, 운영, 조직, 타이밍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분석해야합니다. 다양한 요소 중에서 우리회사에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마케팅 전략을 재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분석에서 머물지말고, 파일럿 형태로 실행해보고 자사만의 사례를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디지털 시대 정보가 방대해지고, 대중들의 콘텐츠 유통통로가 다양해지면서 트렌드의 변화주기는 더욱 빨라졌다. 이 때문에 마케터 입장에서는 트렌드를 쫓을 지, 현 상황에 안주할 지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 마케터로써 기본기, 분석능력, 실행 등 3가지 능력에 집중하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시대가 변화하더라도 기본기만 잘 갖추고 있으면 그 위에 현상을 맞출 수 있죠. 자기 중심없이 트렌드를 학습하면 쉽사리 중심을 잃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분석능력이 중요합니다. 분석이 있어야 전략이 나오죠. 단편적인 분석보다 거시부터 미시, 마이크로까지 종합적인 관점에서 현 상황을 분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실행이 없다면 모든 과정은 신기루에 불과과합니다. 작지만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고 분석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반복되야 하죠.”
지금도 다양한 마케팅 상품 및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보다 객관적으로 타깃을 선별하고, 캠페인을 집행하며 성과를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을 어려워하고 마케팅 외 독자적인 영역으로 생각하는 마케터들이 많다. 국내 시장의 한계나, 효과적인 사례의 부족을 그 이유로 꼬집을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 명확한 것은 앞으로 기술은 더욱 고도화 되면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큰 시류가 될 것이란 점이다. 대한민국 디지털 마케팅 시장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헤게모니가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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