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는 연구를 했느냐가 성공한 마케팅을 만든다.”
16년차 마케터인 조명광 Cl&Co. 대표가 한 말이다. 조명광 대표는 신세계 마케팅 부서를 시작으로 삼성카드에서 프리미엄 마케팅과 브랜딩 업무를 맡다 프리랜서 마케터로 성장하고자 조직을 나왔다. 1년동안 100여편의 마케팅과 조직생활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공유하고 강의도 하면서 마케터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마케터‘라는 글은 많은 마케터들의 공감을 샀다. 그를 만나 16년동안 마케팅을 하며 목격한 트렌드와, 4차 산업혁명시기가 왜 마케터에게 위기의 시대인지,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 마케터들이 갖춰야할 역량은 무엇인지 물었다.
마케팅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먼저 그가 생각하는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고객 데이터 관리부터 광고, PR, 브랜딩까지 마케팅이 포함하고 있는 분야는 모호하다.
“저는 마켓팅(Marketing)을 말 그대로 ‘Market+ing’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마켓, 즉 시장에서 현재 일어나는 모든 활동이 마케팅인 셈입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어떤 활동으로라도 참여를 하고 있다면 마케터가 되는 거죠. 마케팅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활동 중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다르게 방점을 찍어 강조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케팅은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는 일련의 활동을 포함하기에 경영과 동일하게 볼 수도 있고, 그렇기에 모든 직장인들은 마케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케팅의 역량은 누구나 갖춰야한다는게 조명광 대표가 하려는 말의 골자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케팅은 역동적인 시장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활동이기에 마케팅 또한 끊임없이 변한다. 그 변화에 따라 트렌드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다.
“저는 매스마케팅이 주였던 시대부터 데이터 중심 마케팅의 도래까지 목격했습니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해 데이터 베이스드 마케팅이 나왔죠. 그것이 타겟 마케팅의 시초가 되었고, 그 이후 CRM(Custormer Relationship Management)으로 정교화되었습니다. 이어 SNS가 발전하면서 개인화 마케팅, 마케팅 자동화가 나왔습니다. 저는 X세대로 태어나 아래한글로 컴퓨터를 시작했고, 아이폰 혁명을 거치면서 IT가 세상과 사람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목격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마케팅 변화는 기술에 의해 주도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기업이 불특정다수에게 광고하는 매스마케팅부터 1:1 개인화 마케팅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마케팅의 큰 족적을 살폈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2017년 트렌드라는 키워드로 책을 검색해보면 대략 20여종이더라구요. 책으로 나오지 않은 리포트까지 포함하면 더 많겠죠. 그 자료들의 대부분은 인터넷, 책, 신문방송의 기사 등과 같은 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한 거였어요. 하지만 마케터들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선 그런 식의 정리가 아니라 트렌드가 ‘왜’ 생기는 지 근원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봐야하죠. 트렌드 속도가 중요하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SPA브랜드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SPA 브랜드는 매일 바뀌는 유행을 적용하죠. 사람들은 그 속도에 지치기 시작했어요. 유행과 공급자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오는 것이 공유경제입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이제 연결성, 무형적 가치도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어요.”
“또 POPCORN이란 단어로 트렌드 전반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팝콘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어디로 튈 지 모르죠. 마케팅 트렌드도 마찬가지에요. 또 팝콘을 풀어쓰면 P(personalization), O(O2O or O4O), P(platform), C(contents mix), O(openness), R(reality), N(network)이 됩니다. 요약하면, 앞으로 마케팅은 개인화, 오프라인/온라인 경계의 소멸, 공급자와 소비자를 모으는 플랫폼 비지니스, IT회사가 자동차 회사가 되는 콘텐츠의 믹스, 정보의 투명한 공개, 진정성과 현실성있는 콘텐츠, SNS의 발전에 맞춘 네트워크 생성이라는 트렌드가 이어질 것 같네요.”
조명광 대표의 말에 따르면 마케팅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으면서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시장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 것이 마케팅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위기의 마케터란 말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케팅의 변화가 기술의 발전에 의해 주도됐다고 했죠. 이 기술 발전으로 인해 나타난 인공지능으로 5년 뒤에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챗봇으로 인해 텔레마케터들의 일자리가 가장 먼저 사라질 거라고 예상됩니다. 또한 상품/서비스를 기획, 조사, 정보를 찾는 일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 의해 진행될 것입니다. 상품 분석과 피드백도 데이터가 하는 시대가 되겠죠. 결국 기술 발전으로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업이 사라질텐데, 이걸 해석해보면 중계역할을 하는 셈인 마케터들이 사라질 거라고 예측되죠. 먼 미래의 마케터가 최후에, 최소로 하게 될 일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만 남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위기의 마케터라는 말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조명광 대표의 말에 따르면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마케팅이 대중화되고 있어도 마케터들은 데이터가 아닌 사람을 먼저 헤아리는 아날로그적 마케팅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뜻같다.
“마케팅 실무나 기술은 비교적 빨리 습득 가능합니다. 정작 중요한 건 소양과 태도입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숫자로 결과를 말하죠. 마케팅에서도 숫자는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마케팅에서는 효율이란 개념을 잡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마케팅 시대로 오면서 마케터들에겐 도달률, 뷰수가 중요해 보이고 그 숫자를 통해 광고 비용을 선정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숫자를 통해 고객 행동을 추적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임의적 추정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시점에서 최종 결정이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서 관련 정보를 보고 생긴 흥미로 광고를 클릭해서 선택적 행동을 하게 된 건지, 광고 클릭하고 일주일 뒤 구매의사가 생겼다던지…그런 루트를 다 추적하기는 어려워요. 앞으로 더 다양한 채널이 나오면, 효과를 입증하기는 더 어렵겠죠. 그래서 직관력을 키우고 사람들의 심리를 뚫을 수 있어야해요. 결국 데이터 분석에 인사이트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필요하니까요.”
조명광 대표의 말을 따르면 요즘 성행하는 ’15분만에 마케팅 핵심파악하기’와 ‘1달만에 마케팅 실무 완성하기’와 같은 프로그램으로는 진정한 마케터가 될 수 없다. 마케터는 흔한 직업이지만 동시에 제일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다. 사람의 내면을 보는 눈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흔든 스티브 잡스나 마윈은 기술만 공부한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동양사상, 캘리그라피,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마윈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어요. 마케터들도 똑같아요.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야합니다. 지금까지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타이틀을 거머쥔 상품이나 서비스를 분석해보면 결국 소비자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는 연구를 했는지가 성공의 기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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