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재작년 한 기관에서 온라인 시장에 관한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온 적이 있다. 오늘의 글은 실무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블로그에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중국 온라인관련 강의라는 주제를 듣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알고싶어할까?
순수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뉴스나 인터넷에 나오는 그런 희망고문적인 이야기들을 궁금해하지는 않을 것 같고, 중국창업과 중국진출에 대한 실무적인 것을 궁금해 할 것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강의 컨셉은 ‘국경없는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돈벌기’ 로 잡았다.
1. 중국 소비자 습관 이해하기
중국과 한국의 온라인 소비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가를 막론하고 전세계 온라인 소비자의 소비형태는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기왕 같은 제품이면 싼 가격에 구입하길 원하고, 구매하려는 제품을 미리 구매해본 사람들의 리뷰/평가를 살펴보고, 믿을만한 상점에서 구매하고…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은 기타 국가들과 다른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들은 중국이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회주의 체제라는 정치적 특이성과 역사, 지리적인 환경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비자들의 특이성은 온라인상으로 똑같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더욱 이해가 빠를듯하다.
(사례1)
(1) 한국에서 도서와 전자책 E-BOOK(이하 전자책) 중 더 많이 판매되고 이용되는 것은 무엇일까?
(2) 그렇다면 중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3) 왜 한국과 중국의 상황은 다를까?
중국은 자본주의로 시장경제가 돌아가고 있지만,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것일뿐 엄연히 사회주의 체제에 바탕 위에 돌아가고 있는 시장경제이다. 바탕이 사회주의 체제이다보니 중국 인민의 사상을 변화시키는 언론/매체에 대한 규제는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중국에서 책을 시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중국 출판총국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출판총국은 정부기관이기에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있어 출판(발간)이 쉽지가 않다.
반면 인터넷에서 작가가 자신의 글을 게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글이 아니라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인터넷 소설로 발간하는 경우가 매우 많고, 많은 중국 소비자들은 서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인터넷소설 사이트에서 서적을 보곤한다. (2014년 초, 갑작스럽게 중국 정부가 인터넷소설 사이트도 관리/감독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하고 단속을 벌이기 시작했다.)
(사례2)
(1) 쇼핑몰에서 구매한 제품이 1주일만에 배송됐다면 한국소비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2) 중국 소비자들은 배송기간에 민감하지가 않다.
(3) 중국 소비자들은 교환 및 환불률이 매우 낮다.
루나아빠가 한국 수제화 구두를 타오바오에서 팔았을 때 많이 놀란적이 있었다. 수제화는 주문이 들어오고 제작기간 2주가 걸리기에 중국까지 배송하는데 약 3주의 시간의 소요되는데, 시진핑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구두가 관세대상품목으로 변경되어 배송에 2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당황한 나는 구매자에게 3일에 한번씩 상황을 알려주었는데, 구매자들은 하나같이 어차피 나중에 받을 수 있으면 되니까 굳이 연락해서 상황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륙인들의 ‘慢慢的(만만디, 여유)’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과거 중국은 넓은 대륙 면적만큼 배송은 오래 걸릴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현재는 중국 최남단 광저우에서 2천킬로미터 떨어진 베이징까지 3일내로 배송되는 시대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택배배송 지연에 너그럽다. ‘중국에서 배송이 오래걸린다’라는 습관적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은 비교적 소비자보호 관련법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어 소비자들은 제품을 받은 후 마음에 들지않으면 쉽게 교환이나 환불을 한다. 중국에서는 소비자보호법이 형식적으로 존재할뿐,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못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를 할 때 교환 및 환불에 대한 기대가 매우 낮으며, 실제로도 구매후 교환/환불률은 지극히 낮다.
(사례3)
(1) 사고싶은 아이템이 생겼다!
(2) 검색엔진에 아이템을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타오바오 사이트로 들어가서 아이템을 검색한다.
(3) 가장 많이 판매된 상점에서 설명을 읽어보고, 구매자들의 평가를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아이템을 구매할 때 검샘엔진을 통해 카페나 블로그에서 아이템 정보를 얻거나 리뷰를 보고 구매결정을 한 후, 쇼핑몰 사이트로 들어가 제품을 구매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바이두가 아닌 타오바오로 들어가 제품정보나 리뷰를 검색한다.
“왜 그럴까?”
바이두는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있는 중국 최고의 검색엔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블로그(百度空间)가 활성화되어있지 않다. 카페와 유사한 티에바(贴吧)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커뮤니티를 갖출 수 없어 법망을 피해 덧글형태의 커뮤니티로 구성되어 있어, 정보검색의 한계가 있다. 또한 바이두 검색은 학문/뉴스 검색에 최적화 되어있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데 상당히 불편하기에 소비자들은 아이템 설명과 리뷰를 한번에 챙겨볼 수 있는 타오바오를 선택하게 된다. 이번 예시로 바이두 검색광고의 광고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이 갈듯하다.
그럼 중국 소비자들은 타오바오에서만 제품을 구매할까?
중국 온라인쇼핑몰의 대명사인 타오바오는 B2C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하며, C2C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다. (2위 경동상청, 3위 파이파이왕, 2015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온라인쇼핑몰 셀러들에게는 타오바오 상점 개설이 필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셀러(B2C)와 개인셀러(C2C)가 한 플랫폼 위에 공존하다보니 정품과 이미테이션 제품이 혼재되어 있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다. (2014년 공상총국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타오바오의 정품 판매율은 37.25%로 밝혀졌다.)
중국인들은 타오바오의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생각으로 제품을 구매할까?
타오바오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소비자들은 셀러에게 “정품맞죠?”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과 이미테이션 구매 위험성의 갈림길에서 전자를 선택하고 구매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미 소비자 스스로가 정품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때문에 환불에 대한 인식도 떨어진다.
알리바바 그룹은 타오바오의 이런 취약점을 알고 까다로운 인증을 통과한 기업들만 가입할 수 있는 전문 B2C쇼핑몰 티몰을 2012년 오픈했다. 타오바오에서 아이템을 검색하더라도 믿고살 수 있는 정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속에 타오바오 상점이건 티몰이건 이미테이션이 존재한다는 의심을 떨쳐내기는 어렵다. 타오바오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알리바바의 남은 숙제이기도 하다.
타오바오가 독점하고있는 중국 온라인쇼핑몰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정품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게 됐고, 그 틈을 경동상청(京东商城. www.jd.com)이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왔다. 경동상청은 아이템 생산기업/유통사가 경동상청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후 전국적으로 분포되어있는 경동상청 창고에 재고를 입고해 당일배송 전략으로 판매하는 단독쇼핑몰이다.
경동상청은 초기 전자제품을 메인품목으로 설정하여 중국인에게 ‘전자제품을 살땐 경동상청’이라는 키워드를 인식시켰다. 전자제품 전문쇼핑몰로 시작한 경동상청은 현재 전자제품뿐만아니라 모든 상품군을 판매하는 종합쇼핑몰로 업그레이드됐고, 중국 소비자들은 ‘타오바오에서 검색하고 경동상청에서 구매한다’는 말도 나오고있다. 하지만 셀러들의 입장에서 판매수수료가 없는 타오바오와 높은 수수료를 내야하는 경동상청(23%정도), 까다로운 제휴절차, 기업자격부족등의 이유로 유명브랜드가 아닌이상 경동상청에서 세일즈를 할 수 없어, 제품의 다양성에 있어서 타오바오를 이기기는 힘들고 소비자들도 유명브랜드 제품이 아닌이상 타오바오를 찾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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