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조심해야 할 중국 회사들의 입버릇 세 가지가 있다.

‘没’라는 부정형 글자가 들어가는 ‘메이원티’, ‘메이꽌시’, ‘메이반파’이다. 중국 회사와 함께 제휴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또는 중국 회사를 통해 외주 생산을 하게 될 때, 일의 진행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국 회사로부터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문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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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没问题,méiwèntí,메이원티)’는 ‘No Problem’ 즉, 문제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중국 회사들과 일하다 보면 한국 회사들이 제안하는 내용에 대해 중국 회사들은 ‘메이원티’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막상 일을 진행해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장애물에 부딪혀 난관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 필자는 캐릭터 스피커를 생산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담당 중국 업체에 문의했다. 중국 회사는 연신 ‘문제없다, 가능하다’라는 답변만하며 필자의 질문에 대해 오히려 귀찮아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샘플이 완성되고 나서 중국 회사가 문제없다고 했던 부품에서 큰 결함이 발견되었고, 그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중국 회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답변을 해왔다. ‘메이관시'(괜찮아요)

“괜찮아요, 별 차이 안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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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没关系,差不多(méi guān xi, chà bu duō, 메이관시, 차부두어)’는 ‘괜찮아요. 별 차이 안 나는데요 뭘’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 바로 이 ‘별 차이 없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오죽하면 대충대충 아저씨라는 이야기가 책이나 노래로 나왔을까? 기능상의 큰 문제만 없으면 굳이 작은 결함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며 나 몰라라 하는 중국 회사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중국 회사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생각하고 있는 기준이 달라 중국 회사는 우리가 문제 삼은 것을 대수롭게 않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 회사와 중국 회사의 기준 차이는 일이 시작되기 전에 명확히 하지 않고 넘어가면 반드시 발생하는 문제이다. 품질에 대한 기준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중국 회사가 역량이 되는 회사인지 실사 조사를 직접 나가 기술력과 기 생산 결과물들을 검토해봐야 하며, 또한 계약 내용에 제품 외관의 실사 디자인과 성능 테스트 목록 등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기 마련이고 중국인들은 말한다. ‘메이반파'(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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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没办法(méibànfǎ, 메이반파)’는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라는 뜻이다. 난처한 상황에 빠진 중국 회사의 최후 필살기가 아닐까 싶다. 중국회사에서 이 말을 하는 단계까지 왔다면, 상황은 이미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빨리 인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회사가 노발대발하며 중국 회사에 항의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럴 때는 오히려 당황하지 말고 다음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도록 조건을 협상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필자가 베이징에 있는 한국 회사의 오더를 받아 증정용 PET 물병을 생산한 적이 있다. 절강성 소재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베이징의 창고까지 배송해주는 프로젝트였다. 제품생산이 완료되어 물류회사를 우리 쪽에서 안배할 것인지, 아니면 공장에서 이용하는 물류회사를 안배할 것인지에 대한 문의에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까 봐 공장에서 이용하던 물류회사를 이용해달라고 했다.

며칠 후 제품이 베이징 창고에 입고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제품을 검수하러 창고로 갔다. 제품을 검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품들이 뜨거운 물에 형체가 변형되었고, 이 상황을 공장에 알렸지만, 공장의 대응방법 은 매우 단순했다.

“어쩔 수 없어요. 당신네 회사에서 이미 제품 수령 확인을 했잖아요. 다음에 또 주문하면 그때 더 생산해서 줄게요.”

수 많은 박스를 모두 열고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 회사는 제품 수령 확인에 싸인을 했다고 해 더 이상의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회사와 창고가 멀리 떨어져 있어 미처 제품을 확인하지 않고 창고 관리자가 수령 확인을 한 잘못도 있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국 회사가 나 몰라라 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창고 관리자에게 먼저 제품수령에 대한 주의를 주지 않은 것이 더 큰 화근이었다.

또한 제품불량에 대한 중국식 환불 방법은 이번 생산에서 불량 제품 수량만큼 다음 생산할 때 더 생산해 납품한다는 개념이다. 즉, 불량제품에 대한 협상은 가능하지만 반드시 2차 생산오더를 가져온다는 조건부가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까지도 장사의 수단으로 바꿔버리는 중국인들의 비즈니스 방법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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