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1.한국의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완벽히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수 있을까요?
감히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자리잡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얘기하기는 어렵고, 그 동안 한국 회사들을 지켜봐오면서 느낀 것들을 적으려고 한다. 한국에 본사를 두고 중국에 지사 개념으로 진출한 대부분 기업에서는 ‘직급 높은 사람’이 ‘중국시장에 대해 잘 하는 사람’보다 우선시된다. 즉, ‘전문성=회사에서의 직급’이라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업에 대해 잘 알면 다른 시장에서도 잘 할 거라는 논리라 어찌보면 설득력있지만, 아무 투수나 미국에 간다고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선두지휘로 진출한 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예로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브랜딩으로 자리 잡은 걸 목격하고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의 카페들을 들 수 있다. 사실 스타벅스가 중국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비단 중국의 커피시장이 열렸기 때문은 아닌데, 충분한 고민없이 진출하고 있다. 그것이 한국의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완벽히 자리 잡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는, 많은 한국인들이 겉으로만 중국인과 중국시장에 대해 존중하는 ‘척’을 한다. 어떤 전문가라도 현지사람보다 더 그들의 문화와 사상을 이해할 수 없기에 중국인 헤드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인 리더를 ‘모시지’ 못하는 기업문화가 알게 모르게 존재하고 있다.
세번째로, 중국은 자본주의 기회시장이고, 현재 회사보다 더 높은 비전을 제시한다면 옮기는 것이 시장논리다. 하지만 한국은 그걸 ‘배신’이라고 부르고 높은 직급에 앉혀 놔봐야 언제든 떠날 사람들이라고 치부하며, 인건비가 저렴한 사람들로 팀을 구성한다. 거기서 악순환이 시작된다. 능력과 인식의 부족으로 인재를 발견하거나 잡아두지 못하는 회사가 발전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큰 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잘 뛰고 있는 중국회사를 돈으로 사들이면 되니 그나마 사정이 괜찮지만, 문제는 그만큼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하지만 그들의 문화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중견&중소기업들이다.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하는 상황.
2.중국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자주 바꾸는 양상이 무엇인가요? 그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되었나요??
중국을 가만히 보면 마치 운동장 같다. 공산당이라는 땅주인이 중국이라는 큰 운동장을 만들어 놓고 중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와서 뛸 수 있도록 자리는 마련해주는데, 중국인들이 잘하는 종목은 외국인들에게 개방해주고, 중국인들이 잘 못하는 건 쉽게 못 들어오게 만든다. 대신 들어오려면 중국인 선수와 함께 출전해야하는 식이다. 이러한 규칙을 만들어 놓은 걸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외국인이 혼자 출전할 수 있는 산업과, 외국인이 중국인과 함께 출전할 수 있는 산업, 외국인은 출전할 수 없는 산업들이 분류되어 있다.
“만약 너라면 어떤 기준으로 참가 자격을 나눌래?”
중국이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 참가 자격의 분류 방법이다. 중국이 잘하는 종목은 외국인이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다. 탁구경기 같이 외국인이 백날 출전해봐야 결국 중국인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종목은 완전히 개방하는 식이다. 그런데 중국인이 잘하는지 외국인이 잘하는지 애매한 종목은 외국인은 정장차림으로 시합에 임하게 하는 등 조금 불리하게 제한을 두거나, 중국인과 함께 팀을 이뤄서 출전하라는 식이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운동장의 잔디나 운동기구와 같은 기반 산업은 외국인이 아예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런 기반산업을 외국인에게 개방하게 되면 중국인들이 ‘외국물건이 엄청 좋네~’라고 사상적인 개화가 되버리거나, 외국인이 사용료를 받아가게 되면 결국 중국이 돈 버는게 아니라 외국인이 돈 버는 꼴이 되버리는데 그걸 막기 위해서다.
또한, 중국에 ICP(Internet contents provider)라는 자격증이 있다. 인터넷 사업하려면 자격증을 획득해서 하라는 정책의 일환이다. 전에는 중국의 인터넷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이 자격증을 외국기업이 직접 획득하지 못했다. 중국인이 잘 못하는 분야인데 외국 선수들이 출전하면 외국에서 다 휩쓸어버릴 거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인터넷 사업을 할 때는 외국 기업이 직접 못 들어오고 중국 기업과 한 팀이 되서 손잡고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크니까 외국 기업은 그렇게라도 중국 시장에 들어와야만 했었다. 그 덕에 외국기업과 중국이 손 잡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중국 기업들이 더 잘 하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제 어차피 중국선수가 잘 하는데 굳이 시장을 폐쇄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 작년 중국 정부는 외국기업에 대해 ICP를 개방했다. 어차피 중국이 뛰어날 거고, 그래도 외국기업이 들어온다면 세금이나 일자리 창출 등 중국 입장에서 나쁠건 없으니까 말이다.
중국 정책이 바뀌면 어떤 업태들은 희비가 교차하게 된다. 특히 이번 사드 배치로 인해 많은 한국기업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의 생태계는 정부기관에서 정작 ‘하라! 하지말라!’ 지시하지 않는다. 그냥 “나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는데~”하고 정부가 입장만 표명하면 아래 지방정부나 중국 기업들이 알아서 ‘몸조심 해야겠다!’ 생각하고 눈치껏 행동하는 것일 뿐이다.
사드사태가 터지고 나서 최근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방송 출연 정지라는 식의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나오는 방송은 하지마라!”라고 한 적은 없다. 방송국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이 괜히 분위기도 안 좋은데 리스크를 안고 감히 시도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한국기업이나 정부에서 “치사하게 이런 걸로 보복하나요?”라고 백날 말해봐야 “글쎄? 나는 그런걸 시킨적이 없는데?”라는 답변만 돌아오게 된다.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갈팡질팡하는 건, 해외기업들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들도 매 마찬가지다.
작년부터 중국에서 해외직구가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중국정부는 좋은 일을 하나 하게 된다. “중국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해외직구를 지지합니다! 세금 없이 해외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이 한마디에 너도나도 모두 해외직구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정부는 조건을 달았다. ‘해외직구를 하려면 한국의 세관에 해당하는 해관과 결제데이터를 연결해야 된다!’. 결국 해외직구를 하려면 플랫폼은 어쩔 수 없이 다 연동해야했고, 플랫폼들을 모두 해관의 시스템과 연결하자 중국정부는 깜짝 발표를 한다.
“해외직구 제품들도 관세랑 세금을 내는게 옳지 않겠어?”
중국 기업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관세랑 세금을 내면서 운영을 해야했다. 왜냐면 미리 해관과 플랫폼의 결제데이터를 연결해놨기 때문에 달리 피해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략을 좋아하는 중국은 수시로 정책을 바꿔가면서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 우리는 정책이 바뀌면 사람들이 모여서 어디 찾아가 피켓들거나 촛불키고 시위라도 하지만 중국은 털면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듯이 회사를 털어버려 그럴 수도 없다.
그냥 수긍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는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그래서 중국에는 ‘정부는 정책을 내고, 기업은 대책을 낸다’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