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황조은 스포카 PR매니저
이 글이 스타트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 그리고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글은 채용 마케팅에 대한 고민을 담으며, 다음 글에서는 채용 후 인턴십 과정에 대해 스포카의 경험을 빗대어 이야기 할 예정입니다.
누가 지원하고 누구를 뽑아야 할까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 중에서 기업은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특히 뽑지 말아야 할 사람, 뽑아야 할 사람을 구분하는 회사의 안목이 중요하고, 그들을 채용하기 위한 브랜딩이나 마케팅 노력은 꾸준히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크게 다음의 유형으로 나뉘죠. 스타트업이나 채용 직무에 관심 있거나, 향후 창업을 할 예정이거나, 우리 서비스나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 혹은 지인 추천이나 단순 취업 목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여름에 자료수집 차원에서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왜 스포카에 입사했나요?’라는 질문에 1) 지인 추천/소개(34.9%) 2) 해당 직무로의 취업 준비 3) 스타트업 혹은 제품에 대한 관심의 순서로 답변이 높았습니다.
신입이나 경력이나 채용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큰 기업과 다른 점은, 엄청난 인지도가 있는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일단 이력서가 들어오는 숫자부터 굉장히 적습니다. 애초에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다보니 그 안에서 우리에게 맞는 인재를 찾기는 더 힘들어 집니다. 마음에 드는 인재를 찾지 못하면 몇 개월 동안 공고를 내고 면접보기를 숱하게 반복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면접에 드는 내부인력 리소스도 상당히 투자를 해야 하죠. 그래도 스타트업 업계는 비교적 기업 간 네트워킹이 활발한 편이라 지인 추천을 통해 채용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해부터 매년, 스포카는 ‘Pycon(파이콘)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파이콘 컨퍼런스란 개발언어인 Python(파이썬)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의 대규모 행사입니다. 주로 홍보부스 진행과 행사 후원의 형태로 참여하는데요. 스포카 제품인 ‘도도 포인트’가 파이썬으로 개발됐을 뿐 아니라 행사 참여를 통해 실제 개발자 채용에 큰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이썬 언어를 사용하는 개발자’라는 명확한 타겟에게 채용 상담과 코드골프 게임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죠. 파이콘 컨퍼런스는 매년 스포카 개발자 채용에 있어서 중요한 채널이 됐습니다.
이번 하반기 채용과제는 영업팀 신입채용이었습니다. 매번 반기별로 하는 채용이지만, 기존 온라인 유료공고를 올리는 채용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온라인 채용공고의 장점은 인지도 높은 포탈을 통해 큰 리소스 투입 없이 채용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정적인 콘텐츠 안에서 우리의 메시지를 모두 보여주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했고, 이력서가 들어오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우리가 직접 인재를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오프라인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흔한 채용박람회 참여
우리가 원하는 타겟의 잠재 입사자를 한 자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채용 박람회입니다. 대략 2주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11월 동안 총 세 번의 채용박람회에 참여했습니다. HR팀, PR팀, 영업팀 등 인력이 채용 박람회 참여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 데는 다음과 같은 기대효과가 있었습니다.
- 잠재지원자에게 회사의 비전, 직무에 대한 이해를 깊게 전달할 수 있다. 향후 면접과 입사교육 때 서로의 이해 격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 행사에서 먼저 인재를 찾아 직접 리쿠르팅을 진행할 수 있다.
- 소비자이자 잠재 유저이기도 한 참여자들에게 장기적인 제품 홍보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유료공고와 비교하면 더 저렴하게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인력 리소스 투자가 가장 컸고, 눈에 보이는 예산 투자는 굿즈 제작이 90%였습니다.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채용박람회가 많습니다.)
대학시절 각종 채용박람회에 참여하던 때를 떠올려 보면, 구직에 절박한 취업 준비생만큼이나 구인을 원하는 기업들도 절박한 심정이었음을 새삼 깨달으며 준비했습니다. 특히 이번 기회를 통해 회사의 비전을 함께 이루기 위한 ‘핏(Fit)’이 꼭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일 자체에 깊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 내부 직원은 회사의 비전, 인재상, 직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가
-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 결국 우리가 원하는 인재가 이 곳에서 일하고 싶은 기대치를 가지게 할 수 있을까
보통 스타트업에서 시도하는 마케팅들은 첫 결과가 좋으면 선례가 되어 그 다음 진행이 수월하지만, 반대가 된다면 다음 진행이 힘들어 지겠죠. 우리에겐 이것저것 시도하며 효과를 따져 보는 돈과 시간이 충분치 않습니다. 그럴수록 동료들과 함께 오랜 고민을 하고 최선의 선택이 수반돼야 합니다. 결국 ‘이왕 회사 돈 들여서 뭐라도 할 거면 제대로, 제일 잘하자’라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행사를 통해 한 명이라도 좋은 인재를 채용하게 된다면 투자 대비 효과는 확실한 거니까요. 실제로 행사가 끝난 뒤 채용공고나 인사 담당자 메일을 통해 꽤나 많은 이력서가 유입됐습니다. 게다가 부스에서 전달한 회사 비전, 직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자기 소개서에 반영한 지원자가 월등히 많음을 보면서 진짜 효과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길고 긴 채용과정에서 고작 첫 단계인 이력서 모집을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과 큰 공수가 들었으니, 면접에서 좋은 인재를 뽑는 안목은 이제 또 다른 회사의 몫입니다.
이번에는 입사지원 숫자 말고도 예상치 못한 결과도 많았습니다. 부스를 방문하는 이들 모두에게 서비스 체험(태블릿에 전화번호를 입력해 적립하는 행위)을 진행했는데, 이를 행사장소였던 대학교 내부에서 보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있기도 했습니다. 또한 현장 지원군이었던 영업팀 직원들의 브랜딩 내재화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평소 참여하기 힘들었던 채용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회사의 비전에 더욱 공감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브랜딩 작업은 채용과 크게 직결됩니다
앞서 언급한 Pycon 컨퍼런스에서 스포카 부스를 방문하는 개발자들은 우리의 기술 블로그를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주로 다루는 스포카 개발 방식과 문화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 실제 입사로 연결될 가능성도 큽니다. 평소 회사에서 공유하는 비전과 업무문화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과연 내 비전과 업무성향에 부합하는지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인재가 입사했을 때 회사의 교육 과정도 한결 쉬워지고 결국은 회사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글은 인턴십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 드릴 예정입니다. 채용은 생각보다 더 힘들고, 결코 사업이 망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은 과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