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호 팀장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12월 6일, 아마존이 또 한번 큰 발표를 했습니다. 바로 계산원과 계산대가 없는 식료품점을 런칭한다는 것입니다.
No Lines, No Checkout
우선, 아마존이 발표한 ‘아마존 고(Amazon Go)’가 어떤 것인지 아래 동영상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아마존 고’ 앱을 실행시키고 이를 입구에 있는 바코드(정확히는 바코드도 QR코드도 아닌 새로운 형태로 보입니다.) 리더기에 인식시키고 매장에 들어섭니다. 아마존 계정을 인식하는 것이곘죠. 그리고 원하는 상품을 진열대에서 꺼내면 자동으로 인식됩니다. 그 상태에서 매장을 나가면 계산이 되는 것이죠. 이 매장은 시애틀에서 아마존 직원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한 뒤, 내년 초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 합니다.
이미 수 년전부터 RFID 태그나 비콘 등을 활용해 계산대 없는 매장이 추진됐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대중화에 성공했거나 시범 서비스를 넘어 상용화된 사례는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요.
그런데, 아마존이 갑자기 ‘아마존 고’를 공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아마존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더 나아가 소매업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아직 구체적인 아마존의 발표는 없는 듯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상상의 날개를 펼쳐볼까 합니다. (지금 생각나는 바를 두서없이 쓰고 있기에, 논리가 조금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더 자세히 보고서로 쓸 예정입니다.)
1.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옴니채널, 그리고 O2O…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Brick-and-Mortar.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고, 이를 위해 기업 구조와 상품 소싱, 고객관리, 배송 등 다양한 측면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모든 이들이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 오프라인의 온라인화를 더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서 아마존은 거꾸로 온라인 업체의 오프라인 진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서점을 개설했고, 식료품점을 곧 선보일 것이라는 기사도 있었지요. 이 기사에 나온 식료품점이 이번에 ‘아마존 고’가 적용된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식료품점을 계획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네요.
아무튼,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보다 상호 시너지를 발생시키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서점에서 책이 진열되는 방식이 온라인에서의 인기순위를 반영한 것이었죠. 그리고 상대적으로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이 약했던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은 아마존에게는 상품 배송을 위한 고객접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Amazon Locker’를 설치할 수도 있고요. 이미 국내에서는 편의점을 통해 택배를 받을 수 있지요. 비슷합니다.
2. Data! Data!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구매 데이터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매 데이터는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재 아마존 고 동영상을 보면 이용자가 진열대에서 상품을 꺼내는 순간 상품이 바로 인식되어 카트에 담기는 형태입니다. (기술적인 내용은 여기서는 스킵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기존의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자들이 무엇을 사는가’를 계산대의 바코드 인식을 통해 파악하고 재고 확충이나 인기상품 분석 등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아마존은 고객이 어떤 상품부터 사는가, 몇몇 상품만 사고 바로 나가는가, 아니면 여러 상품을 천천히 구매하는가, 어떤 물건은 집었다가 다시 진열대에 놓는가(구매를 포기하는) 등 상당히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보다 자세한 이용자 분석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그대로 온라인 커머스에도 활용 가능합니다. (한가지 궁금점.. 국내 대형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상품을 고르고 엉뚱한 진열대에 버리고 가는 경우, 아마존 고는 계산이 가능할까요?)
3. 유료멤버십 ‘프라임’ 가입 유도
지금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아마존 계정이 있어야 아마존 고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만일 프라임 비가입자가 매장에 들어설 경우, 프라임에 가입하면 추가 할인을 해 준다고 광고를 하는 것을 생각해봅시다. 바로 가입하겠죠.
프라임에 가입하면 온라인 커머스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고, 동영상이나 음악 등 다른 서비스 이용도 늘어날 것입니다. 아마존의 서비스에 최적화된 단말을 살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아마존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프라임’으로 엮여져 있습니다. 아직도 프라임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이 존재하기에 이들을 공략하는 새로운 방법 중 하나가 되는 것이죠.
4. ‘아마존 고’ 자체의 수익사업화
현재 공개된 내용으로 아마존은 내부 직원용 테스트를 거친 후 내년 초 일반인 대상의 식료품점을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아마존이 단순히 자체 브랜드의 상점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 고’ 자체를 편의점과 식료품점을 위한 토털 솔루션으로 마련하여 다른 슈퍼마켓 체인 등에 판매할 수도 있겠다 하는 것입니다.
(알리바바 제외) 온라인 커머스 영역에서 아마존은 매우 강력한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온라인이 전부가 아닙니다. 아니, 오프라인에서의 구매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소매점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아마존이 자체 식료품점을 공개한다고 해도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매우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아마존이 ‘아마존 고’의 라이선스 사업에 나선다면, 말 그대로 오프라인 커머스를 장악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솔루션이 충분히 오류 없이 작동하고 도입 업체에게 이점을 제공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겠지요. 아마존의 계정이 아니라 해당 솔루션을 도입하는 소매점 체인의 계정을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도입을 확대시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도 아마존 프라임 연동 시 추가 혜택 등을 제공할 수도 있지요. 또한, 아마존은 편의점 체인 등에게는 AWS 기반의 업무용 솔루션까지 통합해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존 고’가 단순한 매장용 솔루션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5. 실직에 대한 두려움 증폭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단순 작업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실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마존 고에서도 계산원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좋게만 볼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이는 상당히 여러운 문제이지요. 여기에 대해서는 저도 고민 중이며, 사회적으로도 답은 없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 겠습니다.
여기서 제 생각의 정리를 마칩니다. 짧은 시간에 정리한 것이라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