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크리에이터는 일반 사람이 접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다. 나의 평생 직업으로 삼을 것이다. 영화 백투더 퓨처의 할아버지처럼 늙어서도 차고에서 실험을 하고 싶다”
어렸을 때 히어로 영화를 보고 망토를 두르고 뛰어 내렸다거나, 이상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엄마에게 등짝을 맞은 기억이 다들 한번 쯤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지고 있던 그 순수한 호기심을 여전히 지니고 각종 실험을 대신 해주는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있다. 모비인사이드에서 허팝(Heopop)을 만났다.
허팝은 2016년 4월부터 하루에 1개씩 실험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호기심 왕성한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크게 성장한 컨텐츠 크리에이터다. 이제까지 유튜브에 업로드한 컨텐츠는 700개로, 인기 많은 영상의 조회수는 2천만뷰가 넘는다. 허팝과 함께 컨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허팝, 국내외 MCN, 그리고 앞으로 그의 촬영 계획 등을 이야기 나눴다.
인터뷰에서 만난 허팝은 유튜브의 프로필 정보 그대로 솔직했고, 크리에이터로서의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즐기며 산다는 데에서 ‘컨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가볍게 생각하게 할 수 있지만, 허팝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일과가 영상 촬영과 편집밖에 없는 열정적인 크리에이터였다.
그는 먼저 어떻게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게 됐는지 회상했다. 어릴 적 ‘짱구같은 아이’였다며,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다하고 10만원치의 폭죽을 사서 실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실험하고 싶은 의욕을 숨기고 살았다고 한다.
“의욕을 숨기고 사니, 사는게 재미없어서 해외에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니 갑자기 겁이 없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이왕 떠날 거 내가 하고 싶은 걸 한 뒤, 영상을 찍어 올리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허팝의 시초가 됐다. 지금의 허팝이 있게 된 건 후회없이 살자라는 그의 신조, 열정, 1인 미디어 시장의 붐 등 세가지의 타이밍이 잘 맞춰져서 탄생한 셈이다. 그렇게 소소하게 한 시작이지만 ‘허니버터칩 먹방’과 꾸준한 영상 업로드로 대세의 물결은 탄 허팝은 CJ E&M을 통해 다중 채널 네트워크인 ‘다이아 TV’에 합류하기도 했다.
허팝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콜라보레이션도 종종하는 편이다. 올해 뷰티 크리에이터 ‘곽토리’와도 함께 영상을 찍었을 뿐더러 해외 유튜버와 함께 영상을 찍기도 했다. 콜라보 영상으로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을 위해 외국에 많이 나가는 편이다. 해외활동을 하며 느낀 국내와 해외 팬들에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처음에 ‘NO’라는 의견이 생기면 ‘YES’라는 여론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처음 댓글이 중요한데 한 가지의 방향의 댓글로 여론이 쏠리기 때문입니다. 영상에 대해 자유롭게 애기하는 문화가 부족한 셈이죠. 다른 나라는 영상이 창작물로 인정되어 비평보다는 웃고 떠드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외국의 유튜버 중 ‘콜린퍼즈‘처럼 큰 규모의 실험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 안산에 ‘허팝 연구소’를 만들어 예전보다 큰 규모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허팝월드’를 꿈꾸는 허팝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허팝은 미래에 한국의 디즈니랜드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디즈니랜드가 문화와 컨텐츠의 대표 주자인 것처럼 앞으로 허팝월드를 만드는게 꿈입니다. 디즈니랜드가 꿈과 환상을 주는 것처럼 그런 장소를 만들어서 제가 했던 실험들을 공유하고 다같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여러 장소를 모색하고 있죠.(웃음) 그 때의 허팝 연구소는 이름도 달라질 테고 단순히 촬영하는 장소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허팝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루에 50~100개 정도의 영상을 모니터링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요즘도 잠자는 시간 빼고 모니터링, 촬영, 편집, 팬들과의 소통을 하면서 하루를 다 보내죠. 꾸준히 하면 어떤 컨텐츠가 잘 될 건지, 어떤 트렌드가 뜨고 있는지 눈에 보입니다.”라며 컨텐츠 크리에이터로써 꾸준한 공부가 필요함을 말했다.
공부 외에도 크리에이터들에게 필요한 다른 요소도 언급도 했다.
“수익성을 보고 이 업계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은데요. 요즘 시청자들은 솔직한 컨텐츠를 추구하는 편이죠. 시청자들도 크리에이터가 돈 때문에 컨텐츠를 만드는지, 순수한 열정으로 컨텐츠를 만드는지 구분합니다. 그래서 1인 미디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취미로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죠. 컨텐츠에 열정이 있는 크리에이터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투자하는데요.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인기와 돈은 나중에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특색을 갖춘 크리에이터가 되야 한다며 조언했다.
“시작하려거든 캐릭터를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신인 크리에이터가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먹방, 게임, 실험, 뷰티 ,일상 등 다양한 분야를 하려고 하는데 시청자의 인식에 남기 힘들기 때문이죠.”
허팝의 조언을 보면 컨텐츠 크리에이터는 본인이 하는 컨텐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허팝도 그런 열정과 호기심만으로 잘 되었던 건 아니다.
“아직 한국의 MCN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에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죠. 저도 처음에는 영상 업로드를 꾸준히 못했는데, 시청자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해 번지점프하는 벌칙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했죠. 시청자와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지금의 허팝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기 영상의 조회수가 2,000만뷰가 넘는 허팝도 시작은 초라했다.
“처음에는 뷰가 4 밖에 안나왔죠. 3 정도는 제가 다른 기기로 돌려 본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조회한 수는 1밖에 없는 셈이였죠. 하루에 수백개의 영상이 쏟아지는 데 누군가가 내 영상을 본다는 것 자체에 감사했습니다.(웃음) 처음에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오로지 혼자 했던 작업들이기에 그 뷰 하나와 댓글 하나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도 댓글 하나와 뷰가 슬럼프에서 이기게 도와줍니다.”
허팝은 앞으로 더 성장한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시청자들과 소통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댓글을 접한 뒤, 연구소가 위치한 안산의 환경부에게 실험을 설명하고 환경오염의 소지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있다.
이번 연말에는 봉사 캠페인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2017년 허팝은 활발한 해외활동 계획도 예정하고 있다. 팬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해외택배도 예정되어있고, 허팝 페스티벌도 진행 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먹방이 아닌 시청자가 충분히 흥미로워 할 만한 새로운 콘텐츠로 다가가겠다고 한다. 먼 미래에는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하거나 타임머신도 개발 등 큰 규모의 과학실험도 촬영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청자를 위해 남들과는 다른 걸 하고 싶다는 허팝, 다른 사람들이 하더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큰 규모로 컨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는 허팝 덕분에 MCN시장이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
“저는 실패 영상도 올립니다. 촬영을 반복하면 성공하는 영상을 찍을 수 있겠지만, 실패해도 괜찮다는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저의 솔직하고 과감없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습니다.”
허팝이 시청자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만큼 허팝의 네이버 카페에 방문하면 허팝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팬들의 글로 가득하다. 호기심을 대신 풀어달라는 요청도 많다. 허팝은 지금 아이들에게 아이돌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어른들에게는 어렸을 때 풀지 못한 호기심을 대신 풀어주는 등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 컨텐츠 크리에이터다. 과거에는 자신이 짱구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허팝다운 허팝’이 되고 싶다고 한다. 허팝이 앞으로 MCN 시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국내외 MCN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 허팝의 영상을 통해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