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DK1의 등장은 국내외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공간과 가능성을 보여줬고, 그들이 가상현실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도록 부추겼다.
김종연 NR스튜디오 대표도 오큘러스를 체험한 이후 VR 게임시장에 뛰어든 인물 중 한명이다. 김 대표는 오큘러스를 통해 가상현실에 매력을 느꼈고, VR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시작이 좋았다. 이전 회사에서 개발한 첫 VR 프로젝트였던 ‘제임스의 유산(James’s Legacy)’이 2014년 삼성 신제품 행사에서 기어VR 게임 콘텐츠로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시대를 조금 앞선 탓이었는지 그 이후 두각을 나타내지 않다가, 올해 VR 게임에 집중하는 ‘NR스튜디오’ 대표로 모습을 보였다. NR스튜디오는 ‘더마션드림즈’, ‘유쾌한 츤데레 하이니 시즌1’ 등 다양한 시도가 접목된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슈팅, 어드벤처 등 다양한 VR 게임을 개발 중이다.) VR 게임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김종연 대표(사진)는 국내 VR 게임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눴다.
김종연 대표는 2016년 5월 NR스튜디오의 모태가 되는 ‘플레이팸’에 합류했다. 플레이팸은 지난 8월 사명을 ‘NR스튜디오’로 변경하고 적극적으로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보다 많은 VR 게임을 개발하며 사업적 방향성을 찾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 따라 단기는 3~4개월, 중기는 1년 내외의 개발기간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개발기간이 길어질수록 변화가 빠른 VR 시장에 대응하기 힘들죠. HMD, 콘트롤러, 센서, 인터페이스 등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그에 최적화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VR 콘텐츠는 크게 콘솔/PC와 모바일 기반 콘텐츠로 나뉜다. 콘솔/PC 기반 콘텐츠의 경우 퀄리티는 높지만, 기기 구매 가격대가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모바일의 경우 VR 콘텐츠에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콘텐츠의 퀄리티가 콘솔/PC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또한 오큘러스 스토어, 스팀, PSVR, 밀크VR, 구글플레이스토어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발사는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최근 게임 개발사들은 여러 플랫폼에서 게임을 운영하는 ‘멀티플랫폼 전략’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콘트롤러의 사용유무 때문에 콘솔/PC과 모바일 기반 VR 게임에 경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콘솔/PC 기반에서 VR 게임을 출시할 경우, 콘트롤러가 비슷하기 때문에 통합 SDK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 모바일은 VR 콘트롤러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달라집니다. 모바일 VR게임은 정적인 콘트롤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VR 효과에 집중해야합니다.”
추가적으로 김 대표는 최신 구글에서 선보인 HMD ‘데이드림’의 성공여부에 따라서 콘솔/PC와 모바일 간 멀티플랫폼 전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드림의 경우 리모콘을 통해 콘텐츠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리모콘 형태의 콘트롤러가 얼마나 파급적이냐에 따라서 한 손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의 경우 콘솔/PC 그리고 모바일에서 멀티플랫폼 전략이 가능하겠죠. 기본적인 기능은 똑같기 때문에 한 손만 써도 되는 게임을 개발한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저 행동에 반응하여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는 ‘인터렉티브’는 가상현실 콘텐츠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NR스튜디오는 영상에 인터렉티브 요소를 더한 VR 영상 게임인 ‘유쾌한 츤데레 하이니 시즌1’ 출시를 앞두고 있다. 흔히 VR 콘텐츠로 3D 그래픽 기반 게임이나, 촬영기반 360도 영상을 떠올리는데, NR스튜디오는 영상과 게임을 접목했다.
“VR 콘텐츠에 인터렉티브 요소가 없다면 가상화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에 게임적인 요소를 접목했을 때 VR에 적합한 콘텐츠가 탄생할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함으로써 기존 프로젝트보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최대한 많은 컷을 짧게 촬영했고,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죠. 출시 이후 유저 반응이 쌓이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웃음)”
국내외 여러 게임사가 VR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시적인 매출 성과를 보인 곳은 드물다. 모든 플레이어가 수익화를 고민하고 있는데, 김 대표는 유저에게 인정받는 VR 게임 개발사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밝혔다.
“초기 모바일 시장처럼 ‘제 2의 애니팡’을 노린다고 하지만, 아직 시장 크기가 작습니다. 본격적인 VR 게임시장이 시작되는데, 시간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든 플랫폼의 수익모델을 파악하고 끊임없이 연구 및 실험해야 하죠. 적정한 모델이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도입할 예정입니다. 그 전에 유저들로부터 VR 게임을 잘만드는 회사로 평가받고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상현실 속에서 무한한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듯이,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바탕으로 정답에 근접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김종연 대표는 앞으로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는데, NR스튜디오가 국내 VR 게임시장에서 어떤 색을 발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