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갖추고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라는 게 있을까? 그럼 무엇이 있어야 다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지 요소들을 한번 짚어보고 싶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사업의 목표.
스타트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M&A로 크게 한탕 하는게 목적인지, 사업 계속 유지하면서 매출액으로 자생하는게 목적인지, 차기 사업을 위해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게 목적인지 등의 목표가 필요하다.
단, 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준비한 플랜 A, B, C가 모두 해당사항이 없으면, ‘재빨리 접을 것’이라는 단호한 결의가 그 목표와 같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 단호한 결의라는 것은 마지막에 다룬다.)
실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구성원.
같이 일할 팀원은 사업 목표와 밀접하게 연관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개개인의 능력은 당연하겠고 그들이 서로 융화될수 있는 사회성도 중요하다. 그들을 컨트롤 하고 조합할수 있는 조직체계를 만드는것 역시 중요하다.
단순히 나랑 잘 맞는 사람과 일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잘맞는 사람이 일적으로 합이 잘맞아 보이는 것인지, 술자리에서만 대화가 잘맞는 것인지, 여기저기 추천받아보니 ‘너랑 잘 맞는다 카더라’라는 사람인건지, 실제로 일하는 것을 목격 혹은 경험하고 나서 알게되는건지, 모두가 다 판단해야할 요소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 스타트업을 하면서 삼는 개인적인 목표까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목표가 모두 같을 수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목표는 서로간에 알고 있어야한다. 그래야 분쟁이 적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회사참여에 적극적이 될테니 말이다.
안정적인 자금력.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제일 갖추지 못한 요소들이고, 솔로들의 ‘이성친구’라는 미지의 단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단순히 지분쉐어로 영입해서 몇 달간 돈 없이 일한다고 쳐도, 그게 1년이 넘어갈 순 없을 것이다.(서로 발만 담근채 현업에 종사하면서는 가능할수도 있겠다. 물론 결과물이 나오는 시기는 세월아 네월아겠지만…)
반대로 1년여 급여를 지급할순 있어도 자생할만한 매출을 1년내에 발생시킬수 있는 스타트업도 별로 없을 것이다. (할 수 있으면 그거대로 안정적인 자금력을 갖췄다고 볼수있겠다.)
결국은 투자를 바라보고 초기 자금을 책정하며 그 플랜에 맞추어 결과를 내고, 그 결과를 투자까지 이끄는 능력이 자금력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템.
일전에 쓴 글 중에 이런 예를 들었던 적이 있다.
“100개 스타트업이 있으면 그 중 50개는 정말 쓸데없는 아이템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내 판단이 틀릴수도 있고 이 판단을 한 1년 전과 지금은 다를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말해보자면 대체로 이런 레파토리로 스타트업이 창업되고 운영된다. (특정 업체를 저격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으로 구성된 사안이다. 실제로 있으면 뭐….모르겠다.)
1. 오너가 주식에 관심이 많고 사고파는 데 재미를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2. 최근 SNS 인스타그램이 뜨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3.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주식과 인스타그램 SNS를 묶어서 뭔가 떠오른다.
4. 계정별(시작은 일단 유명 연예인)로 종목을 설정하고 그들이 올린 사진에 가격을 메겨서 등락폭 을 주식처럼 꾸며서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겠다!!(저작권? 초상권? 먹는건가요?)
5. 주변에 주식 관련 사람들에게 사업아이템을 던져보고 좋은 반응이 온다.
6. 오예! 사업 시작. 개발은 잘 모르겠으니까. 일단 개발자 구인.
7. 개발완성. (6과 7 사이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 같은데?)
8. 개발하는 중에 반응은 좋았는데, 왜 사람들이 재미를 못 느끼지? 투자 받을려면 KPI 맞춰야 하는데…광고를 때려야 하나?
9. 안되겠다 버전2를 만들어 보자! 투자자들이 이거이거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일단 하자!
10. 7로 가시오.
… …
주변에 냉정하게 아이템에 대해서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하고, 실제로 사용할 사용자들층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들이 주 고객이 될텐데, 그들이 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쓰고 싶으면 남들도 다 쓰고 싶어하겠지라는 마음가짐은 안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내면의 뽕을 맞으면 안된다. ‘무조건 될 것 같다’라고 혼자서 뽕을 맞아서 헤메고 난 후, 남는 건 아무도 쓰지 않는 새롭기만한 플랫폼이 남을 뿐이다.
실패라고 판단됐을 때 어떤식으로 일을 마무리 할 것인지에 대한 플랜.
어떤 말도 안되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든, 등신들만 모아놓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든,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 개똥같은 아이템을 될거라 믿었든, 땡전 한푼없이 지분쉐어로만 될거라 믿고 했던지 간에 시작할 때 끝을 어떤식으로 낼 것인지에 대한 플랜이 좋다면 어떤식으로든 좋은 것들을 남기면서 마무리 할 수 있다.
100에 70개 업체는 3년을 버티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통계가 통계청에 이미 나와있고, 그런 통계에 따르면 이 스타트업이 생존할 객관적인 확률은 30%가 채 안되는게 현실이기 때문에 기왕 망해야 할 운명이라면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어갈 수 있게 플랜을 짜놓자는 것이다.
많은 실패 속에서 그나마 가장 많은 배움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던, 한 SI 스타트업의 시작과 마무리를 지켜보면서 법인을 낼 때 대표가 멤버들에게 했던 ‘사업이 실패했을 때 어떻게 마무리 하겠다.’라는 연설은 아직도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고 그 용기는 아직도 대단하다 생각한다. (사업 시작할 때 망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것을 말하는 용기가 있는 사장이 얼마나 될까?)
그 대표는 큰 성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30-40명 되는 조직의 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비록 내가 거기 속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그때 같이 했던 멤버 모두 다 같이 말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성공했으면 끝이야 뭐 알게뭐야. ㅋ)
그 법인이 사라질 때의 마무리가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글을 마치며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하나다.
지금까지 스타트업을 겪어오면서 몸소 체험했던 실패사례들과 성공사례들을 텍스트로 정리하고 싶었다. 나중에 까먹지 않고, 비슷한 일을 겪거나 전혀 새로운 일을 겪었을 때 지금까지 밟아온 잘못된 길을 두번 다시 밟지는 말아야지 하는 것도 있고, 그러면서 ‘스타트업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것을 몇몇 안될지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에 관해서 매우 주관적인 개인적인 경험 및 특수한 상황에서의 판단으로만 이루어진 글들은 잘못된 내용일 수도 있고, 몇몇 일반화시켜 버리는 모순을 가진 글일수도 있다. 그런 내용에 지적을 해주는 사람들에게서 나의 잘못됨을 혹은 다름을 수정하거나 알아챌수 있고, 오히려 공감해주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런 부분은 내가 크게 틀리진 않았구나 등의하고 교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글을 다 쓰고 다시 한번 읽어보니, 나라는 사람은 성공할 스타트업에서 너무 일찍 발을 빼왔던 사람이었고, 실패할 스타트업에 미련하게 너무 오래 붙어있었던 사람이었다.
상대방의 틀림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면서, 내 생각이 다른게 아니라 틀린게 아닐까 두려워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엔지니어 일을 오래해서 뭐든 못 만들 것은 없다고 자신하면서도 ‘CTO급 개발자이다.’라는 소개에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걸어온 길이 참 애매하고 뭐하나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한 인생인, 딱 지금 시점에 지금까지 생각해온 내용들을 정리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송만약의 스타트업 실패기] (1) 첫 회사로 스타트업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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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약의 스타트업 실패기] (5) 엘리트 사장들의 스타트업
[송만약의 스타트업 실패기] (6) 인큐베이팅 스타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