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9일(현지시각) 미친 앱을 공개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구글트립(Google Trips)입니다. 한 번 다운을 받아봤는데 진짜 미쳤더군요. 구글 이놈들…날 이렇게 잘 알다니.
구글트립은 여행 앱입니다. 지난 5월 베타버전을 공개했으며 구글맵을 기반으로 여행지의 모든 것을 케어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메일과의 연동을 바탕으로 주변을 탐색하고 관련 먹거리 정보, 교통, 여행코스까지 알아서 척척입니다.
(여담이지만 네이버가 뇌리를 스치더군요. 여행 콘텐츠에 아주 관심이 많은 네이버는 지난 9일 라이트홈을 정식 오픈했습니다. 기본 홈 대비 데이터량을 70% 감량하고 콘텐츠와 화면 UI를 간소화시킨 서비스에요. 구성은 현지 주간 날씨와 번역기, 환율기, 한국과의 시차 등 해외생활을 돕기 위한 유용한 ‘현지 정보 카드’와 본문과 댓글에 집중한 간소화된 연예 및 스포츠 뉴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그냥 그렇다고요)
구글트립이 매력적인 이유는 여행을 위해 거쳐야 하는 번거러운 절차를 대폭 줄이고 내 취향에 알맞는 서비스를 바로 만날 수 있다는 대목입니다. 아직 한국어 서비스는 지원되지 않지만, 영어도 국내 지명을 검색하니 한국어로 정보가 나오기는 합니다. 아, 집단지성에 가까운 방식으로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 대목도 재미있어요.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가 탄탄해지는 내비게이션 앱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여튼 구글트립은 대단한 앱입니다. 뭐 의미하는 것은 많지만 ‘구글월드에 살면 참 편해요’ 정도가 아닐까요. 지메일과의 연동은 결국 개인의 기록과 만나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는 수준까지 발전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대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구글의 품에 안겨 살고 싶다…빅브라더가 되든 말든.
여기에서 에어비앤비 생각을 해봅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공유 업체로 활동하며 최근 재미있는 방법론을 다수 보여주고 있어요. 단순히 숙박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이색적인 삶을 체험하게 만들며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요. 물론 허술한 도시민박업 시스템의 문제 등 국내에서도 문제가 많고, 외국에서도 문제가 많지만, 일단 에어비앤비는 단순한 공간을 대여하고 접하는 것이 아닌 삶의 방식을 공유하게 만듭니다.
이 지점에서 IT 전문매체 ‘더버지’의 보도를 보자고요. 에어비앤비 디자인 그룹 ‘사마라’가 지역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가 있는 여행자 숙박시설을 만들었다고 2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일본의 ‘요시노’에 설립됐고, 일각에서는 사마라의 공동 숙박시설을 에어비앤비의 첫 호텔로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음, 에어비앤비가 아예 숙박업까지 진출하는가요…여기서 또 하나. ‘엔가젯’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조만간 ‘에어비앤비 트립’이라는 여행용 앱까지 출시한다고 합니다. 아직 테스트 중이라 실제 출시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항공편을 판매하는 에어비앤비가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아예 여행사가 되려고 합니다. 숙박 공유에서 벗어나 의욕적으로 여행 플랜을 짜주는 방식입니다. 구글트립과 닮았어요.
자, 여기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만, 구글은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전부인 곳은 아니죠. 이런 상황에서 지메일 및 구글 본연의 기본 인프라를 바탕으로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포인트를 점했습니다. O2O에서 그렇게 강조되는 데이터 확보에도 유리한 꿀단지에요. 구글월드로 통하는 길을 활짝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에어비앤비는? 여행이 모든 것인 에어비앤비는 구글트립에서 묻어나는 구글의 전략과 매우 유사하지만, 또 달라보입니다. 에어비앤비 월드로 향하는 길을 열었는데 구글처럼 방대한 데이터 정보는 없어요. 그러니 더욱 여행 본연의 업에 진출해 숙박시설까지 만들고 있네요.
뭐 별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하나의 업과, 세상 모든 업을 가지려는 기업이 공통된 관심사를 가질 때 어떤 행보를 보여주는지 살피는 것은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과감한 추측을 한다면, 구글은 구글 생태계 전체를 위해 구글트립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고 에어비앤비는 숙박 공유라는 본원적인 목표를 위해 사용자 경험을 넓히고 그 스펙트럼을 넓히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그 다음은 어떨까요? 구글이 아라 프로젝트 포기하고 넥서스 대신 픽셀 들고나오는 등 하드웨어 전략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데, 아예 구글 호텔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되면 하나의 업과, 세상 모든 업을 가지려는 기업이 공통된 관심사를 가질 때 모든 답은 하나가 될 겁니다.
‘모든 것의 수단화, 그리고 목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