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얼마전 한국의 이마트가 중국에서 실패한 사례를 소개한 기사가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다. 사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놓고 분석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전에 판단을 하고 분석을 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잘 되는 종목을 추천하는 것이란, 잘해야 본전이고 예측이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역적이 되기 때문이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지만, 이마트의 실패 사례에 대한 기사와 분석은 너무 원론적이다 못해 심플하기까지 해서 ‘아니, 이렇게 단순한 분석이 기사가 되나?’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페북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비록 유통의 유자도 모르지만, 현지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본 여러 마트들의 모습을 가지고 이마트가 실패한 사례를 작성하고자 한다. 유통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라는 점을 참조해서 읽어 주셨으면 한다.
#까르푸의 선점, 이마트의 뒤늦은 진출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마트의 실패 사례는 진출이 너무 늦었다는 것에 기인한다. ‘까르푸’라는 외국계 유통강자가 일찌감치 중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외에도 전세계적인 유명 유통사들이 거의 다 들어왔다. 미국계, 일본계 백화점과 마트 등이 모조리 말이다. 모두 자기 나라에서 명성이 있는 유통업계 강자들이다. 이중 까르푸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우선 선점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의 넘버원은 폭스바겐이다. 성공요인은 가장 먼저 들어왔기 때문이다. 죽의장막이라 모두가 두려워 하던 곳에 80년대에 들어와서 공장짓고 기술전수해 가면서 자동차를 생산해냈고 그렇게 만든 자동차들이 중국에서 국민차가 되었다. 그 유명한 산타나 시리즈가 말이다…
선점이란 그렇게 파워풀한 것이다. 지금은 외국인과 부자 중국인들만 거주하는 상해 ‘구베이’라는 지역에 까르푸가 들어올 때 구베이 땅값은 현재 땅값의 10% 이하였다. 까르푸가 먼저 들어오고 구베이가 본격적으로 개발이 됐으니, 그야말로 까르푸 중심으로 외국인 주거타운이 형성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게 된 것이다. 여기에 까르푸는 상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마트로 포지셔닝 됐다. 당연히 물건도 외국산 수입물품들이 대거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에는 개혁개방에 힘입어 외국 물품을 좋아하기 시작한 중국인 부자와 중산층들이 외국산 수입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아가기 시작했고, 조금 더 지나서는 일반 중국인도 이용하는 거대 유통체인으로 발전하했다.
즉 요약하자면 ‘운도 따르고 모험을 해 가면서 시장을 ‘선점’했고,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마트로 포지셔닝하여 중국 부자 혹은 중국 중산층 이상이 이용하는 마트로 변화했다. 그리고 일반 중국인도 이용하는 유통체인 마트로 급성장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판매되는 물품들이 이용객들에 요구에 따라 진화(변화)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출발은 역시 선점에서 시작됐고 이후에는 공격적인 매장 수 증대라는 과감한 사업적 결단을 내린 것이며 (중간에 프랑스가 달라이라마를 국빈대우 하겠다는 바람에 중국인들이 불매운동을 벌였는데, 이때 프랑스 정부는 신속하게 달라이라마 프랑스 방문을 취소하며 중국정부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자유주의와 똘레랑스의 국가인 프랑스가 이익 앞에는 이념따위는 없을 정도로 시대가 바뀐 것이다) 소비자들의 수요파악을 영리하게 잘 이용한 셈이다.
#마구잡이식 유통전략
이마트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유통전략이라는 것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구잡이로 혹은 뜬금없이 움직였다. 선점효과를 놓친 바에는 주변 개발의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들어서던가, 혹은 외국인 밀집지역, 한국인 밀집지역, 중국인 중산층 등 입지고객에 대한 타겟과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막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그냥 되는대로 적당한 건물과 임대조건 나오면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입지조건 뿐만 아니라 판매되는 물품도 두서없기 매한가지이다. 외국인들에게 우선 자리메김 하려면 그들이 선호하는 외국산 물품을 주로 공급받아야 하고,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려면 중국인이 좋아하는 중국물품을 팔아야 하는데,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되는 물품들이 잡탕처럼 뒤섞여 있어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가령 까르푸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사야 할지 명확하게 움직일 동선이 나오는데, 이마트는 여러번 가 보았지만 늘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구매하려고 맘 먹었던 물건이 다음에 가보니 추가 공급을 받지않아 매대에서 사라져 난감하기도 했다.
조금 더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마트의 사례를 들면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시티샵’이라고 있다. 주로 유럽 및 미국인들을 위한 식자재 등을 판매한다. 한국인들이 즐겨찾는 ‘1004(천사)마트’라고 있다. 여긴 한국인이 원하는 식자재를 가공해서 판매한다. 1004마트는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인들이 대거 주말마다 쇼핑을 오기도 할 정도로 현재 성황중이다.
그 외에 일본마트, 대만마트, 태국마트 등 특정한 고객층을 타겟으로 한 마트는 존재했고 틈새 시장에 잘 자리잡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는 이곳에 가면 무엇을 구매할 수 있다는 명확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유일하게 이마트에만 그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도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지만, 추후에 면세점으로 중국에서도 괜찮게 자리 잡았다. 사실 이건 운이다.)
#이마트가 이해하지 못한 중국의 유통방식
쇠고기를 판매할 때 서양인은 스테이크 용으로 굽기 좋은 사이즈에 고기를 좋아하고, 한국인은 삼겹살을 제외하고 비계는 정리된 것을 선호한다. 일본마트의 경우 극소량 패키지를 완벽하게 구성해서 판매하고 있다. 반면 중국마트의 경우 통으로 고기를 가져다 놓고 소비자가 원하는 부위를 그 자리에서 직접 썰어서 덩어리채 판다. 한국인들은 비계를 버리지만, 중국인들에게는 비계가 소중한 음식재료이기도 하다.
생선의 경우 일본마트는 구이용, 횟감용, 조림용으로 완벽하게 나눠서 깔끔하게 손질해서 팔고 한국마트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런 손질은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생선손질 기술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해당 기술자들이 늘 마트에 대기하고 있다. 혹은 직접 해당 기술자들이 아예 매장 내 가계를 임대내서 직접 손질해서 장사를 하기도 한다.
중국마트의 경우 그런 곳이 없다. 그냥 어시장에서 공급받은 비린내 나는 그 상태 그대로 판매한다. 왜냐하면 주로 통째로 생선찜으로 해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이마트의 경우 고기나 생선은 중국식으로 팔면서 물품은 한국 것과 서양물품이 섞여 있고, 중국 물품의 경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반 중국 마트보다 비싸다. 그러다보니 외국인, 한국인, 중국인 모두에게 외면 받는 괴랄한 마트가 된 것이다.
#마트전쟁이 시작됐다
이마트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내 거주지에서 1004마트 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고, 그러다보니 한국인으로서 한국마트가 들어오면 내 생활편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는데, 그 기대가 무너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가 않았다. 순수 한국마트 소비자의 관점으로만 보면 1004마트의 압승이었다.
여기서 시사점을 둘 만한 사항이 또 하나 있는데, 최근 중국 마트들이 외국계 마트의 장점을 흡수하고 중국 마트만의 유니크함을 살려가면서 급속도로 쫒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한인타운만 하더라도 오랜시간 한인마트의 절대강자였던 1004마트의 영업노하우와 장점을 복사한 중국계 한인마트가 최근 성대하게 오픈되어 본격적인 마트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오랜 시간 경쟁자 없이 한인타운을 석권한 탓에 편하게 장사했고 그로인해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 1004마트도 이제는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번외로 한인타운의 마트전쟁사는 따로 작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