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마트폰 1억대 판매의 야심을 태우던 샤오미가 최근 7000만대 판매도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비보 및 오포의 등장과 끝판대장 화웨이의 존재감이 샤오미를 서서히 지우는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별 대단한 것은 아니고, 약간의 상상이 들어갔습니다.

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를 밀어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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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마트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화웨이가 14%로 1위, 오포가 12.7%로 2위, 비보가 11.3%로 3위, 샤오미가 10.4%로 4위입니다. 삼성전자를 밀어내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가져가던 샤오미의 힘이 크게 빠진 분위기입니다. 해당 데이터만 보면 강력한 존재감의 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끝판대장으로 군림하면서도 ‘왠지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며, 비보와 오포가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샤오미는 이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보이죠.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26일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의 판매량 합계가 1억3900만대로 7700만대의 삼성전자와 4800만대의 애플 합계인 1억 2500만대를 상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위력이 강력해지며 샤오미와 같은 1세대 다크호스의 힘이 크게 꺾이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대목이 보입니다. 2013년 1분기, 삼성전자의 리즈시절을 보자고요. 당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8.5%로 1위, 화웨이가 12%로 2위, 레노버가 11.7%로 3위, 쿨패드가 10.4%로 4위, ZTE가 9.5%로 5위였습니다. 지금은 톱5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들이 다수 보이죠?

여기서 2014년 2분기를 봅시다. 미4를 앞세운 샤오미가 14%로 1위로 올라서며 12.3%의 삼성전자는 2위로, 레노버가 12.1%, 쿨패드가 11.9%, 화웨이가 11.1%로 뒤를 따릅니다. ZTE가 보이지 않고 화웨이가 약간 답보상태인 점이 흥미롭습니다.

여기까지가 샤오미의 절정입니다. 샤오미는 2010년 설립되어 2014년 기어이 자국 시장 1위를 탈환하는데, 이러한 성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많이 알려졌지만 샤오미는 애플 카피캣 전략을 빠르게 구사하며 온라인 중심의 판로 개척, 가성비 중심의 스마트폰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팽창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리며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최근을 보자고요.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화웨이가 20.8%로 1위, 오포는 12.7%, 비보는 10.6%입니다. 샤오미는 10.4%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간신히 현상유지를 했습니다. 자,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총체적 분석을 해야할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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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가장 먼저 해석할 수 있는 것은 화웨이의 비상에 따른 샤오미의 등장, 이에 따른 ZTE와 레노버와 같은 동종 오프라인 중심 경쟁자의 추이입니다. 2013년 1분기 삼성전자가 중국을 호령하던 시절 화웨이, 레노버, ZTE 등은 오프라인 중심 판로를 가진 전통적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샤오미는 애플 카피캣의 오명을 뒤집어쓰며 가성비로 승부를 걸었고, 판의 흐름을 고스펙-저비용 게임으로 바꿔버렸습니다. 2014년 2분기 1등의 성과는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샤오미의 몰락은 비보와 오포의 등장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 않나 생각됩니다. 비보와 오포는 막대한 오프라인 판로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샤오미의 방식과는 또 다른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행보는 ZTE와 레노버를 톱5에서 퇴출시키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으며, 가성비에 집중하는 샤오미에 환호하던 중국인들에게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정석’을 알려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2016년 2분기 점유율로 보아 샤오미가 비보와 오포에 밀렸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지 않을까 과감하게 생각해봅니다. 비보와 오포는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판매가 진행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현장에서 가성비가 아닌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자극했고, 특화된 기능에 집중한데다 ZTE와 레노버의 점유율을 크게 가져갔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비보와 오포가 오프라인의 강점을 내세워 온라인의 샤오미를 공략했다면 샤오미는 7000만대 수준은 커녕 5000만대도 팔지 못했을 듯 합니다. 그런 이유로 올해 2분기 점유율로 보여지는 비보와 오포의 비상은 가성비에 환호하며 샤오미에 열광하던 가입자 일부, 여기에 레노버와 ZTE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경쟁자들을 대거 흡수해 이룩한 성과라는 뜻입니다. 단순히 샤오미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가성비에서 진짜 프리미엄을 원하며 화려한 오프라인을 사랑하기 시작한 중국인들의 ‘변심’이 진짜 샤오미의 적이라는 뜻입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는 샤오미에 있어 비보와 오포의 등장은 그 자체로 위기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보와 오포의 등장에 따른 샤오미의 몰락’이라는 일차적 발상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아, 특허 논란 등에 있어서도 분명 샤오미는 약점이 있지만요.

그리고 샤오미의 비상에 조심스럽게 표를 던지는 전, 바로 이 지점에서 샤오미의 성공 가능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버리는 시장?

샤오미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시절, 우연히 ‘샤오미 인사이트’를 읽게 됐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한참 샤오미 스마트폰 시대가 절정으로 치닫던 때였기 때문에, 저는 샤오미 인사이트에 담긴 레이쥔 회장의 말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샤오미는 스마트폰 회사가 아니다”는 주장.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은 중국IT 업계에서 일종의 ‘원로’로 통합니다. 킹소프트에서 근무하며 단 6년만에 사장으로 취임했던 그는 사실상 중국 IT의 ‘브랜드’에요. 그리고 레이쥔은 샤오미의 첫 제품을 준비하며 색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기존의 회사처럼 기계적인 광고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인터넷 사이트 몇 곳을 선정해 익명으로 제품을 올렸어요. 네티즌들은 그 ‘제품’이 레이 쥔의 것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다만 호기심이 충만한 몇몇 네티즌이 해당 제품의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사용했고, 그것을 기점으로 ‘포텐(가능성)’이 터졌죠.

그렇게 사업이 궤도에 오른 후 레이쥔 회장은 최초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으로 수익을 내지 않겠다”고 천명합니다. 이는 가성비 중심의 박리다매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전 다른 의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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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MIUI를 중심으로 초연결의 사물인터넷을 연결하는 것에 승부를 걸겠다는 뜻.

온라인 판매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주변기기 판매만으로 비전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렇다면 ‘왜?’대답은 샤오미의 소프트웨어 전략이 모바일 생태계를 향하고 있다는 점으로 가능합니다. 만물상으로 여겨지는 샤오미의 강력한 생태계 전략이 해답입니다. 네, 저는 샤오미가 스마트폰 사업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샤오미에 있어 스마트폰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대목이고 일정정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만 깔리면 그만이었어요.

결국 MIUI를 바탕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것이 샤오미의 방법론이 아니었을까요? 게다가 샤오미의 팬덤인 미펀을 보자고요. 애플빠와 달리 이들은 주는대로 받는 자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스스로 샤오미를 연구하고 재조합하는 중요한 객체의 연속입니다. 이 역시 생태계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애국심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강렬한 생태계 조성. 그리고 MIUI를 중심으로 단말기를 뿌리고,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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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문제가 되는 샤오미의 정보 탈취 사건도 이러한 전략을 위해 나아가는 샤오미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전기자전거부터 에어컨, 스마트 운동화까지 모조리 MIUI를 넣고있는 샤오미의 행보도 마찬가지에요. 여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교육사업까지. 심지어 악세서리에 집중하는 행보도 특허 문제가 걸리기는 하지만 나름의 생태계 연결 작업으로 생각하면 너무 나간 것일까요?

레이쥔 CEO는 독일 CeBIT 2015에서 “스마트홈 구현을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공언하며 “우리는 2년 전부터 스마트홈을 준비해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핵심무기는 자체 특허임을 강조한 스마트 모듈. 스마트 모듈은 무선통신 기능이 없는 가전제품도 샤오미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물인터넷, 즉 스마트홈 시스템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 구체적인 정책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깔아버린 후 이와 호환되는 다양한 MIUI 탑재 하드웨어 제품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100%는 아니지만 모두 가격이 저렴해요. 이들이 초연결 시대를 미리 틀어쥐고 그 입구를 막아선다면, 아니 중독시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저만 무서운가요? 샤오미 망해간다고 비웃음을 날리기 전, 한 번 곰곰히 생각해야할 지점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변수는 있어요. 과연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는 다릅니다. 쿠팡이랑, 옐로모바일이랑 비슷해요. 그림은 그럴싸합니다. 다만 내구성이 버틸 수 있는가. 바로 여기가 핵심입니다. 그 방식은 무섭다는 점. 이것만 기억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