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브랜드 인수전략은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비교적 쉽게 해당 시장에 진출할 때 쓰는 방법입니다. 최근 기업 인수합병이 전 산업에 걸쳐 보편화되면서 B2C 기업에도 많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 내에서 저가 브랜드로 오랜기간 매출과 이익을 올린 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상위 포지션에 있는 브랜드를 인수 합병하여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삼는 사례가 많죠. 스위스의 스와치 그룹 등 시계, 코스메틱, 의류 등 특히 브랜드가 기능을 넘어 일정 수준 이상의 헤리티지(Heritage)를 주는 산업에 이런 사례가 많습니다. 뭐 생각해보면 동네 잘 나가는 파스타집도 이런 식으로 인수되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사실 스와치나 펜디나 동네 파스타집이나 별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도 잘 하는 파스타집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거창한, 그냥 잘 하는 피자와 파스타가 있는, 주거지와 상업지구 사이의 동네에서 저녁시간 가장 빛나는 음식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약 1년 전에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상당한 매니아를 형성하던 이탈리안 음식점이 서서히 외면받는 시점은 그 때부터였습니다. 망하지 않을 것 같던 그 집이 저녁에도 한산하고 주말에도 빈자리가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흔히 구매하는 브랜드의 인수 전후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생각한 부분이 있어 나누고자 합니다. 돈이 있어도 브랜딩을 살 수 없는 거죠.
1. 같은 브랜드 네이밍이면 적어도 비슷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브랜드의 주인이 바뀌기 전, 인수 기업은 인수 대상인 브랜드를 보면서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이름으로 유지될 경우 현재 고객을 만족시킬 역량이 그대로 있는가에 대한 거죠. 흔히 같은 이름의 음식점이 어느날 맛이 떨어졌을 때 ‘주인 바뀌었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안 가거나 덜 가게 되죠. 이름이 같을 경우는 기존 브랜드 네임으로 얼마간은 유지될 수 있지만, 역량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에는 기존 브랜드의 로열티 고객부터 재빠르게 빠져 나갑니다. 권리금은 고객을 잠시 붙잡아두는 기간 요금 같은 것에 불과하게 됩니다.
저가 브랜드의 고급 브랜드 인수는 분명 필요할 수도 있는 내용이고, 혹 다른 산업의 수직 계열화나 신규 사업 진출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냉철하게 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할 문제입니다. 만약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면 브랜드가 인수되기 전 피자로 유명했다면 적어도 파스타라도 맛있어야, ‘전에 피자 맛은 안나지만 파스타가 괜찮네’라든지 고객이 해당 카테고리 내에서 한 방 있는 상품을 골라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름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태국 음식을 잘한다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스와치 그룹에서 중고가의 시계 브랜드를 인수할 수 있는 것도 기본적인 기술이나 마케팅 방법에 대해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가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마케팅 포인트나 유통 방법 등에 대한 해당 포지셔닝에 맞는 변화가 내부적으로 있었을 겁니다. 그런 변화의 모멘텀이 내부 역량에 있는지 함께 하면서 인수가 필요합니다.
2. 잘 된 곳을 인수했다면, ‘왜 잘 됐을까’를 고민
만약 비싼 금액을 주고 잘 되고 있는 브랜드를 인수한다면, 비싼 이유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잘 되는 브랜드는 물건 자체만 좋은 게 아닙니다. 소위 ‘브랜딩’을 위해 상품이 매장에 있는 것을 만드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에 물건이 돋보일 수 있습니다. 공급망, 연구방법, 채널의 안정적인 보유 등 브랜드가 핵심 고객을 유지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면 분위기, 특유의 매너, 물론 메뉴까지 모두 성공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브랜드를 인수한 이후 자의적으로 인테리어를 바꾼다든지 메뉴의 구색이나 가격을 바꾸든지 현재까지 브랜딩을 만든 고객 인식 속의 이미지를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돌아본 이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안 된 곳도 잘된 포인트는 살려두고 부족한 역량을 채워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인수 기업이 강력한 유통망을 갖추었는데, 피인수 브랜드가 유통이 약하다면 유통망 등 인수 기업이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사실 자본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가장 쉬운 축에 속하죠. 고객 인식 상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요인이 있으면 그것을 어떻게 뒤집는가가 가장 여러운 인수 기업의 숙제일 것입니다. 이는 전에 이용한 고객을 만나야 하고, 로열티 고객 이야기만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구매 후 즉시 프로모션으로 브랜딩 해치는지
가격 전략이 아니라면 인수 직후 브랜드 시작부터 할인이나 초특가로 고객을 학습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에 브랜드가 갖고 있는 장점을 잃지 않고 살리면서 부족했던 것 중에서 인수 기업과 만나 시너지가 나는 것을 함께 알리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가령 식자재를 자체 조달 할 수 있는 기업과 만난 음식 브랜드라면 식자재 조달로 역량을 갖추게 된 신선한 재료와 메뉴의 다양화, 특정 메뉴에 대한 차별화된 가격에 대해 알리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잡지를 사면 사은품을 주는 것처럼 대부분의 인수된 브랜드는 초반에 엄청난 프로모션으로 브랜드가 아닌 유통의 한 컨텐츠 같은 포지셔닝을 이후 갖게 됩니다.
마일리지를 과다하게 준다든지 엄청난 할인과 재고 상품에 대한 가격 파괴를 일삼거나, 브랜드와 맞지 않는 사은품을 남발하는 등 보통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보다 자본이 많아서 하는 착각을 인수 초기에 많이 하게 됩니다. 정신을 차리면 이미 고객 인식 속에서 그 브랜드는 이전과 다르게 싼 포지션으로 남게 되고, 이후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원가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구조의 가격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피인수 브랜드 창업자가 보면 답답한 노릇이 됩니다.
4. 구매 후 오류, 작은 데 왜 이것저것 다할까
안 될 경우 브랜드 자체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그 답을 이탈리안 메뉴에서 찾지 않고 메뉴를 다양화하여 고객의 다양성을 만족시킨다는 이유로 ‘할랄 음식’을 프로모션 전면에 내세우고 판매를 같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도저도 아닌, 그냥 비싼 김밥천국이 되는 겁니다. (김밥천국을 욕하는 게 아닌 음식의 탈브랜드화, 유통화를 말하는 겁니다)
보통 초반에 시너지가 나지 않고 가격을 건드린 자본이 많은 인수 기업은 실적이 나지 않는 원인을 브랜드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과 현재와의 차이에서 정리하지 않고, 이상한 시장의 변화를 갖다 붙여서 아예 인수하지 말고 처음부터 런칭하면 될 브랜드로 만들어버립니다. 이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는 거죠.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바닥의 개념입니다. 로열티 고객이 이미 떠나간 자리에 그나마 매출의 허리가 되어 주던 고객들마저 이 단계에서 사라집니다. 덕지덕지 붙은 광고물은 초조함의 단면입니다. 지속적 실적의 하락은 괜한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인수 전략을 짠 사람들을 몰아내고 실제 잘못되게 운영한 리더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 되죠. 과연 인수 물건을 잘못 구해온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최고위층의 방관과 단순한 호기심, 그리고 기존 경영자에게 운영을 맡기고 그 사람도 기존에 다른 브랜드하던 방식으로 하는게 문제일까요?
브랜딩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인수를 해서 브랜드의 표면을 구매 하지만, 브랜드의 DNA를 흡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브랜드 인수 전에 브랜드를 경험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다 알게 되고 우리와 맞는 부분이 역량 측면에서 어떤 것이 있는지(단순한 양적 확산이나 유통망 확장 이런 거 말고) 정리한 다음 핵심 고객을 만나보고 유지/강화 시킬 것을 찾고, 가격이 아닌 차별화로 고객에게 접근하고 피드백을 자주하여 의사결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주인을 잘못 만나서 사라진 브랜드도 있고, 주인을 잘 만나 더 잘된 브랜드도 많습니다. 그들 모두 시작은 막막했겠지만, 그 어렴풋한 불안감을 이기는 것은 사업가적 결단,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철저한 인수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