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ICB CP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한국이 따라잡혔다”
최근 몇년 국내 IT 관련 미디어의 보도에서 빠지지 않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그 행간에 반드시 덧붙여지는 내용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13억 인구라는 거대한 시장을 앞세운 중국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죠.
언뜻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시장이 거대하니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수익을 내기 편하고, 이에 따른 후속 투자 유치도 용이하죠. 인구가 많은 만큼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사람들 숫자도 많아집니다. 중국에서 하루에 생겨나는 스타트업 숫자가 4000개라니. 분명히 인구의 영향을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너무 인구로만 퉁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인구로 설명하는 건 그 사이의 수많은 맥락을 무시하는 건 아닐지요.
오늘은 그중 O2O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중국은 빠른 속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역이 통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데이터가 있습니다.
신분증 영역에 뛰어드는 간편결제
정저우공항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항공 예약, 빠른 탑승, 위챗페이를 통한 계산 등, 온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서비스를 7월 25일부터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예 신분증의 기능을 모바일 앱이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죠. 최근 중국 우한(武汉) 지역에서는 알리페이로 모바일 신분증을 대체하는 내용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한 공안국에서 알리페이와 협력해 진행하며 호텔 예약, 비행기 표 구매 등에 필요한 신분증 역할을 알리페이가 대체한다는 내용입니다. 결국 깜박 잊고 신분증을 놓고 오더라도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오프라인 매장을 사들이는 온라인 강자들
최근 알리바바그룹이 중국 내 KFC와 피자헛의 사업권을 사들였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인 마이금융(蚂蚁金服)과 사모펀드인 춘화(春華·프리마베라) 캐피탈그룹은 오는 10월 31일을 기해 얌 차이나의 기업분할과 동시에 4억6천만 달러(5천238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홍콩 봉황망이 3일 전했다.
얌 브랜드가 중국 사업을 분리해 뉴욕증시에 별도 상장하겠다는 계획에 따른 전략적 투자 참여다. 이에 따라 신설되는 단독 중국사업체 얌 차이나는 오는 11월 1일 뉴욕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미국 켄터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외식업체인 얌 브랜드는 KFC와 피자헛 등 브랜드를 갖고 전세계 140개국에서 4만3천여개 패스트푸드점을 거느리고 있다. 이중에서도 중국에만 7천200여개 점포에서 지난해 8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 ‘KFC 매장직원 낙방경험’ 알리바바 마윈, KFC에 전략적 투자(연합뉴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23년 동안 무수히도 많은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에 대한 투자, 합작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백화점 유통업체 인타이의 최대 주주로 떠올랐으며, 가전유통업체 쑤닝의 지분 19.99%를 매입하며 전략적 합작을 하기도 했죠.
텐센트 역시 자사의 간편결제서비스인 위챗페이를 앞세우며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에 진출하겠단 발표를 하기도 했죠.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소셜 커뮤니케이션 앱 위챗(WeChat)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WeChat Pay)의 한국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일반 사업자 대상으로 위챗페이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이제 국내 사업자들은 하나카드, 우리은행, 신세계 I&C, 나이스정보통신, NHN한국사이버결제, KG이니시스, 다날 및 KRP 등 위챗페이의 다양한 국내 파트너사를 통해 위챗페이 서비스를 제공해 중국 관광객들에게 향상된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텐센트, 위챗페이 韓 서비스 확대(이데일리)
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모바일 거래가 발전한다고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스마트하게 무장된 매장들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죠. 단순히 인구가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또한, 단기적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더 세부적인 데이터들이 필요하기에 이르죠. 더 많은 정보를 얻어들이기 위해 신분증을 대처하고자 하고, 오프라인 매장들을 사들이고 있는 셈이죠.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고객 데이터의 하이라이트인 결제 데이터를 얻어내기 위해 결제 모듈을 만들었고, 이를 자사의 플랫폼인 전자상거래, 메신저 가입자들에게 퍼트렸죠. 그리고 수많은 가입자들을 앞세우며 오프라인 결제 영역까지 뛰어들었습니다.
이제는 파이프라인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죄다 사들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게 다 인구 때문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혹자는 한국 시장에서는 굳이 데이터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표본만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하죠.
허나 이것보다 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텐센트나 알리바바 등 O2O를 공략하는 기업들의 내부 조직에서는 당장에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중국과 한국의 O2O 생태계를 둘러싼 환경은 다릅니다. 중국은 중앙정부에서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에 대해 개방적으로 열어준 뒤 후에 규제를 하는 모습입니다. QR코드 결제에 대해서 환경을 규제하지 않고 최근에야 합법화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규제 장벽이 높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차이죠.
하지만 단순히 규제의 차이만을 들기에는 중국의 O2O 영역은 중국인의 모든 삶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현재는 중국 고객들만 타깃이지만, 훗날 전세계의 이용자를 향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