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황조은 스포카 PR매니저
자유롭다
열정적이다
젊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 스타트업 다닌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 중 하나죠. 스타트업은 대개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자유로운 환경 속 나름의 체계를 만들며, 구성원의 열정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조직입니다. 이런 조직 안에서도 대표 생각 다르고 인턴 생각 다른 건 너무나 당연한 현상입니다.
제 일이 PR이다 보니 ‘우리 회사 기업문화 좋다’는 말을 숱하게 하고 다닌 것 같은데, 실제로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어떤지 궁금해 졌습니다. 스포카에 근무하는 80여 명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합니다.
이 내용은 지난 6월 2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마흔아홉번 째 ‘테헤란로 커피클럽’에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발표를 듣고 ‘우리 회사도 설문조사를 해봐야겠다’라는 참여자도 있었고, 내용이 기사로 재구성되기도 했습니다.
1. 스타트업 입문기와 문화 충격
설문결과 공유에 앞서, 저의 스타트업 입문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연히 PR세계에 발을 담그고 나름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달을 즈음, 2014년 말 지인의 소개로 현재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됐습니다.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마음 먹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2가지 있는데요.
1) 스쿠터 타고 온 대표님
당시 저는 재직 중이었기에 2차 면접을 보러 갈 여유가 없었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하니,대표님께서 제가 다니는 회사로 직접 찾아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이래도 되는 건지 어리둥절했지만, 그렇게 점심시간에 만나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대화로 1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헤어질 때 스쿠터를 타고 손을 흔들며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대표님의 뒷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2) 1달 간의 교류
첫 과제는 ‘지속가능한 PR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에 내가 이 회사와 맞는지, 과연 스타트업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호흡’을 맞춰보는 충분한 시간이 선행돼야 했습니다. 그래서 입사 전 1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대표님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죠. 카페에서 만나 대표님이 제시하는 키워드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서로 바쁠 때면 저는 퇴근 후에, 대표님은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전화로 30분 넘게 통화하기도 했습니다.
이직을 결정한 계기가 스쿠터와 전화통화였다니, 혹자는 이해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당시 저에게는 말 그대로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한 달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이름 모르는 벤처로 대뜸 이직한다는 막내 사원의 결정에 모든 회사 선배들이 한 마디씩 하며 말렸습니다. 갈수록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더 이상 주변 선배들의 만류에도 흔들리지 않았죠.
2. 우리가 스타트업에 다니는 이유
1) 준비
‘우리가 스타트업에 다니는 이유’에 대해 저 혼자보다는 회사 전체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 내 동료들은 왜 스타트업에 다닐까?
– 얼마나 회사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 특히 어떤 부분에 선호하고 불만이 있을까?
2) 조사
바로 구글 폼을 이용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6월 22일에서 24일, 경영진을 제외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스포카 만족도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64명이 응답해 한국 사무실(서울, 부산) 직원의 약 90%라는 높은 참여율이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설문 결과를 소개합니다.
1. 입사 형태를 알려 주세요.
1위 신입 (64.1%)
2위 경력 (35.9%)
2. 왜 입사했나요?
1위 지인 추천/소개 (34.9%)
2위 취업준비하다 보니 입사해 있었다 (25.4%)
3위 스타트업/스포카에 관심 있어서
3. 회사생활 만족도를 알려 주세요.
1위 70~90% 만족한다 (65.6%)
2위 100% 만족한다 (10.9%)
3위 40~60% 만족한다 (20.3%)
4위 0~30% 만족한다 (3.1%)
4. 회사를 다니며 가장 만족하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1위 사람이 좋다 (62.5%)
5. 그렇다면 불만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1위 연봉 등 개인 복지 (50.8%)
6. 다음 회사도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으신가요?
1위 네 (62.5%)
2위 아니요 (37.5%)
3) 정리
모든 직원이 정성스럽게 설문조사에 응해주었고, 그들이 스타트업에 다니며 느끼는 장점과 단점이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답변 중 공통으로 나온 단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나열된 단어 중 2가지 단어가 가장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첫 번째, 책임감
–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할 기회가 많다.
– 그에 대한 정당한 성과와 보람이 크다.
– 내 노력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사무실 환경이 조금 열악하고, 연봉이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스타트업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감’과 ‘주인의식’이었습니다. 한 에피소드로, 작년에 스포카는 매장에 서비스 설치를 서포트하는 단기 파트타임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당시 채용된 파트타이머는 모두가 퇴근하고도 새벽까지 야근하며 고객 매장과의 전화 업무를 처리했다고 합니다. 그 직원의 일에 대한 책임감을 높게 본 인사팀장은 그에게 정규직 입사를 제안했고, 현재까지 스포카 CS 팀의 핵심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책임감이 회사 성장에 적극 이바지한 사례이지요.
두 번째,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일주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료에 대한 믿음은 정말 중요합니다. 스포카의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직원 4명 중 3명 이상이 회사생활에 70% 이상 만족한다고 응답했는데요. 그 이유로 단연 ‘사람이 좋다’가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완벽한 회사와 동료는 없기 때문에 늘 아쉬움이 나오기 마련이겠지요. 그렇게 서로 부딪히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있었기에 의미 있는 성장과 결과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스포카 PR팀은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 혼자서 회사를 PR하고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사를 홍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제품뿐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사람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팀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은 조직 특유의 유대로 연결됩니다. 때로는 그러한 분위기 자체가 기업문화가 되고, 개인의 업무 역량 극대화로 연결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Always Evolving!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하루하루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고 느끼는 날이 많습니다. 어제는 일이 잘 풀려 기분이 좋다가도 오늘은 예상치 못한 반전에 급다운 돼버리는 날이 일상이지요.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했던 날이 지속되면서 처음과 현재의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돌이켜 보게 됩니다.
우리 회사는 ‘Always Evolving’을 지향합니다. 진화라는 단어가 추상적이고 진부한 말 같지만, 곱씹을수록 절묘한 단어입니다. 회사의 성장뿐 아니라 개인의 역량도 함께 진화돼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현재 우리는 성장이냐, 정체냐, 퇴보냐의 세 갈래길을 헤매면서 모두가 나름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내가 속한 조직은 어떻게 변했을지, 회사생활 만족도는 얼마나 달라졌을지 무척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