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호 팀장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8월 18일부터 22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심천 IT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이는 착한텔레콤의 CEO이자 커넥팅랩의 대표인 박종일 대표가 하나투어와 공동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심천에는 처음 방문했는데요. 다녀온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여기에 글로 남기고 다른 분들과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두 번째로서, 첫번째 글은 스마트폰에 대한 내용으로 작성했습니다.
이번 심천 탐방 프로그램의 3일차 오전에는 심천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IoT 전시회에 갔었고, 오후에 DJI의 플래그십 매장 방문이 있었습니다. 그 후에 저는 단체일정을 따라가지 않고 개인적으로 화창베이에 다시 가서 관심가는 상품들을 찾아봤습니다. (최근 상하이와 북경 등으로 주요 전시회를 빼앗기고 있어서 심천시는 더 큰 전시장을 건설 중이라고 현지 가이드분이 설명하시네요.)
그리고 이번 글은 그 중에서 VR, 드론, 그리고 여러 IoT 단말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1. 놀이기구로 들어간 VR
이미 국내에서도 폭풍마경을 필두로 중국 업체들의 다양한 모바일 VR 단말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서 보니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수 많은 업체들의 모바일VR 단말이 존재하고 있어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몇몇 제품을 제외하면 생김새도 거의 유사해서 제품 자체에 대해 큰 충격이나 감동이 오는 것은 적습니다. 뭐.. 이거야 예상했던 것이긴 합니다. 그래도 몇몇 제품은 색다르긴 하네요.
모바일 VR 단말과 연동되어 슈팅 게임을 할 수 있는 총 모양의 액세서리도 눈길을 끄네요. 제품 케이스에 한글이 적혀 있던 데, 국내에서도 유통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IoT 전시회에서 봤던 VR 관련 전시품 중에 저의 눈길을 끈 것은 ‘JMDM’라는 업체가 출품한 테마파크용 놀이기구입니다. 낙하산 체험,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급류타기 등 다양한 놀이 시설을 VR로 구성했습니다.
실제 체험은 유료인데요. 20위안을 내고 낙하산을 타 봤습니다. 약 5분 정도 체험할 수 있으며, 처음에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상공에서 낙하산을 맨 체로 뛰어내려 지상에 내리는 과정인데, 좌우로 흔들리고 아래에서는 바람도 나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고,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여서 놀이시설 한켠에 설치해놓으면 돈 잘 벌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화면 해상도가 너무 안좋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PC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의 그래픽이었죠. 그래도 이것만 보완되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체험하고 나오는데 제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직원이 와서 느낌이 어떻냐고 물어보네요. 다 좋은데 화면이 너무 안좋다고 안되는 영어로 설명해줬으니, 추후 그래픽 보완된 개선 버전 나오면 제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하하
모바일 VR 외에 HTC의 Vive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인 업체들도 상당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큘러스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안보이네요.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아직 정식시판이 안됐으니 그렇겠지만, 오큘러스의 경우 중국에서는 서비스가 제한된 페이스북 산하라는 점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2. 드론, 뭘 사야할지 모를 정도로 종류가 많다
심천은 DJI의 본거지입니다. 최근 국내에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서 참신함이 떨어지긴 하지만, 암튼 심천에도 당연히 DJI의 스토어가 있습니다. 이곳에 방문하니 DJI의 여러 드론을 전시하고 있었으며, 정문 바로 안쪽에 철망으로 주위를 둘러싼 공간을 만들어 드론 시연을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사진으로만 보던 DJI의 드론을 직접 눈앞에서 봤다는 것 외에는 큰 감흥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건 내가 살 수준의 가격이 아니라는 점이…)
DJI의 인스파이어 제품 시연입니다. 날도 더웠는데, 바람이 엄청 일어서 시원했네요.
그런데, DJI처럼 비싼 드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화창베이에는 건물 안의 매장들뿐 아니라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엄청난 종류의 드론을 팔고 있습니다. 가격도 1~2만원대의 소형 드론에서 10만원이 넘어가는 모델 등으로 다양합니다. (당연히 가격 흥정 가능합니다). 거리를 걷다보면 노점상들이 날리는 드론이 주위를 날아다닙니다.
저 역시 노점상에서 파는 드론 중 카메라가 달려 있는 중간 정도의 가격대로 하나 샀고, 지인의 조언대로 구매한 제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날려보니 왜 제가 조작하면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쿼드롭터 형태의 드론뿐 아니라 비행기 모양의 드론도 있습니다. 사실 드론이라고 하기는 어렵겠네요. 그냥 RC 비행기라고 해야 할까요? 스티포롬으로 만든 비행기 모양 중앙에 프로펠로가 달려 있는 형태입니다. 이것 역시 노점상에서 실제로 하늘에 날려 성능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보면서 ‘우와~’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보고 조정하라고 하면 절대로 그렇게 못하겠지요. 홈쇼핑에서 파는 주름제거기가 생각납니다. 호스트는 잘 하던데, 제가 하면 주름 절대로 안펴지더군요.
3. 너도나도 만드는 스마트워치
스마트워치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키즈폰을 만드는 키위플러스와 같은 몇몇 중소업체들이죠. 그런데 심천에는 스마트워치가 넘쳐납니다. 한 건물의 경우 한층 전체가 스마트워치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스마트워치는 ‘저런 걸 어떻게 차고 다니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자인이 투박하고 두께도 엄청납니다. 기어S나 애플워치는 디자인 측면에서는 이들의 가장 큰 벤치마킹 대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몇몇 제품은 가성비를 따지면 상당히 쓸만할 것 같습니다. 3G 스마트워치도 일부 보였으며, 용두 부분에 카메라가 있어 도촬용으로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제품도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많은 업체들이 제품 개발을 시도하다보면 중국이라는 나라 차원에서의 경쟁력은 상당 수준에 올라가겠죠.
말로말 들었던 화웨이워치도 보았습니다. 스왈로브스키와 제휴해 68개의 큐빅으로 장식된 주얼 버전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화웨이워치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정면 또는 약간 비스듬한 사진만 있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두께가 상당합니다.
한편, 키즈용 스마트워치도 넘쳐납니다. 특히 키즈용 스마트워치는 자녀위치 파악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셀룰러 통신 기능이 탑재되는 것이 필요한데, 중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IoT 전시회에서 만난 doki 스마트워치는 킥스타터에서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고, 곧 출시될 예정입니다. 킥스타터에서 30만 달러를 넘게 모았네요. 3G를 통한 영상통화가 특징입니다.
OTT 업체로서 스마트폰과 전기차로 확대하는 것으로 유명한 LeEco 역시 Kido라는 브랜드의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LTE 통신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보너스로 스마트워치는 아니지만, LeEco 매장서 발견한 스마트TV 사진 한장도 올립니다. 65인치 스마트TV입니다. 여기에 연결해 슈팅 게임을 즐기는 총도 있었습니다.
4.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래도 놀라웠던 IoT 전시회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방문한 IoT 전시회는 ‘RFID 전시회’가 모태입니다. 이는 이번 행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요. 컨벤션센터의 2~4관에서 진행된 전시회 중 가장 큰 2관의 경우 통채로 RFID 및 NFC 카드와 관련된 전시였습니다.
엄청난 수의 업체들이 참여해서 다양한 스마트카드 리더기와 카드 제조기를 전시하고 있었는데요, 키체인부터 명함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형태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기계들이 눈길을 끕니다.
3관과 4관의 경우 크기는 각각 2관의 절반 정도입니다. 3관에서는 주로 스마트홈 관련 제품들이 전시됐고, 4관에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러 IoT 단말이 있었지만, VR과 워치, 로봇 등이 주를 이룹니다.
3관의 경우 말씀드린 것처럼 스마트홈이 중심입니다. 스마트플러그, 도어 개폐, 웹캡, 온도조절기 등 다양한 센서 제품과 이를 통합 관리하는 앱 및 클라우드, 그리고 IR통합 리모콘은 많은 업체들이 출품하였고, 가정용 로봇도 있습니다.
IoT 전시회에서는 제품들 구경에 정신이 팔려서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출품한 업체들이 제품들이 다 비슷비슷했고, 국내에서도 많이 보았던 기능의 제품들도 있어서 사진을 덜 찍은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놀라운 것은 Bestfu가 ZTE의 홈 솔루션을 들고 나온 것 외에는 이번 전시회에 이름을 알만한 글로벌 대기업의 참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이런 전시회가 열리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물론, 제가 모르는 것일뿐 규모 면에서 큰 기업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로만 거대한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는 것이 중국 심천의 저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VR과 드론, 스마트워치, 그리고 다양한 IoT 제품에 이르기까지 각 부문에서 수 많은 업체들이 유사한 제품으로 경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하고 기능은 더욱 좋아지겠죠.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바로 이점이 국내와의 큰 차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국내에서도 IoT 제품들을 선보이는 기업은 많습니다. 그런데 절대적으로 그 수가 부족합니다. 말 그대로 생태계가 취약한 것입니다. 이는 부품과 유통채널 생태계에도 연이어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한정된 수요업체로 인해 부품의 대량생산이 어려우니, 단가가 올라가고 이는 제품의 기능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판매의 어려움으로 다가오지요. 국내 기반의 제조산업이 가능할까 고민이 시작됩니다.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마지막 글에는 심천에서 본 전기차들과 현지인들을 통해 본 모바일 서비스, 그리고 이번 방문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