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본력과 인구를 바탕으로 중국 IT 시장은 나날이 고속성장하고 있다. 과거 ‘후발 주자’의 모습을 탈피하고, 많은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VR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중국 VR 산업규모는 56억6천만 위안으로 2020년까지 556억3천만 위안까지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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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VR 시장은 이미 한국을 뛰어넘었고, 전략적인 투자와 제휴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 VR 포털 서비스인 ‘87870’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을 진행하기도 하고, 국내 우수 기업 발굴과 전략적 투자를 위해 국내 업체 및 다양한 협회들과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87870(해피인터렉티브 네트워크테크놀러지)은 뉴탤런트홀딩그룹의 계열사로 2011년 ‘란볼린(蓝柏林)’ 부회장이 설립했다. 87870은 2013년부터 가상현실을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중국 VR 사용자의 80%가 사용하는 최대 VR 미디어 포털로 성장했다.
* 뉴탤런트홀딩그룹: 교육, 부동산개발, 바이오메디컬, 자동차 등 다양한 방면의 산업을 아우르는 중국 내 대기업 그룹이다.
국내 업체 중 87870의 전략적 파트너로 ‘디엘360(DL360)’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 설립된 회사로 87870의 한국 진출과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으며, VR 및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 란볼린 부회장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신생회사지만,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역량을 키워가는 그들의 정체가 궁금했다. 지난 8월 17일 압구정 근처 디엘360 오피스에서 손기윤 대표와 이동산 이사(사진)를 만났다.
87870 창업자 란볼린 부회장과 디엘360 창업자인 이성원 파운더는 오래전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두 사람 모두 VR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VR포털 서비스를 준비했다. 중국에서는 87870이 VR 미디어 포털로 자리를 잡았고, 한국에서는 올해 상반기 VR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콘텐츠 전문기업 ‘디엘360’을 설립하고 손기윤 대표 및 주요 임원진을 영입했다. 이후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디엘360이 설립됐을 때, 목표는 ‘VR 콘텐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HMD 보급와 VR 콘텐츠의 인식이 저조하기 때문에 VR 콘텐츠만 제작해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현재 웹 드라마, 뮤직비디오, 전시 콘텐츠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하되, VR을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디엘360의 핵심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위해 다방면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영상, 게임, 전시 등 콘텐츠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지 않지만, 만드는 사람이 ‘재미’를 느껴야된다는 것이 손 대표의 의견이다.
“모든 사람이 재밌어하는 콘텐츠는 만들 수 없습니다. 콘텐츠마다 호불호가 나뉘기 때문이죠.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제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만드는 사람이 재미를 느껴야 하고, 어떻게 고객들에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재밌는 요소를 찾다보니, 중국과 한류(연예인)에 주력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디엘360은 애초부터 한류 콘텐츠와 VR을 기반으로 중국시장을 노렸다. 이사진 구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중국 사모펀드에 종사했던 이동산 이사가 중국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최진한 이사는 한국연예매니지먼트 협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와 한류 콘텐츠 수급 역량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자 란볼린 부회장으로부터 전략적인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창업자끼리 개인적 친분이 있기 때문에 투자를 쉽게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녹녹치 않았습니다. 상당히 오랜기간 많은 요소들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 만들어낸 콘텐츠가 최소한 잘못된 방향은 아니었다고 확인한 계기였습니다. 향후 87870의 추가 투자유치와 전략적 파트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적으로 저희를 증명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시장의 크기나 규모는 모든 면에서 다른 시장에 비해 우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객단가(ARPU)는 낮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동산 이사는 전체보다 상위 20%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IT 시장은 고속 성장했는데요. 중국은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위 20%는 더 빠르죠. 중국 시장의 평균 객단가는 일본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상위 20%의 객단가는 상당히 높죠.”
추가적으로 파편화되어 있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상위 5개의 플랫폼을 공략하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복잡한 플랫폼 때문에 많은 분들이 중국 시장진출에 고민이 많습니다. VR/비디오 영역도 요우쿠, 르티비, 화슈티비, 소후, 텐센트 등 플랫폼이 많죠. 하지만 상위 플랫폼은 억 단위 이상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상위 5개 플랫폼에 집중하면 전체 시장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플랫폼 별 유저 특성이 다르고 지향하는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플랫폼과 제휴를 진행할 것인지 또는 프로젝트 별 다른 플랫폼을 이용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국가적인 이슈가 발생하면서 디엘360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번 이슈 때문에 오히려 다른 시장 진출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번 차이나조이 때 중국기업들과 이야기된 부분도 많았습니다. 국가적인 이슈로 중국과 관련된 몇몇 계약이 연기되기도 했지만, 조만간 다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회적으로 MCN을 통해 두드려 볼 계획이 있습니다. 또는 내년 진출을 생각하고 있던 일본이나 동남아 시장진출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첫발을 내딛는 디엘360의 올해 목표는 매출이나 이익 등 딱딱한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구성원 모두가 즐기며 만들 수 있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 10편 이상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디엘360을 아직 어떤 회사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재미, 중국, 한류 등의 요소를 통해 재미있고 가치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