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호 팀장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8월 18일부터 22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 ‘심천 IT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이는 착한텔레콤의 CEO이자 커넥팅랩 대표인 박종일 대표가 하나투어와 공동 주관한 행사입니다. 심천에는 처음 가 본 것이었는데요. 다녀온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다른 분들과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글은 프로그램의 일정 순서가 아니라, 제가 맘대로 재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첨부한 사진들은 제가 직접 찍은 것입니다) 그리고 총 3편의 글로 정리하는데, 이번 글은 그 첫번째 입니다.
1. 화창베이의 첫인상
심천 공항에 도착한 순간 느낀 점은 역시 덥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서울에서 상당히 단련(?)을 한 덕분인지 생각보다는 견딜만 했네요.
그리고 화창베이의 규모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저는 단체 일정을 포기하고 개인적으로 돌아다니기도 했는데요. 전날에 본 인상깊은 매장을 다시 가려고 하니 잘 못찾겠더군요.
수 많은 건물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큰 길가에 위치한 하이마트 같은 매장들. 여기는 상점들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내부도 환한 조명에 제품들도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다루는 제품은 주로 스마트폰과 TV, 가전제품들입니다.
그러나 뒷쪽으로 갈수록 건물도 오래되고, 내부도 약간은 어두울 뿐 아니라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매장 직원들이 종이 쓰레기를 통로로 그냥 휙 던져서 버립니다. 나중에 청소부가 한번에 정리하는 것 같네요). 여기서는 다양한 액세서리, 드론, 헤드셋, 전동 스쿠터 등 말 그대로 전자제품 중 없는 것이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용산과 비교하면 앞쪽은 지하철역과 연결된 용산전자상가, 뒷쪽은 나진상가 분위기라고 하면 느낌이 전달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열기는 뒷쪽 건물들에서 더 잘 느껴지네요. 조립과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마이크로SD 카드 파는 것을 봤는 데, 우리나라처럼 하나하나 포장해서 파는 것도 있지만, 그냥 비닐봉지에 수십개의 SD카드를 케이스 없이 담아 팔기도 합니다. USB 메모리는 케이스와 용량을 정하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스마트폰도 중고품의 경우 판매와 수리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젊은 아가씨들이 납땜기를 들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죠.
2. 화창베이의 스마트폰
화창베이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의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가격으로 보면 분명히 짝퉁이라 느껴지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정품같은 아이폰과 갤럭시도 넘쳐납니다.
그리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수 많은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사업 차 매월 방문한다는 착한텔레콤의 박종일 대표에 따르면 동일 장소에서 한달 사이에 매장이 뒤바뀌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합니다.
각 업체의 전문매장이 아닌 일반적인 매장에서 가장 앞에 내놓은 스마트폰은 역시나 아이폰이지만, 화웨이, 오포(Oppo), 그리고 비보(Vivo) 단말들도 상당합니다. 역시나 중국에서 최근 샤오미를 밀어내고 급격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보입니다. 송중기는 Vivo 모델로 사진이 넘쳐납니다.
LeEco의 Le Max2와 신흥 브랜드 Nubia의 스마트폰입니다.
삼성은 중국 특화 ‘갤럭시C’로 새롭게 공략 중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아이폰과 좀 많이 닮았어요. (정리하다보니 정작 단말 사진은 없네요.)
OTT 동영상 서비스로 알고 있는 PPTV도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을 판매 중입니다.
제가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단말은 처음 들어본 브랜드였는데요. 바로 ‘ivvi’입니다. (찾아보니 쿨패드의 서브 브랜드라고 합니다.)
외형은 아이폰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스냅드래곤 430을 장착하여 최신 AP를 탑재한 것은 아니지만, 나머지 스펙은 모두 최상급입니다. 카메라도 후면 1300만 화소이고, 전면은 800만 화소입니다. 무엇보다 접사를 해봤는 데, 오토포커싱 속도가 장난 아닙니다. 전체적인 완성도 역시 상당하고요. 다만, 가격은 4GB 램, 64GB 스토리지 모델의 경우 2499위안으로 싼 가격은 아닙니다. 그리고 쿨패드(ivvi)가 최근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결과를 거두고 있기에 단말의 완성도와 성공여부는 별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단말에서 가장 놀랐던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지문인식입니다. 단말 후면에 지문인식 센서가 있는 데, 손가락 다섯개의 지문을 등록하고 각 손가락으로 잠금해제 할때마다 서로 다른 앱을 실행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지로 잠금해제하면 홈화면, 중지를 인식시키면 잠금해제와 동시에 위챗을 실행하는 형태입니다. 직접 시연하는 것을 봤는데, 속도도 상당히 빨랐습니다.
카탈로그를 보니, 이 단말을 사면 LeEco의 OTT 서비스 1년 이용권을 주는 것 같습니요. (ivvi는 쿨패드의 자회사이고, 최근 쿨패드가 LeEco에 인수되어 가능하겠죠.)
이처럼 너무 많은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쟁을 하는 과정은 삼성과 LG전자, 애플이라는 3개 업체의 경쟁으로 수렴되는 국내 상황과 너무나 비교됩니다. 물론 중국도 저가 상품의 경우 품질이 눈에 보일 정도로 좋지 않았고, 화웨이나 오포, 비보가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도,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새롭게 도전하고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더욱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당장, 현재 대한민국에서 삼성전자가 휘청한다면 국내 스마트폰 산업이 붕괴되는 수준이 되겠지만, 중국의 경우 화웨이가 휘청해도 새로운 현지 업체가 그 자리를 메꾸겠지요.
3. 중국의 스마트폰 OEM 업체
‘심천 IT 탐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 저력 중 하나를 알 수 있는 스마트폰 OEM 업체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방문한 OEM 업체는 신태그룹(Sintave)으로, 현지 OEM 업체 중 중간 규모의 공장이라 합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조립 라인에도 들어가서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거라 했었는데, 최근 생산을 시작한 모 업체의 플래그십 단말에 대한 보안요청 때문에 모든 카메라 장비는 허용 금지되어 라인은 창 밖에서만 보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중급 규모라고 하지만, 월 35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을 알만한 업체의 스마트폰에서부터 전혀 들어보지 못한 업체의 피처폰에 이르는 다양한 단말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피처폰은 중동으로 수출되는지 상자에 아랍어가 쓰여져 있었습니다.
조립공장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에서는 부품 분류 등의 작업, 2층에서는 칩에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3층에서 조립 및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를 직접 다루는 곳은 먼지 문제로 복도에서 보지도 못했습니다.
인상깊었던 점은 2층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과정에서 사람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칩을 설비에 연결해서 PC를 통해 동시에 5-6개의 칩에 일괄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하는 것이었는데, 한쪽에서는 자동화 장비가 동일한 작업을 수행 중이었습니다. 해당 기계는 일본 메이커의 제품이었으며, 약 30여명 근로자를 대체한다고 합니다. (최근 1-2년에 걸쳐 연간 20%씩 임금이 올랐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공장 홍보 담당자(?)의 회사설명 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됐습니다. 화웨이와 오포가 스마트폰 핵심 부품(어떤 것인지 여기서 대놓고 말하기는 좀 그렇네요)을 휩쓸어가고 있어서 중소 업체들이 부품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해당 부품은 공급부족으로 최근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합니다. 신태그룹의 조립 라인 중 1-2개 라인이 실제로 멈추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중국에서 제2, 제3의 오포를 꿈꾸는 업체들이 상당 수 있을 텐데, 이들이 기존처럼 치고 나가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핵심적인 부품을 화웨이나 오포가 대부분 가져가면, 현재 중소 업체들은 부품 확보 어려움으로 인해 생산량 증대와 낮은 가격 책정이 더욱 어려워지겠죠. 중국 시장도 어찌보면 화웨이와 오포/비보 등의 굳히기가 시작되면서 경쟁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앞으로 심천 방문기를 2번 정도 더 쓸 예정인데, 다음 글은 드론, VR, IoT 단말을 주제로, 그리고 마지막 글은 전기차와 심천에 대한 종합적인 느낌을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