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협의체, ‘스타트업 포럼’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사실상 총대를 멘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에 요기요의 알지피코리아와 여기어때의 위드이노베이션, 온오프믹스 등 업계를 대표하는 쟁쟁한 스타트업들이 참여한다는 소식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우아한형제들에 문의를 하니 포럼 출범은 사실이지만, 아직 가시적인 청사진을 보여줄건 없다고 합니다. 최근 푸드테크 협의회 출범에 있어서는 미온적 반응을 보이던 우아한형제들이 이번 포럼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9월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답니다.
이들은 왜 뭉칠까요?
우아한형제들에서는 ‘협력강화 및 우호증진’이라며 두루뭉실하게 말했지만, 사실 ‘힘을 모으기 위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카피 논란에 정부의 말도 않되는 규제들…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뭉치는 것 아니겠어요? 이후 대체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니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핀테크협회, 포럼의 ‘도그싸움’을 팝콘 먹으면서 흥미진진하게 본 입장에서 사실 ‘씁쓸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대로 굴러갈까요?
뭐 제대로 굴러가겠지만, 솔직히 스타트업들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가며, 당연하지만 세상의 법칙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가이드 라인이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과연 이들이…?
그러나 더 씁쓸한 것은 이렇게라도 뭉쳐야 하는 스타트업 업계의 상황입니다. 육성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되어야 할 이들이 어쩌다가 포럼까지 만들어 대응에 나서는 상황이 된 것일까요.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만약 해당 포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생긴다면? 스타트업이 버틸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은 최신 스마트폰에 공공 앱 선탑재도 하는,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내는 곳입니다.
음,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우려가 더 고개를 듭니다. 취지도 좋고 적극적으로 응원하지만, 이들이 오히려 슈퍼갑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스타트업 업계를 취재할 때마다 절절하게 느끼지만, 스타트업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있습니다. 최근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있어요. 가끔 스타트업 업계에도 학연과 지연이 작동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위 잘 나가는 포럼은 그들끼리 뭉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위험도 있습니다. 물론 포럼은 ‘뜻을 함께한다면 문이 열려있다’는 입장이지만, 글쎄요. 일단 모인 이들의 면면을 보세요. 그들의 매출을 보세요. 이름값을, 화려함을 보세요.
물론 이해합니다. 막무가내로 아무나 받아들이기에는 조직이 느슨해질 수 있고 동력이 살아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문은 열려있다’라고 말하면서도 나름의 조직 관리를 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높습니다. 이 부분이 염려가 되네요.
개인적으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의 대기업화’입니다. 최근 구글의 핵심인재들이 유출되는 결정적 배경이 바로 대기업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포럼의 등장을 격하게 환영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방법은 저도 몰라요. 그저 스타트업의 야성을 잃지말고 부당한 규제에 당당히 맞서면서 최대한 공리적 입장을 취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