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바이두는 중국 최대의 검색엔진 플랫폼이자, 유일하게 구글에 맞설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3억 중국인의 70%가 바이두를 사용한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서비스임에는 분명합니다.
수익도 안정적입니다. 2016년 1분기 매출은 24억5000만 달러(약 2조8600억원)며, 순이익은 3억810만 달러(약 4284억3450만원)입니다. 신사업 때문에 19% 정도 순 이익이 하락했으나, 매출 측면에서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성장세를 지키고 있죠.
기술 영역에서도 선도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딥러닝의 권위자로 불리는 앤드류 응을 영입해 인공지능 영역까지 뛰어들었죠.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는 6개월 전 구글의 뒷마당인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 센터를 개설함으로써 혁신을 향한 야망을 드러냈다. 바이두는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를 시작했던 스탠포드 연구원 앤드류 응에게 이 센터를 이끌게 했다. 응은 ‘딥 러닝’의 권위자다. 딥 러닝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컴퓨터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함으로써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만드는 연구다. 2012년 수백만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컴퓨터가 ‘고양이’를 스스로 인식하도록 가르쳤던 연구팀에 그가 속해 있었다. - “중국의 구글” 바이두의 앤드류 응, 인공지능 혁신 이끈다(WSJ 2014년 보도)
바이두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과학기술 전문잡지인 MIT 테크놀로지에서 선정한 혁신 기업 2위에도 올랐습니다.
바이두가 미래 기술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플랫폼을 향해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겠죠. 네가 MIT의 권위를 무시해? 아..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바이두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웨이쩌시 사건’이 있죠. 시안전자과기대 학생이던 웨이쩌시는 근육과 힘줄 등에 생기는 악성종양 ‘활막육종’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두에서 검색해 나온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습니다.
불법 시술을 하는 병원의 잘못된 치료를 받고 숨진 것입니다. 문제는 바이두가 그 병원의 광고를 받아들여 검색 결과로 나오게 했다는 것입니다.
웨이쩌시 사건이 발생하기 전 중국에서 검색 광고나 추천 서비스와 관련된 규정이 없어 바이두가 특정 병원을 추천 명단에 올리는 것은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바이두가 사실상 독점하다시피한 검색 시장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건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셰주어시(謝作詩) 저장재경대학 교수는 “바이두는 광고물이 담고 있는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별할 의무가 없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구글이 들어오지 못한 중국 검색 시장에서 바이두가 가지고 있는 비중이다. 구글이 바이두보다 이용하기가 100배 더 좋다고 해도 구글이 열리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 바이두는 왜 비판을 받고 있나(경향신문)
이에 바이두의 리옌홍 대표는 내부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경영진부터 직원까지 모두 단기 KPI를 쫓는 바람에 바이두의 가치관이 변질되었습니다. 성과 성장이 고객들의 체험보다 더 중요하고, 간단한 경영이 간단해서 믿을 수 있는 가치(바이두의 사명)를 대체했습니다. 우리와 고객 사이가 점점 멀어지게 되면, 우리와 창업 초기부터 지켜왔던 사명, 가치관은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만약 고객의 지지를 잃고, 가치관을 잃으면 바이두는 30일 안에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 대학생 의료사망사건을 둘러싼 바이두 CEO의 반성문
하지만 리 회장의 반성문으로는 중국인들의 돌아선 마음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이들은 ‘흑색 광고로 돈을 버는 곳’, ’돈 벌기에 혈안이 돼 이용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곳’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죠.
설상가상으로 며칠전엔 바이두가 검색 광고 영역에 도박 사이트 광고를 노출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18일 새벽 2시 검색창에 ‘新葡京’을 입력한 결과창에 노출된 4개의 검색광고가 모두 도박사이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회사들은 허위 서류를 통해 바이두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바이두의 자질 검사 프로세스에 구멍이 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중국 광고법은 광고주와 매체에 연대책임을 지우고 있는데요, 만약 바이두가 광고주의 자질이 부족함을 알고도 광고를 게시하였다면,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두 왜 이러나…검색광고에 도박광고 노출(모비인사이드)
다소 억울할 정도로 안좋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습니다. 하지만 비판의 수위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높습니다. 인터넷에서의 반응을 살펴보면 많은 숫자의 중국인 네티즌들이 바이두 자체의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바이두의 서비스들이 모바일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티엔티엔용처와 51용처라는 두 종류의 로컬 차량 O2O 서비스 및 우버차이나에 투자를 했으나,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투자한 디디추싱에 완전히 밀린 모습입니다.
모바일 큐레이션 서비스인 바이싱왕에 투자했으나,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투자한 58통청에 밀렸습니다. 자체 배송 서비스 바이두 와이마이는 알리바바의 어러머, 텐센트의 메이투안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하죠.
간편결제 서비스인 바이두치엔바오(百度钱包)는 어떤가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되지 못합니다. 안쓴다는 얘기죠.
다만, ‘트래픽’ 측면에서 바이두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최근 중국 MCN 스타(왕홍)인 파피장이 바이두와 함께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했는데, 동시 시청자수만 2000만이 넘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무언가를 검색하고자 할 때 70%의 사람들이 바이두를 찾습니다. 그만큼 강력한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PC 시대의 레거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이두는 이러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인공지능, 무인차 등의 프로젝트를 발표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구글 따라하기(山寨)’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상황인 것이죠.
중국인에게 바이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적어도 중국 대륙에서는 대체할만한 검색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죠.
허나, 최근 중국인들이 웨이쩌시 사망 사건과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 승인 등의 문제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면에는 독점적인 서비스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술 기업이 아니라, 돈 벌기에 집중된 곳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입니다.
리옌홍 회장이 지난 반성문에서 언급했듯 바이두에 남은 과제는 결코 가벼워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