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부터 17일, 5일간 코엑스에서 국내 캐릭터가 총 집합한 ‘캐릭터 라인선싱 페어’가 진행됐다. 뽀로로, 또봇, 타요, 구름빵, 외계돼지 피피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좋아하는 다양한 캐릭터들로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사기간 동안 여러 업체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연과 이벤트가 진행됐는 데, 그 중에서도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대기행렬은 유난히 길었다.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도티’와 ‘잠뜰’ 등이 소속되어 있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회사(MCN)이다. 부스에서는 ‘도티&잠뜰’ 인형을 나눠주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는 데, 10대 초반 아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었다.
그들의 인기는 익히 들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체험하니 매우 놀라웠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만든 캐릭터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에 국내 MCN의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어떻게 ‘도티’는 10대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까. 지난 7월 27일 크리에이터이자, 샌드박스 네트웍스 창업자인 ‘도티(나희선 샌드박스 이사)’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콘텐츠는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이야기나눴다.
방송국 PD를 꿈꾸던 그는 군생활을 끝나고 학교에 복학하면서 ‘유튜브’라는 뉴미디어에 주목하게 됐다. 2012년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 때문에 유튜브 열풍이 뜨거웠고, 그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유튜브 콘텐츠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당시 구글 코리아에서 근무하던 대학친구가 많은 도움을 줬는데, 그 친구가 현재 샌드박스 이필성 대표이다.
“방송을 시작한지 3개월 쯤 됐을 때, 하나 둘 구독자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소통하는 게 매력적이었죠. 이후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서 콘텐츠를 만들면 나만의 길이 보일 것이라 생각했죠. 당시 구글 코리아에서 근무하던 이필성 대표가 유튜브 관계자분들을 소개해주면서 유튜브가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1세대 크리에이터는 아프리카TV를 중심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유튜브로 콘텐츠를 재유통했다. 아프리카TV로 형성한 팬층이 유튜브 구독자로 자연스럽게 유입된 셈이다. 반면 도티의 주요 콘텐츠 유통 채널은 유튜브였다.
“당시 라이브 방송이 트렌드였습니다. 유튜브를 주요 채널로 시작했지만,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배웠습니다. 매순간 방송에 집중해야 하고, 2~5시간 톤앤매너도 유지하면서 방송 기술이 많이 늘었죠. 당시 아프리카TV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채널은 ‘다시보기’ 용도로 사용됐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달랐죠. 유튜브는 아프리카TV와 다른 채널이기 때문에 각 콘텐츠마다 기승전결이 있고, 언제 시청해도 이해되도록 기획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라도 시청자에게 노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는 양질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최선의 방식으로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노출되도록 채널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따라서 콘텐츠가 메인 페이지 상위에 노출됩니다. 전체 시청시간과 사용자 반응(좋아요, 댓글 등)의 비중이 큰 편이죠. 이를 위해 영상 제목, 설명 태그, 썸네일 이미지 등 다양한 요소를 적절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간과할 수 있지만, 콘텐츠 퀄리티 다음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콘텐츠의 검색과 노출을 최적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도티TV’는 게임인 ‘마인크레프트’ 세계에서 콘텐츠를 만든다. 단순한 게임처럼 보여도 특정한 룰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서 다양한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 방대한 세계와 아기자기한 캐릭터 덕분에 마인크레프트 방송은 10대에게 인기가 높다. 그는 타깃 시청층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청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의 인간적인 매력이 중요하죠. 크리에이터는 타깃 시청자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들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르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10대가 주로 사용하는 카카오스토리, 자캐(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소모임 또는 팬카페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합니다. 10대가 사용하는 말투를 익히기도 하고, 그들이 요청하거나 관심있어 하는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죠.”
현재 도티TV는 약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는 애니메이션 채널 ‘애니맥스’에 ‘도티&잠뜰TV’가 정규 편성되기도 했다. 유튜브에 게시됐던 영상이 방영되는 형태지만, 기존 미디어의 제작공식과 흥행 코드의 패러다임을 바꾼 행보이다. 이는 IP 사업의 흥행으로도 연결됐다.
“영속성 있는 캐릭터가 있을 때,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도티와 잠뜰 캐릭터를 오프라인에서도 쉽게 소비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각 연령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있는데요. ‘뽀로로’, ‘라바’ 등이 영유아를 대표하고, ‘마블’, ‘디씨코믹스’는 성인들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10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없었죠. 그 공백을 도티와 잠뜰이 잘 파고든 것 같습니다.(웃음)”
2013년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 그는 무명 크리에이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채널을 운영하는 꾸준함과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전략적인 운영이 현재의 ‘도티’를 존재하게 만들었다. 그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매일 새롭게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도티TV를 시청하는 10대가 20~30대가 되어도 항상 그 자리에서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늘 고민입니다.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마찬가지겠죠.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핵심은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육성에도 힘쓸 예정입니다. 10~20년 뒤에는 100년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