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한국 연예인들의 전성시대이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최고조에 이른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대박 드라마의 제작사보다는 연예인 자체의 인기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듯 하다. 안타깝게도 과거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안재욱, 배용준, 권상우, 이영애 등은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수혜의 폭이 좁았다. 무엇이든 너무 빠른 것도 좋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 비교적 최근에 인기를 끈 상속자들의 이민호,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이 쌍끌이로 히트를 칠 때 저들이 각각 한해에 중국에 벌어들이는 매출이 200억을 초과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최근 태양의 후예로 대박을 터뜨린 송중기는 저 둘을 합한 것 이상의 매출을 혼자서 낼 전망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늦게 성공할수록 거둬 들이는 매출도 함께 오른다. 일년 늦게 비슷한 대박을 터뜨리면 두배의 매출을 올린다. 황의법칙도 아닌 김의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이정도로 시장이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송중기는 중국의 모든 영화, 드라마, 광고의 타켓 1순위다. 섭외가격은 상상 그 이상이다. 심지어 나에게도 백지수표를 줄테니 섭외해 달라는 광고청탁이 들어왔을 정도이다. (꽌시를 동원해서 어렵게 소속사와 연락이 닿았으나 거절당했다. 이미 동종업계의 다른 광고계약이 완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근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예인은 ‘이광수’다. 이광수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고정출연하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런닝맨 이전에 이광수는 모델출신의 연기자 지망생으로 ‘거침없이 하이킥 시즌2’에서 작은 역할을 하나 맡은게 전부일 정도로 특별한 경력이 없었다. 오로지 런닝맨을 통해서 스타가 된 특이한 케이스이다. 그것도 한국에서가 아닌 해외에서 말이다.
사실 런닝맨의 한국 시청률은 진작에 폐지가 되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인데, 뜻밖에 중국어권과 동남아, 아랍까지 해외에서 폭넓은 인기를 구가하며 지금까지도 제작이 되고 있다. 제작지원도 해외에서 워낙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섭외는 넘쳐난다고 한다.
특히 중국에서 놀라운 인기를 구가하는데 고정 출연진 모두가 상당한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심지어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지석진이 작년에 새로 들어간 소속사(FNC)를 나와 별도 독립을 할 정도로 중국에서의 인기가 상당하다. (심지어 지석진은 중국에서 중국어 앨범도 냈을 정도이다. 가수가 된 것이다)
중국의 저장위성TV에서는 런닝맨의 판권을 공식 구입해서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奔跑吧兄弟)’를 제작했고 동시간대 1위를 월등하게 유지하면서 런닝맨 IP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신기하게 이 IP를 활용한 게임은 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MCN 관계자, 방송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이구동성으로 런닝맨은 역시 중국판보다 한국판이 더 재밌다고 한다. 일반인 시청자들도 그렇다고 하는데 가장 큰 이유로 이광수라는 캐릭터의 존재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광수라는 캐릭터는 꽤나 입체적인데 중국에서 예능을 하는 연예인 중에 그런 캐릭터가 없다는 설명이다. 가령 잘생긴 사람, 운동 잘하는 사람, 웃긴 사람, 머리좋은 사람, 바보 등의 캐릭터들이 있다면 중국 런닝맨에서는 오직 하나의 캐릭터로 표현되는데, 한국 런닝맨에서는 각각의 출연자들이 최소 2가지 이상의 입체성을 보여주고 (그래서 반전의 묘미를 주고) 그중에서 이광수는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입체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키 크고, 잘생기고, 유머스럽고, 어떤 때는 바보 같고, 어떤 때는 영리해 보이고, 어떤 때는 가볍고, 어떤 때는 진중하고 등등 도무지 고정되지 않은 입체성을 갖춘 그의 존재에 대해 다들 극찬을 한다.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았는데, 연기에서도 그런 느낌이 확실히 보인다.
그와 비슷한 수준의 인기를 구가하는 ‘김종국’이 있지만, 주로 힘 쎈 상남자이면서 여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부드러움의 양면성만을 갖추었다면 이광수의 경우는 상황에 따라 늘 새로운 변신이 가능한 카멜레온 같은 캐릭터라는 점이 런닝맨의 재미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라는 이야기가 주요한 골자였다. 꽤 흥미로웠다.
대체로 최근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이 하나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에 많이 몰두한다. 미친놈, 돌아이, 상남자, 능력자 등등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잡아 나가고 이후에 하나의 고정된 포맷으로도 얼마든지 시청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중국에서는 하나의 고정된 캐릭터보다는 다양한 반전이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인기라고 하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나름 한국과 중국 예능의 선호도가 다른 셈이다. 중국 방송용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 혹은 MCN도 그런 맥락에서 캐릭터를 잡는데 한번 연구해 볼 가치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