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화두가 되면서 이와 함께 여행, 쇼핑 시장도 주목을 받았다. 이용자는 물리적 제약 없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주위를 구경하거나 상품을 확인할 수 있고, 기업입장에서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VR 중심의 온라인 쇼핑몰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해외 업체들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미래 먹거리를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VR 쇼핑은 생소하다. VR의 대중화가 부족하하고, 시장 크기가 작아서 선뜻 시작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최근 홍콩에서 진행된 라이즈콘퍼런스에 참여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VR 쇼핑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VRex(이하 브렉스)’를 만났다. 브렉스는 올해 1월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가상현실에서 디자이너와 바이어(편집샵, 백화점, 브랜드 등)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 그들은 어떤 비전을 바라보고 VR 쇼핑 플랫폼을 준비하게 됐을까. 지난 6월 2일 홍콩 라이즈콘퍼런스에서 이루디 대표, 강희석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패션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기 원한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상품을 전시할 수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으로 장기간 운영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가상현실에서 디자이너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

“패션 트레이드 쇼(Trade Show, 비즈니스상의 거래를 주체로 한 견본시장이나 상품 전시회 – 패션전문자료사전)에 참여하려면 최소 3천달러 이상의 운영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거래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죠. 이커머스의 경우 단적인 이미지로 상품을 보여주기 때문에 입체감이 중요한 패션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브렉스의 VR 쇼핑 플랫폼은 360도 영상을 기반으로 모델이 옷을 입었을 때 모습을 보여준다. 흔히 VR 쇼핑이라고 하면 입어보고, 신어보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브렉스는 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저희 플랫폼은 영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보다 사람이 직접 착용한 모습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좋죠. 입고, 신어보는 등 인터렉티브 요소를 추가할 수 있지만, 바이브(VIVE) 정도의 고가 장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비싼 VR 장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죠. 따라서 저희는 모바일에서 쉽게 구동되는 VR 쇼핑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패션 시장이 트랜드에 민감한 만큼 화려한 VR영상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브렉스는 영상미보다 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콘테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었다.

“화면 픽셀이나, 화질 등은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고민은 가상현실을 통해 바이어가 디자이너의 상품을 효과적으로 발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죠. 영상을 기획할 때, 장소도 스토리의 일부로 생각합니다. 장소를 통해 기획의도를 전달할 수 있고, 환경적인 요소에 따라 상품이 돋보일수도 있죠.”

이 대표는 VR 쇼핑에서 이용자 데이터와 트래킹도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가상현실에서 이용자의 시선을 쫓아가다보면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고 제품 생산 및 매장 운영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이용자들의 시선을 분석할 수 있는 트래킹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고 있습니다. 히트맵을 통해 이용자 시선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트랜드를 파악하고, 바이어는 제품을 추천하거나 재고관리 등 효과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죠.”

브렉스의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글로벌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 올해 ‘Slush Asia’. ‘Rise conference’에 참여했고, 오는 6월 29일 상하이에서 진행되는 ‘MWC Shanghai’도 참여한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VR 쇼핑에 대한 반응이 더 크다고 했다.

“여러 국가간 디자이너와 바이어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해외 콘퍼런스를 다니면 중국, 싱가폴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브렉스는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위한 이들의 노력이 향후 패션, 쇼핑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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