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홍콩에서 아시아 스타트업 축제인 ‘RISE Conference(라이즈콘퍼런스)’가 성황리에 진행됐습니다. 3일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트업 및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그들이 바라보는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첫번째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여성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제니 리(Jenny Lee)’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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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Lee는 2년 연속 라이즈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했다. (사진: Rise Conference)

글로벌 스타트업과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제니 리(Jenny Lee, 이하 제니)’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2015년 여성 최초로 포브스가 선정한 10대 투자자/벤처캐피털리스트에 선정됐다.

그녀가 속한 ‘GGV Capital’은 2000년 설립된 벤처캐피털 회사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을 거점으로 모바일, IoT, 인터넷, 소셜,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사운드클라우드, 아고라, 글루, 추콩테크놀러지 등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로 유명하다.

제니는 GGV Capital에 첫 중국인 직원으로 중국 지사 설립 및 운영을 담당했다. 또한 그녀는 hiSoft, 디디추싱, 추콩테크놀러지, YY, Yodo1 등 16개 회사에 23차례 투자를 이끌기도 했다.

그녀는 2년 연속 라이즈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해 스타트업 관계자들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세계를 누비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그녀와 중국 시장과 VC 역할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왼편부터 Jenny Lee GGV Capital 파트너, 심상용 모비인사이드 에디터
왼편부터 Jenny Lee GGV Capital 파트너, 심상용 모비인사이드 에디터

중국은 13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글로벌 회사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중국은 처음부터 혁신적인 나라는 아니였다.

“온라인이 등장하고 초기 5년은 미국 서비스를 복사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미국 서비스를 중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는 수준이였죠. 하지만 지난 5년, 모바일 인터넷 산업이 떠오르면서 중국 회사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 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다수의 해외 투자와 상장도 이뤄졌다. 제니는 인터넷 시대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는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IPO 시장은 약 5배 정도 성장했습니다. 특히 2014년부터 2015년 많은 투자가 이뤄졌죠. 중국 회사의 성장을 지켜보면 놀랐습니다. IT 기술을 아웃소싱하는 hiSoft는 100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15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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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shutterstock

중국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큰 시장이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선 글로벌적인 시야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6억~7억 모바일 인구를 갖춘 중국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지만, 경쟁 또한 치열하죠. 중국에 진출한다고 해서 글로벌 시장을 배재해서는 안됩니다. 다른 나라에 이미 유사한 서비스가 있을 수 있고, 추후 경쟁자가 될 수 있죠. 늘 글로벌 진출에 대비해 다양한 시장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 행사가 진행된 홍콩(인구 약 700만 명)은 중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작은 시장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다양한 인종의 스타트업 대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무엇이 그들을 홍콩으로 이끌었을까. 제니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홍콩이 스타트업에게 좋은 시장이라고 답했다.

“홍콩은 독특한 지역입니다. 등 뒤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가 모여있죠. 홍콩의 작은 경제 환경은 로봇 리서치, 인공지능 등 다양한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글로벌 회사가 진출하기 어려운 반면, 홍콩의 정책은 자유롭죠. 이 때문에 다양한 나라에 인재가 홍콩으로 모이는 것 같습니다.”

홍콩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스타트업 대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홍콩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스타트업 대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온라인,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세계에서 수 많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스타트업의 가치를 예측하고 그들에게 자금적인 도움을 주는 투자자이다. 하지만,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의 미래 가치를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투자를 진행할 때, ‘확신’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대표는 회사의 성공과 비전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확신을 가지고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24시간 매일매일 고민해야하죠. 이 신념을 투자자 및 직원들과 공유해야 하고, 그들이 자신의 신념을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신념이 강하더라도 모든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녀는 매순간 다양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스타트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회사에 맡는 구성원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죠. 다음 단계로는 시장에서 위치 선정 등 전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해야 하죠. 마지막으로 큰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을 생각해야합니다. 새로운 기술로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많이 남아있죠. M&A(인수합병), 투자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흔히 벤처캐피털리스트(VC)의 역할을 ‘자금 공급’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제니는 투자 뿐 아니라 훌륭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매우 외롭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할 대상을 찾기 어렵죠. 이 때,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사업의 동반자로서 그들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 나누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한 회사의 모든 팀원들과 새벽 1시까지 이야기하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죠.(웃음)”

스타트업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성공의 길로 가는 정답 또한 정해져있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스타트업 성공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결같이 답했다. 비즈니스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 듯,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기업의 비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투자자를 만나는 것. 그것이 스타트업의 핵심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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