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간 라면 소비량 약 35억개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 72.4개
라면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인스턴트 음식이다.
한국인이 라면을 사랑하는 만큼 시중에는 다양한 라면이 유통되고 있다. 라면이 트렌드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몇년 전에는 나가사키 짬뽕, 꼬꼬면과 같은 하얀국물 라면이, 올해 초에는 짬뽕라면이 열풍이었다. 특히, 짬뽕라면의 인기에 유튜버나 블로거들은 진, 맛, 불, 갓 등 각각의 라면을 비교하는 콘텐츠를 만들었고,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짬뽕라면 특집이 방영되기도 했다.
라면 블로거로 소개된 ‘라면정복자 피키(지영준)’를 알게 된 계기도 이러한 열풍 때문이었다. 우연히 그의 블로그에 방문했는데, 그에게 라면 블로거보다 ‘라면 전문가’라는 명칭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블로그에는 수백종류의 라면에 대한 핵심 정보들이 하나하나 자세히 소개돼 있었다.
왜 그는 ‘라면’에 꽂혔을까? 지난 4월 27일 스카이프를 통해 그가 라면과 사랑에 빠지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라면정복자’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세상에 모든 라면을 먹어보고 소개하는 꿈을 지닌 젊은 청년이었다. 라면 블로그를 시작한지 2년 8개월 차. 그가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며 밤을 지세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직 중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PX에서 라면을 하나씩 먹어보기 시작했죠. 생각보다 라면 종류가 엄청 많더라구요. 그러던 중 외국의 라면 블로거인 ‘한스 리네쉬’를 보고 영감을 받았죠. 우리나라는 라면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전문적으로 라면을 소개해주는 분들이 없더라구요.”
사람의 기호나 취향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음식 블로거에게 ‘맛’ 평가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그는 객관적인 리뷰를 위해 두 가지 사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면을 먹을 때 두 가지 사항은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첫번째는 물의 양입니다. 물의 양에 따라 라면 맛이 미세하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봉지라면의 경우 표준 물량을 지키기 위해 개량컵을 동원하기도 하죠.(웃음) 두번째로 배고픈 상태에서 절대 먹지 않습니다. 배고플 땐 뭐든지 맛있잖아요. 그래서 식후 2시간 이후에 오래 음미하면서 먹는 편입니다.”
그는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도 맛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고 밝혔다.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재료가 어떤 맛으로 표현되는지, 어떤 향과 어우러지는지 등 재료, 면발, 다른 라면과의 차이점을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라면과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진’ 또한 맛의 객관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처음 콘텐츠를 만들 때 사진에 큰 비중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평가를 잘해도 사진을 맛없게 찍으니까 독자들의 반응이 안 좋더라구요. 사진을 못 찍는다는 평가도 종종 받았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도 스마트폰에서 DSLR로 바꿨죠.(웃음) 각도와 조명을 일정하게 하고 면발과 건더기 스프 위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독자들의 반응은 중요하다. 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주제를 선정하기도 하고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아지기도 한다.
“블로그에 올린 단일 제품 리뷰가 많아지면서 여러 라면을 비교,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후 매운라면 추천, 짜장라면 추천 등 그동안 작성한 리뷰를 정리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했죠. 이 때, 하루 방문자가 2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독자분들이 제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는 블로그와 포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콘텐츠 플랫폼이지만,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엄연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블로그에 단일 제품리뷰와 특집 리뷰를 모두 올렸습니다. 이후 블로그와 포스트를 운영하면서 콘텐츠의 영역을 나눴습니다. 블로그에는 단일 제품 리뷰 위주입니다. 한 제품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반면 포스트는 스낵컬쳐 형식으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요약된 특집 리뷰를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는 전세계 라면을 정복하기 위해 매주 6~7개의 라면을 시식하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지만, 그는 아무런 대가없이 오로지 라면에 대한 열정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다.
“라면 리뷰를 직업으로 하거나 협찬을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라면 평가의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최근 라면 업체로부터 리뷰 요청도 받았지만,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앞으로도 한 명의 소비자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현재 그는 약 3만5000명 팔로워를 확보한 라면 블로거가 됐다. 이제 그는 라면에 대한 개인적인 열정을 넘어 독자들과 함께 세계로 뻗어가는 블로거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3만 5천여명의 구독자 분들을 위해서라도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올 여름에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주변 아시아 국가의 라면도 소개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