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발 대형 딜이 오늘(4월 12일) 오후 터졌습니다.
알리바바는 12일(현지시간) 라자다가 발행한 신주를 5억 달러에 매입하는 등 총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를 들여 지배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라자다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라인으로 의류 등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로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라자다의 연간 거래액은 11억 달러, 고객 수는 800만명에 이른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이번 인수를 통해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발판을 마련했다. – 中알리바바, ‘동남아의 아마존’ 라자다 1조1천500억원에 인수(연합뉴스)
알리바바의 입장에선 1조 1500억원이 그다지 큰 부담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 하루 매출만 16조원을 넘어섰죠. 그렇더라도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에 거금을 투자한 것은 주목할만한 발표입니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행보와 비교했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의 아시아 전략에 꼭 따라붙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작년 11월 1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의 디지털 시장을 단일화한다는 내용의 ‘한중일 싱글마켓’이 언급됐을 때에도 소프트뱅크를 떠올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 중, 일 이커머스가 통합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소프트뱅크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는 51%의 지분을 갖고 야후재팬을 설립했습니다. 야후 재팬이 야후쇼핑을 운영하고 있죠. 시장 점유율은 6%대로 라쿠텐이나 아마존에는 밀리고 있습니다만. 중국을 볼까요. 알리바바그룹의 지분 34.4%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그리고 올해 쿠팡에 1조1000억 원을 투자했죠.(중략) 한중일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통합된다고 가정하면 의외로 간단하고도 거대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알리바바, 야후쇼핑, 쿠팡이 협력해 동일한 플랫폼에서 국가에 상관없이 동일한 쇼핑 경험을 주는 것이 보다 수월해질 것입니다. – 한중일 싱글마켓, 그리고 준비된 자들(모비인사이드)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들 역시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있죠. 2014년 인도 최대 인터넷 쇼핑업체 스냅딜에 6억5000만달러(6916억여원)를 투자했고, 택시앱 올라, 배달서비스 그로퍼스, 호텔 예약 이커머스 요요룸스 등 인도 스타트업에 1000억~5900억원 규모로 돈을 쏟아붓습니다.
알리바바도 스냅딜에 2015년 5억달러(5888억여원) 규모의 공동 투자에 참여합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와 같이 움직이는 것 같이 여겨졌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기에 상술한 ‘한중일 싱글마켓’ 이슈에서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를 엮어냈죠.
하지만,
알리바바의 동남아 관련 행보는 다소 수상하게(?) 보입니다. 2015년 스냅딜에 이어 싱가포르 우체국 ‘싱포스트’에 2330억원을 투자하더니, 인도 최대 모바일결제업체인 페이텀(Paytm)에 약 6억8000만달러(약 7780억원)를 쏟아붓습니다.
다니엘 장 알리바바 CEO(최고경영자)는 성명을 통해 “인도는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주요 신흥시장”이라며 “이 투자는 알리바바의 글로벌 영향력을 인도에서 번성하고 있는 모바일 전자상거래시장에 미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알리바바, 印전자상거래시장 베팅 확대…’페이텀’ 최대주주(머니투데이)
알리바바는 그간 세계 각국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해외 물품의 확보와 배송망 확대를 동시에 꾀해 왔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우체국 코레이오스와 협력을 체결해 중국-브라질 운송을 간소화했다. 이는 최근 줄어드는 우편 관련 수입 만회를 위해 전자상거래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던 싱포스트의 구상과 이해관계를 일치한다. – 알리바바, 싱가포르 포스트에 약 2330억원 추가투자(뉴스1)
대략, 알리바바의 동남아 접근 방식은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배송망 확보, ▲ 결제 시장 확보입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관점은 투자에 있습니다. 신흥 시장인 동남아 지역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한 뒤, 이들에게 선제 투자하고 후에 엑싯하자는 것이죠.
알리바바는 다릅니다. 동남아 시장의 유력한 이커머스, 핀테크, 물류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한 뒤 자사의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합니다. 즉, 소프트뱅크가 스냅딜에 투자한 것은 더 큰 규모의 투자 회수를 위한 것이라면, 알리바바의 스냅딜 투자는 향후 인도 시장의 이커머스 시장 선점을 위한 것이죠.
특히, 이커머스의 주도권은 ‘결제 모듈’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알리페이만 하더라도 알리바바의 C2C 이커머스 플랫폼인 타오바오나 B2C 플랫폼 티몰의 고객을 확보한 뒤,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중국 국민 결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2015년 한국 기자간담회에서는 ‘코리안페이’를 만들 것이라는 내용도 발표했죠.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그룹의 최대 주주이지만, 알리페이는 소프트뱅크의 지분이 없는 독립 법인입니다. 알리바바가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요인은 ‘알리페이’에 있으며, 이는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소프트뱅크의 아시아 시장 진출의 한계를 방증하기도 합니다. 고객의 가장 결정적인 데이터가 담긴 플랫폼은 결제 모듈에 있기 때문이죠.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는 어쩌면 처음부터 다른 길을 가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투자사의 투자와 커머스 기업의 투자는 다를 수밖에요.
그간 알리바바는 중국에 머물러있고, 소프트뱅크가 아시아 시장의 커머스를 통합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든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알리바바 역시 지속적으로 동남아시장에 진출하고 있었고, 소프트뱅크와는 다른 청사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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