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인사이드에서 새로운 코너 CC를 준비했습니다. 콘텐츠 제작자(Content Creator)의 이니셜을 따서 만들었고요. 모바일에서 획기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전문가들을 만나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고민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로 ‘로타날씨’ 앱을 만든 오태림 글루와 대표와 로타 작가를 만났습니다.
앱스토어 유료 날씨앱 인기 순위 1위에 ‘로타날씨’라는 앱이 올라와 있다. 미소녀 사진으로 유명한 로타 작가의 사진에 날씨 기능이 붙은 단순한(?) 형태의 앱이다.
당시 이 앱을 봤을 때는 ‘참신한데?’ 정도의 생각만 했는데, 로타날씨 앱을 만든이가 미디엄에 남긴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는 꼭 만나서 인터뷰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다.
수 많은 사진작가들과 일하며 내가 발견한 것은, 그들은 그들의 사진 덕분에 소셜 미디어에서 굉장히 인기있지만 그것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뮤지션들이 겪었던 문제와 비슷해 보였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무료로 다운 받는 것이다. 음악 업계는 이 문제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였다. 같은 방법이 사진에도 통할까? 이 컨셉을 실험하기 위해 나는 친분이 있는 로타 작가와 함께 일해보기로했다. (그는 최근 화보집을 2쇄 품절 시켰고 3쇄도 품절이 임박하다.) 우리는 현지의 날씨를 그의 작품 위에 나타내는 날씨 앱을 만들었다. 사진은 하루 한 장, 매일 바뀌게 된다. 앱의 가격은 약 1000원. 이 이미지 스트리밍 서비스가 통할까?
이 글을 쓴 사람은 소셜 오픈마켓 ‘글루와’를 운영하는 오태림 대표다. 글루와는 지난 201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오타쿠 커뮤니티 커머스 플랫폼이다. 글루와와 로타날씨앱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문이 들어 무작정 페이스북으로 ‘인터뷰하고 싶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3월 30일 로타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이번 앱이 출시된 배경과 에피소드를 들었다. 인터뷰 당일 로타 작가도 깜짝 등장해 인터뷰에 참석했다. 우선 로타날씨 앱의 현재가 궁금해 오 대표에게 물었다.
“로타날씨 앱을 다운받은 사용자 중 97%가 매일 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인이 하루에 열어보는 횟수까지 포함하면 100%가 넘는 오픈률이 나오고 있습니다.”
로타날씨는 현재 앱스토어 날씨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태국, 베트남 등 글로벌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마켓의 경우 100개국에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97%가 갖고 있는 의미는 크다. 다운로드 한 사용자 모두 충성 고객으로 자리잡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시작’이었다.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일 터. 특히, 우리나라는 불법 다운로드, 복제가 판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전략이었다. 로타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제가 찍은 콘텐츠(사진)의 온라인 판매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불법 복제한 뒤 퍼져나가면 유료화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화보집을 온라인 버전으로 바꿔서 판매하는 것은 반대해왔는데요. 태림이에게 날씨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건 진행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사진만 단독으로 있는 앱이 아니라 날씨의 배경이고, 또한 고해상도 사진이라기보단 날씨 앱의 배경을 꾸며주는 정도의 화질만으로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고화질 사진의 복제 우려를 막으면서도 구매자들을 모을 수 있게 한 중간 지점에 ‘날씨’와 ‘앱’이란 키워드가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사진만 있으면 캡처나 다운로드 받은 뒤 어둠의 경로로 공유하겠지만, 이 앱의 화면은 날씨라는 기능에 충실해 있다. 불법으로 공유하기보다는 직접 다운로드 받아서 매일 업데이트되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 1000원이란 가격 역시 결정에 한몫할 것이다.
앱의 카테고리가 다양한데, 그중 날씨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오 대표는 “시장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앱을 기획하면서 사전 조사를 했는데요. 날씨 앱의 경우 안드로이드 앱마켓 기준으로 평균 연매출이 2만5000달러 정도였습니다. 유료로 접근해도 시장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죠. 그래서 저작권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형태의 날씨앱을 구현해보자는 제안을 로타 형에게 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모두 긴가민가 상태였지만, 한 번 해보자는 셈 치고 도전하게 됐죠.”
상술했듯 로타날씨는 아주 간단한 날씨 기능에 로타 작가의 사진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하루에 한 번 배경 모델이 바뀐다. 로타 작가가 예전에 촬영했던 여성 모델들을 모바일 규격에 맞게 리사이징한 사진들로 구성이 돼 있다. 일년을 사용할 경우 총 365장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오태림 대표가 로타 작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검증된 콘텐츠 제작자’였기 때문이다.
“로타 형이 작년 11월 출간한 화보집은 1만권 넘게 팔렸습니다. 상품성이 있는 콘텐츠 제작자라는 의미죠. 마침 전화번호도 알고 있었고, 안 지도 몇년 된 형이라서 권하게 됐습니다.”
로타 작가 역시 부담이 크지 않은 작업이었단다. 로타날씨에 올리는 건을 모델들에게 허락만 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오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날씨앱? 형도 그렇지만, 제 입장에서도 앱 만드는 데에 얼마나 시간을 쓰겠어요. 한 번 시도를 하다보면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니 가벼운 시도를 여러번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러면서 날씨란 카테고리는 따로 분류가 돼 있었됴. 여기서는 일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날씨 데이터는 다 똑같을 것인데, 여기에 ‘로타 사진’이라는 차별점을 갖고 가는 셈이죠.”
앱이 인기를 끌면서 로타 작가의 사진은 매니악한 영역에서 대중들에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앱 출시 후 로타 작가에게도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로타 작가는 ‘오타쿠식 마케팅’을 지향해왔다. 비슷한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함께 구매, 모이는 것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로타날씨의 인기는 이러한 마케팅 방향에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SNS에서 저를 태그 걸어주신 분들이 참 많더군요. 많은 분들이 반응해주시니 참 재미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책을 처음 판매했을 때도 굉장히 흥미로웠던 부분입니다. 물론, 더 많은 분들에게 저의 콘텐츠가 소비되는 게 약간은 부담되기도 합니다만, 저 역시 사용자의 입장에서 즐기면서 작가 활동을 하고 싶단 생각도 듭니다.”
로타날씨 앱은 현재 날씨 기능만 있지만, 후에는 모델과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 간 인터랙션을 일으키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아직은 논의중이긴 한데요. 결국 콘텐츠 제작자들이 자신이 만드는 작품에 더욱 집중하고 쉽게 판매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커머스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특성 상 작가가 중심이고 관련된 제품들을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로타 작가 역시 앱에 첨부되는 사진 종류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제가 소장한 사진을 주면 태림이가 크롭해 앱에 넣는 형태였는데요. 다운로드 받은 이용자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록 저 역시 퀄리티 상승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더 많은 모델들과 제휴해서 로타날씨에 들어가는 배경 사진을 더욱 신선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로타날씨는 겉으로 보기엔 날씨 앱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사무실을 나서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로타날씨는 콘텐츠 제작자인 로타 작가의 시선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오태림 대표에게는 버티컬한 콘텐츠가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다는 첫번째 성공적인 결과물이 됐다.
뛰어난 콘텐츠 제작자와 유통 사업가가 힘을 모았을 때 유료화가 가능하며, 새로운 시장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이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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