风来了!(바람이 온다!)
어제 밤 중국 친구들이 위챗 모멘트에 도배했던 문구입니다. (위챗 모멘트: 기능은 카카오 스토리와 비슷, 포지션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인 SNS) 즉, 바람이 왔다는 뜻인데, 공기가 한참 좋지 않을 때 바람이 불어서 그 스모그를 날려버린다는 뜻입니다. 어제는 길을 걷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불었습니다.
제가 가끔 술자리에서 인용하는 중국어 구절이 하나 있는데요. 제갈량이 적벽대전을 앞두고 동남풍을 기다리며 이야기했던 <완슬쥐뻬이, 즐쳰동펑(万事具备, 只欠东风)>입니다. 여기저기 붙여놓기 좋은 대표적인 포스트잇 문구이기도 합니다. 우린 준비가 다 되었으니, 당신이 나의 동남풍만 되어준다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죠.
风은 스타일이란 뜻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풍은 ~~스타일을 뜻하죠. 즉, 한궈펑(韩国风)혹은 한궈펑거(韩国风格)는 한국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한류라는 단어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만든 단어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쓰면 쓸수록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어요. 风을 쓰지 않으면 式를 쓰면 됩니다, 이때는 한슬(韩式)이 ‘한국식’이라는 뜻이 되지요.
한슬(韩式),종슬(中式),르슬(日式). 모두 중국에서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바람에서 시작한 글이 왜 갑자기 스타일로 변하느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개념 중 하나인 정종(正宗)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가끔 친구들이 위챗을 보내옵니다. 사진인데요, 김치 혹은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일 경우가 많습니다. “我来了一家韩式餐厅,正宗吗?(나 한국 식당에 왔는데, 이거 제대로 한거야?)” 이렇게 묻곤 하죠.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먹고 싶은 욕망을 보이기도 합니다.
‘正宗 [명사/형용사]_정통(의), 진정한’ 정도로 해석하면 되는 이 단어는 중국인들에게는 큰 의미를 지닙니다. 독창성(Originality)은 그들에게 큰 평가의 잣대가 됩니다. 가수 박진영이 예전에 한국적인 것은 세계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하고, 싸이가 강남스타일 이후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답은 없습니다만, 중국인의 사고를 빌리자면 한국적 Originality를 갖추어야 합니다.
최근 중국에 서비스 론칭을 준비중인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좀 독특한 비즈니스모델(BM)인지라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까에 대한 고민이 많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말씀드린 것이 正宗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이 단어는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틈새 시장을 보고 들어오는 서비스라면 다른 서비스와 굳이 같을 필요가 있을까, 그냥 본인의 正宗스러움을 살리면 되는 것이 아닐까가 제 의견이었습니다. 자신있게 지르시라, 어차피 초반에 대박은 못난다. 그럴바엔 자기 소신대로 서비스를 펼치시라는 것이죠.
베이징 한국 식당에서 친구들은 한국과 같은 퀄리티와 맛을 맛보기를 원하고, 타오바오에서 한국식 스타일의 옷을 산 친구들은 가로수길의 어느 패셔니스타와 비슷하게 옷을 입기를 원합니다. 어느새 한국은 몇몇 분야에서 正宗함, 혹은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트렌드세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적지 않은 트렌드 팔로어가 正宗이라는 개념에 목매고 있습니다.
어려운 것은 이 트렌드를 제대로 활용하기엔 상당히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말은 쉽지만 행동이 어렵죠. 지금 여기서 사업하는 한국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이러한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대륙에서 사업중인데 각기 다른 접근 방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는 있지만, 뭔가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正宗에 대한 것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중국에 오는 분들, 왔던 분들, 저 보다 선배인 분들과 만나면 어떻게 정통 한국식으로 여기서 승부를 볼 수 있겠냐 물어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면 마데인꼬레아부터 시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