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 소셜마케팅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단연 ‘웨이보’ ‘위챗(웨이신)’이다. 웨이보는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소셜미디어(SNS)며, 위챗은 카카오톡·라인과 같은 메신저에 더해 타임라인을 접목한 SNS다. 중국의 젊은이라면 모두 가입해 있는 플랫폼이기에,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돈을 들여서라도 올라타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업계를 취재하면서 돌아오는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정작 돈을 들여 웨이보 팔로워를 만들고, 위챗 계정을 만들어 콘텐츠를 올렸지만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중국판 SNS에 대한 몰이해 때문인 건지 의문이 들 무렵 김성식 2AB 대표(사진)를 만나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2AB에 대해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의 마케팅과 역직구(유통)를 컨설팅, 중개해주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 각종 온라인, 모바일 마케팅 채널을 확보해 한국 기업의 물건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저희의 주 업무입니다. 일단, 중국 마케팅 하면 웨이보, 위챗, 바이두 정도를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저희는 이에서 그치지 않고 전문 마케팅 채널을 엄선해,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AB가 펼치는 차별점은 ‘전문 채널’에 있다.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중국에서 마케팅하는 도구로 앞서 말한 두 종류의 SNS가 유명한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당 기업의 중국 홈페이지를 대체해주는 효과 정도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나 엘지와 같은 대기업이 아닌 바에야 투자한 금액 대비 효과를 거둬야 하는데 웨이보나 위챗만으로는 쉽지 않죠. 그래서 저희도 고민하다가 화장품, 뷰티 영역의 전문 채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파워 블로거, 트위터리언, 페이스북 유저와 같은 인플루언서를 찾은 것이죠.”

김 대표와 2AB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총 1500개의 인플루언서 및 커뮤니티 채널을 엄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허수 팔로어를 갖고 있는 ‘어뷰징’ 페이지, 유저가 많았다. 이들에게 남은 방법은 실전에서 부딪쳐 성과 지표를 얻어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2AB는 1억 5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중국 최대 뷰티 앱 ‘메이라'(美啦)와 제휴해 한국 화장품을 팔고 있다.

“중국에서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요. 소셜미디어도 그랬습니다. 중국 말로 ‘펀쓰(팔로어)’가 500만 명인데 리플이 두 개밖에 안달리는 아이디도 많죠. 사람들이 허수인 계정을 구별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가짜 댓글을 달아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인플루언서인데 속빈 강정인 경우가 종종 나타납니다. 결국, 이들과 제휴해 마케팅을 직접 해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는데요. 이걸 해냈습니다. 그래서 300곳의 채널, 인플루언서를 엄선하게 됐죠.”

엄선된 인플루언서는 활동 지역(중국은 정말로 넓다. 활동 지역에 따라 문화는 천차만별), 종류에 따라 다시 한 번 분류된다. 2AB는 인플루언서에 그치지 않고 여타 전문 채널들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의뢰 기업의 제품, 혹은 취향에 맞는 인플루언서, 혹은 채널을 연결해 마케팅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완성한 것이다. 가장 성과가 많이 나온 분야가 뷰티였고, 그래서 이 영역에 집중하게 된다.

“최근 엘지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를 중국에서 마케팅했는데요. 메이좡신더(美妆心得)라는 채널을 이용했습니다. 이 페이지는 중국 회원수만 1억2000만명이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500만 명인 뷰티 전문 커뮤니티 서비스인데요. 배송, 택배, 통관의 모든 과정을 논의한 뒤 입점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성과를 얻고 있죠.”

뷰티 전문 커뮤니티 플랫폼인 메이좡신더

2AB가 중국 내 주요 전문 채널들과 인플루언서를 확보할 수 있는 데에는 김성식 대표의 경험과 경력이 큰 역할을 했다. 상해 푸단대학교에 출신인 김 대표는 학생 시절부터 한국과 중국을 연결짓는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과락을 하도 많이 맞아서 학교를 7년 다녔습니다. 물론 군대 포함해서요(웃음) . 학교를 다니면서 ‘차이나다’라는 회사를 공동창업했고, 두두차이나라는 미디어를 운영했는데요. 당시 한국에서 중국은 ‘쓰레기 만두’ ‘기상 천외한 음식’ ‘대륙 시리즈’만 언급이 됐죠. 하지만 텐센트나 알리바바가 어마어마한 기업이라는 건 한국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 틈새를 보고 중국 기업의 주요 플레이어들, 임원진, 대표를 인터뷰해왔습니다. 그때 맺었던 관계가 지금까지 확장되면서 중국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배워왔던 것 같습니다.”

중국 전문 미디어 두두차이나의 시작은 중국에 거주하던 유학생들로부터 비롯됐다.

네트워크가 확보되니 한국 기업들이 하나 둘 김성식 대표를 찾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컨설팅 위주로 사업을 하다가 2AB를 세운 뒤로는 마케팅과 역직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중국 시장을 좀 더 끈기 있게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10곳 기업이 세워지면 9곳이 망한다. 한국과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는 분명했다. 중국 기업은 실패 원인을 파악한 뒤에 다시 한 번 시장에 도전한다면, 한국은 중국에서 아예 철수해버리는 모습이 자주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성공할 확률보다 망할 확률이 더 높은 게 비즈니스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정작 중국에 대해서는 환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13억 인구에게 양말 하나만 팔아도 13억개를 판다는 환상이랄까요. 그래서 한 번 도전해본 뒤 실패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경우들을 종종 봅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해서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중국의 상황을 계속해서 파악하기 위해 한국보다 중국에 있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중국의 빠른 변화가 두렵다고 덧붙였다. 거대한 나라의 빠른 변화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무엇이든 팔아치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AB와 메이좡신더, 메이라 제휴 사진

“상하이 사무실과, 최근에 세운 베이징 사무실을 자주 오가다보니 한국에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진 않습니다. 작년보다 올해는 좀 더 한국에 있긴 하지만요. 그럼에도 중국의 변화 속도는 너무 빨라서 따라잡기가 힘듭니다. 지금부터 한 달만 중국에 가지 않는다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난다는 다급함마저 생기죠.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여전히 중국을 경쟁자, 혹은 기술을 빼돌리는 나라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쉽습니다. 중국의 수준은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사람이든, 브랜드든, 회사든, 콘텐츠든 뭐라도 중국에 판 뒤 얻은 자금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만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을 잘 아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2AB는 적어도 소셜 마케팅과 역직구의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을 대신해 온 몸으로 중국을 체험한 뒤 그 결과물을 돌려주는 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국의 빠른 속도에 맞춰 달려가는 젊은 기업의 열정을 느낄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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