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중국 지도자들이 모이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两会)에서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는 역시 ‘인터넷 플러스’이다. 빠르면 2012년부터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마화텅 텐센트 CEO, 알리바바 마윈 회장 등 중국 정치리더들, IT거물들이 주구장창 야심차게 제시했던 신성장 동력 ‘인터넷 플러스 혁명’. 이건 도대체 무엇일까? 우선 텐센트 회장 마화텅이 2015년 3월 내놓은 정의는 이렇다.

“인터넷 플러스란,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모든 업종과 경계를 뛰어넘어 융합함으로써 산업구조를 전환 및 업그레이드하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모델을 끊임없이 창출하여,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연결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

솔직히 무슨 의미인지 감이 안 오는 게 사실이다. ‘너무나 거국적이고 거시적’이어서 구체적인 사례가 필요할 것 같다. 구이저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플러스의 의미를 좀더 쉽게 풀고자 한다. 나는 지난 2015년 5월, 캐나다의 비영리기구를 통해 중국에서 가장 못 사는 성인 구이저우 성(贵州城)의 쭌이시(遵义市) 촌구석 초등학교에 교육봉사활동을 간적이 있다.

구이저우 쭌이시 소학교 등교 장면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토박이로서는 이렇게 시골 논길을 지나~ 산길을 올라~ 등교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중국 본토에서 가장 못 산다는 성의 산간지역의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지만,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왜? 너무 가난해서?

아니다. 그곳에는 비록 화장실 칸막이가 없을지라도 아래 사진과 같이 매 교실에는 칠판이 꽉차는, 심지어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어릴 때 나름 ‘IT강국’ 서울 중심에 살았음에도 이런 스크린 컴퓨터는 쓰지 못했다. 놀라서 선생님들께 여쭤보니 몇달전에 정부에서 각반에 싹 설치해주고 갔다고 한다.

칠판 사이에 터치스크린이 장착돼 있다.

그래서 이들은 비록 오르간은 없을지라도, 음악수업은 바이두에서 직접 노래를 찾아서 음악을 틀어놓거나, 노래방 기계같은 가사자막까지 나오는 투도우(土豆) 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진행했다.

가령 과학시간에 모르는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었던 우리가 바이두 백과를 켜서 학생들과 같이 큰소리로 읽었다. 앞으로 나와 발표하는 아이들도 그런 기기를 쓰는 것에 익숙해보였다. 비록 전기를 아끼려고 형광등은 켜지 않을지라도, 전교실에는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한 중앙 무선 와이파이가 빵빵했다.

아이들이 가난해 우리가 펀딩한 모금으로 색종이, 색연필 등 다양한 교구들을 선물했지만, 아이들은 QQ 아이디, 위챗 아이디는 가지고 있었다. 봉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내 QQ, 위챗 아이디를 알려달라고 떼쓰는 아이들에게 일일히 적어주느라 애를 먹었을 정도였다.

나는 거기서 보았다. 쓰러지는 농가에서 사는 시골의 초등학생마저 QQ를 알고 있었고, 누구나 한때는 자기만의 세상이 있듯이 바로 그것이 아이들의 세상 중 큰 일부였다.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준 순진한 시골청년 택시기사는 평생 외국인을 본 적 없었지만,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때 주고 받은 웨이신을 통해 나는 그 먼 중국 깡촌에 한국 소식을 가끔씩 알려주고, 그는 그걸 매우 즐거워한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이렇게 정보에서 소외 받는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소외된 데이터와 사람에게 관심을 주고, 그들의 중요성을 호소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바로 이런 것이 ‘연결’이 주는 가치고, ‘인터넷’이 ‘플러스’해주는 가치가 아닐까.

왜 중국에서 가장 큰 SNS 이름이 ‘웨이’신이고, ‘웨이’보고, 가장 활발한 개인 장사가 ‘웨이’샹이고, 유명한 모바일 쇼핑몰이 ‘웨이’디엔일까. 중국어로 웨이(微)는 ‘작은’을 의미한다. 이런 작은 점들이 연결되어 가치와 효율성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인터넷플러스는 모바일,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런 엄청난 정보들에 연결되지 못했을 ‘작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한 생활을 누리도록 ‘연결 격차’를 줄이고 있다.

텐센트의 인터넷+ 농촌 전략이 담긴 텅쉰웨이춘(腾讯为村) 페이지

좋은 인터넷 회사는 기술을 중시하는 한편 인문학적 정신을 놓치 않는다. 그래야지 사람들에게 존중 받을 수 있고,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하게 된다. 인류생활에 좋은 변화를 일으켜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면서 돈도 잘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구이저우에서 ‘모바일 인터넷+시골마을’을 통해 한 촌락이 인터넷을 이용해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동시에 공정무역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일부 농민, 영세 창업자들이 상품을 모바일 인터넷의 웨이디엔(모바일 쇼핑몰)에 올려 주위 사람, 친구,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그것을 퍼 나르게 도와주었다.

징동상청이 드론으로 농촌 전자상거래 혁신을 꿈꾸는 이유와, 페이스북이 아프리카에 드론을 띄워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이유와, 구글이 세계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하는 ‘돈 안되는 마케팅’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지금 곧바로 돈이 되지는 않지만, 그리고 혹여나 벌써부터 이런 전략적인 마케팅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하더라도 그런 사업의 전반들이 중국, 나아가 전세계에 가져오는 가치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그리고 기업에서 하는 일이 수익성이 있어야 하는 건 맞으니, 이들에겐 잘하고 있는 비즈니스다.

이제 다시 ‘거국적이고 거시적인’ 인터넷 플러스의 정의로 돌아와보자. 이번에는 리커창 총리의 정의다. “컴퓨팅, 사물인터넷, 빅데이터를 필두로 한 차세대 정보기술을 현대제조업, 생산자 서비스업 등과 융합 및 혁신하여,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을 위한 환경 제공, 국민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 결국 쉽게 말하면 보통 사람들도 잘 살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내가 ‘큰틀에서’ 인터넷플러스를 긍정하는 이유이고, 중국의 인터넷플러스 혁명을 주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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