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ine to Offline. O2O라고 불리는 이 키워드는 지난 2014년부터 한국 스타트업의 떠오르는 아이콘 중 하나였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한동안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 업계에서 O2O면 투자를 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일까요. 2016년 시작부터 큰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카카오. 최근 카카오는 작정하고 O2O 영역을 집어삼키려고 합니다.
택시, 자동차수리, 미용실, 네일숍, 주차장, 대리운전…. 카카오의 O2O 확장 속도가 숨가쁘다. 때론 직접 서비스를 개발하고 때론 인수하면서 O2O 사업 범위를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속도가 너무 빨라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일부 사용자들은 포털 댓글 등에서 “다 독식하려는 거냐”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카카오는 다음을 사실상 합병할 당시, 일성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람과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연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의 O2O 사업은 이 거대한 청사진을 한발짝 한발짝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 택시, 미용실, 주차장…카카오의 다음 O2O는?(블로터)
대부분의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네이버와는 다른 행보입니다. 카카오는 왜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있을까요. 임지훈 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사진)가 신임 대표로 임명된 것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생활플랫폼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던 다음카카오, 여기에 스타트업 투자라는 엔진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이와 연결할만한 O2O(Online to Offline) 스타트업을 투자나 인수 형태로 포섭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을 만들고자 하는 게 이들의 큰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때문인지 요즘 O2O 업계 종사자분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주된 반응은 두 가지입니다.
1.우리도 카카오에 인수될 수 있을까요?
2.카카오에 인수되지 않으면 어떡하죠?
O2O 영역은 오프라인 매장과 고객을 모바일로 연결해주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초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호 매장 사업자들과 제휴하는 ‘영업력’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달여 전 ‘O2O 스타트업, 이색 콘텐츠만으로는 안된다’는 글을 쓰기도 했죠.
O2O가 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조건은 ‘확산성’과 ‘차별화’다. 이중에 더 우선시 되는 가치는 확산성. 모바일 앱을 통해 오프라인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숫자가 많아져야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참신함으로 접근하더라도 오프라인 기반 대기업이 온라인(모바일) 사업을 시작하거나,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이 이 영역을 장악하러 들어온다면 막을 방도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났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카카오가 지난 2015년부터 자동차를 키워드로 한 ‘카닥’ ‘파킹스퀘어’ 같은 O2O 서비스들을 인수하고 나서더니 최근에는 김기사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 내비를 출시하는 데에 이릅니다.
그러더니 오늘(7일)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를 공개합니다.
카카오(대표 임지훈)가 상반기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신규 O2O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의 기사용 안드로이드 앱을 7일 출시하고 기사회원 등록 접수를 시작한다. 카카오는 기사용 앱 출시와 함께 카카오드라이버 운영 정책을 일부 공개하며 ‘서비스 종사자가 첫번째 고객’ 이라는 O2O서비스 운영 방향을 보여줬다. – 카카오 보도자료
올해는 본격적으로 자동차 O2O 영역을 점유하면서, 뷰티&헤어 영역도 노리겠단 의도가 여러 자료에 담겨 있습니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옆 나라 중국만 봐도 O2O가 거대 IT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관련 스타트업을 먹어치우듯 인수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O2O 역시 BAT에 선택 받았느냐, 못받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딜리버리 히어로, 우버와 같은 해외 기업들도 발을 빼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죠.
배달, 커뮤니티, 여행 등 O2O의 세분화 된 영역에서 중국 O2O 스타트업간의 차별화가 희미해지면서 자본력의 경쟁이 격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투자유치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후발 O2O주자들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시기는 지났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단순한 결합을 추구하는 O2O 사업모델은 진입장벽이 낮아 신규 진입이 쉽지만, 거꾸로 과당경쟁 속에서 피를 흘리며 전사할 수 있는 위험한 전장일 수 있습니다.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소비자들을 아무리 끌어 모아도 실제 매출로 연계되지 못하고, 매출이 비용을 커버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드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2015년 하반기, 신규 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국 O2O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헤쳐모여를 반복하면서 업계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을 나타내는 대목입니다. 2016년 한국에서도 중국 O2O산업이 경험한 고통스런 M&A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 텐센트 보고서가 말하는 중국 O2O…”옥석가리기는 이미 시작, 한국도?”(모비인사이드)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2015년에 이미 O2O가 스타트업의 영역을 벗어났다(고 쓰고 끝났다고 읽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나옵니다.
O2O는 수수료 기반의 중개업이기에 규모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초반에 규모를 키워놓은 곳을 제외하고는 O2O로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단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구전략.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이미 공룡들이 들어왔으니 간택을 받거나 자리를 내주고 쓸쓸하게 떠나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정도 방안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같은 영역의 스타트업들을 인수합병하는 것입니다. 특정 영역의 생태계를 다 가져간다면 공룡이 들어오더라도 막아설 수 있는 버팀목이 생깁니다.
배달앱을 서비스하는 배달의 민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배달’ ‘상권’을 키워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죄다 인수,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배달전문업체 두바퀴콜, 반찬 정기배송업체 더푸드, 신선제품 정기배송업체 덤앤더머스 등 6개 업체를 인수했고, 식권대장을 서비스하는 벤디스에는 공동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이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방안입니다.
둘째는, O2O 스타트업끼리 힘을 합쳐 맞서는 방법이 있습니다. 차량, 뷰티, 청소 등 각 영역의 선두주자들이 힘을 합쳐 고객으로 하여금 각종 서비스를 한 종류의 앱, 혹은 웹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령 미용 O2O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모바일에 꽤나 친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모바일로 옷을 사거나, 구두를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죠. 이렇듯, 이용자의 취향에 따른 생태계를 스타트업의 연합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 업체간 지분 교환 등의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겠죠.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O2O 영역에서는 규모를 앞세운 문어발 사업을 하는 곳이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카카오는 모바일 광고, 게임 등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당장에 적자가 나오더라도 O2O 영역에 무섭게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역시 두 영역에서만 돈을 버는 것이 벅차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2016년이 끝날 즈음에 O2O가 혁신적인 스타트업 키워드로 남아 있을지 의문이 드는 이유입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합종연횡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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