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수리는 1년 남짓 된 스타트업이지만, 스타트업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출시된 O2O(Online to Offline) 차량 수리 서비스 ‘카수리’는 스타트업 형태이지만, 모회사는 14년 된 통신서비스 기업 델피콤이다. 일반적인 O2O 서비스 대부분이 스타트업 형태로 창업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통신서비스 기업이 스타트업이 할 법한 서비스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하필 O2O였을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던 입장에서 궁금했던 부분이다. 벤처 1세대격 인물인 이대형 델피콤 겸 카수리 대표(사진)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델피콤은 통신사업자에게 통신 부가 서비스를 개발, 납품하던 기업입니다. 컬러링이나 국제전화의 알림 서비스 등을 담당했죠. 몇년 전부터는 050으로 시작하는 통신 연결 서비스를 했는데요. 주로 야놀자, 배달통, 요기요, 직방과 같은 앱을 통해 소호 사업자에게 전화를 연결해주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이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델피콤을 운영해온 입장에서 O2O는 친숙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대표는 자사의 고객들과 같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거부했다.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하는 것 대신 지속가능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았던 것이다.
“국내 O2O 업체들의 많은 숫자가 델피콤과 제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많은 숫자가 승승장구하고 있죠. 그러다보니 저도 이 영역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트래픽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의 크기, 소비자의 수요 등을 고민한 결과 자동차 분야를 선택하게 됐죠.”
카수리는 2015년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B2B 사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지만 B2B2C 모델인 O2O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자동차 애프터 시장은 배달, 모텔과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사실 비슷할 거란 생각도 했습니다. 세차, 내비, 배터리 등 자동차를 둘러싼 모든 분야를 다 다루고자 했죠. 그러다보니 다양한 영역에서 수요가 발생했는데, 만족시킬만한 서비스로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매장 제휴도 쉽지 않았죠. 그래서 초창기 6개월은 수업료를 낸다는 심정으로 좌충우돌했던 것 같습니다.”
카수리는 빠른 시간에 시행착오를 겪고 방향을 잡았다. ‘정비’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외장 정비 80%, 내장 20% 정도를 카수리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분야를 집중하자 이용자들이 만족했습니다. 무엇보다 핵심 타깃 매장에 집중할 수 있었던 점이 큰 소득이었습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소위 잘나가는 자동차 공업사들이 특정 포털에 매달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100만원을 쏟아부으며 광고를 했지만, 효과에 대해선 애매모호한 상황이었는데요. 카수리가 대안이 될 수 있었죠. 5분의 1 정도로 저렴한 금액을 카수리에 내면, 터치 몇 번 만으로 곧장 예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견적 비용과 같은 업계 나름의 ‘불문율’을 공개하는 이슈 때문에 거부감이 있긴 했다. 하지만 확실한 성과를 측정해주고, 무엇보다 당장에 수익이 늘어나니 제휴매장들에서도 카수리를 믿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카수리와 제휴한 정비업체은 약 100곳입니다. 이중 매장의 전체 수익의 절반이상이 카수리를 통해 나오는 곳들도 있죠. 심지어 저희 덕분에 일이 늘어 직원을 늘린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모델을 더욱 늘릴 수 있도록 직원들이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격 역시 시장의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책정되고 있습니다. 점주의 상황에 따라 공장이 바삐 돌아갈 때는 정상적인 수리금액을 산출한 견적을 올리고, 공장이 쉴 때는 정상가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곤 합니다. 점주들에겐 쉬고 있는 공장의 리소스를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 것이며, 소비자에겐 덤터기 없는 금액으로 정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열린 것이죠.”
우버가 비어있는 차량을 운송수단으로 변화시키고, 에어비앤비가 빈 방을 숙박업소로 바꿨다면, 카수리는 쉬고 있는 정비 공장의 시간을 활용해 이용자와 정비 업체를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평균 20% 저렴한 가격에 이용자는 정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비업체는 유휴 시설을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비스를 홍보해주는 광고 플래폼으로도 카수리를 활용할 수 있다.
“제휴 정비업체의 70%는 수도권에 나머지 30%는 지역 거점 도시에 위치해 있는데요. 무작정 제휴사를 확대하고 있진 않습니다. 고객에게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곳 위주로 선별해서 제휴를 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차량을 소유한 고객들은 무작정 집과 가까운 정비 업체를 가지 않습니다. 가령 수입차의 경우엔 지방에 살더라도 서울까지 올라오곤 하죠. 양질의 서비스를 진행하는 업체를 확보하는 것이 저희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수리 O2O 서비스는 카수리만 있는 게 아니다. 작년 5월 카카오에 인수된 카닥도 같은 서비스를 진행한다. 두 업체의 차이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카닥은 외장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입니다. 카수리는 이에 더해 내장수리 업체도 연결지어주죠. 지금까지는 20% 정도 비중이지만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바이패스(buy pass) 형태로 제공하는 내장수리 서비스를 빅데이터 기반의 API/SDK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폭넓은 영역의 내장수리 및 차량관리서비스를 확대해 더욱 더 높은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 할 계획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자동차 정비 분야는 고객 입장에서는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비업체들은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 아직 거부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정비업체와 제휴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자동차 정비업계는 비교적 오랫동안 사업을 유지하신 40대 이상의 사장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희 카수리 제휴사 사장님들 경력이 보통 10~20년씩 되죠. 다른 자영업자들과 다르게 쉽게 망하지는 않는 것이 자동차 정비업의 특징입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서비스에 대해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 역시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죠. 하지만 카수리의 가치는 단순한 수적성장이 아닌 우리동네 좋은 카센터와의 상생에 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한 수리업체를 소개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저부터 뛰어다니며 적극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대형 대표에게 2015년은 준비기간이었다면, 올해는 본격 달음박질을 시작하는 전환기다. 카수리는 델피콤 사무실에서 완전히 벗어나 서울 서대문 지역에 새로운 곳으로 이전한다. 모회사가 있던 덕분에 엔젤투자를 받진 않았으나, 급속히 커지는 시장으로 인해 올해에는 시리즈A 이상의 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까지 자동차 외장수리 및 내장수리영역에 확실히 자리매김한 뒤 기타 자동차 애프터시장 영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3년 안에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저희의 계획입니다. 스마트한 자동차 플랫폼이라는 큰 목표점을 향해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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