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진행하는 ‘테헤란로 커피클럽’에서 아이엠컴퍼니란 회사를 만났다. 아이엠컴퍼니는 학교 알림장 서비스인 ‘아이엠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지난 2015년 대만에 진출해 4개월 만에 100개 이상의 학교와 파트너를 맺었다.
이들은 왜 13억 중국 대신 2300만 대만을 택했을까. 궁금증은 판교에 있는 아이엠컴퍼니 사무실까지 가게 만들었다. 2월 4일 아이엠컴퍼니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이한길 이사와 김재민 대만 지사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한길 이사의 첫 스타트업 경험은 학생 때부터 시작했다. 한국정보통신 대학교(ICU)에서 UCC제작 서비스 ‘아이씨유(ISEEYOU)’에 창업 멤버로 합류한 것. 2011년 아이씨유가 카카오에 매각된 이후 병영과 학업 등의 이유로 잠시 홀로서기를 하다가 과거 아이씨유를 같이 운영하던 이충엽 아이엠컴퍼니 부대표(VP)의 권유로 합류하게 됐다.
처음 그가 담당한 영역은 개발총괄(CTO)이었다. 이후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해외사업을 준비하면서 글로벌 사업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해외 경험을 한(?) 사람은 이한길 이사 뿐이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진출은 꼭 첫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케팅부터 이용자 획득까지 모든 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의 설렘이 컸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죠.”
아이엠컴퍼니의 첫 대상은 대륙이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한길 이사가 해외 경험이 있다지만, 독일에 다녀온 것이 전부였기에 중국은 낯선 시장이었다.
“아이엠컴퍼니의 첫 글로벌 시장은 중국이었습니다. 중국 중에서도 언어적, 문화적으로 유사한 옌볜(중국 길림성 동부에 있는 자치주)에서 시작했죠. 2달간 옌볜의 중심지인 옌지(연길)에서 리서치를 진행했지만, 좋은 파트너를 찾는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이엠스쿨은 빠르게 중국 사업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해외 진출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기다림에 대한 성과랄까. 2014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플래텀이 후원하는 ‘아시아비트’를 통해 대만시장을 바라보게 됐다. 중국 진출은 실패로 끝났지만, 실패는 또 다른 배움의 기회였다.
“중국과 대만은 아주 다른 시장이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분명히 배운 게 하나 있었습니다. 제대로된 파트너(투자, 운영, 리서치 등)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집중한 것도 파트너였죠. 대만은 중국과 다르게 페이스북 이용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기에, 이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마침 한국-대만 커뮤니케이션 그룹에서 파트너를 찾던 중, 김재민 지사장과 제니퍼 황 글로벌 매니저를 만나게 됐죠. 처음엔 파트너로 시작했지만, 결국 아이엠컴퍼니란 같은 배에 승선까지 하게 됐습니다.”
김재민 대만 지사장은 오랜 시간 중화권 문화를 경험했던 인재다. 특히, 대만과 한국 교육에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던 찰나에 아이엠컴퍼니를 만나게 됐다.
“한국에 있는 화교 학교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냈고, 대만에서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시험제도, 학교와 학부모의 커뮤니케이션,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 등 두 국가의 교육환경은 매우 유사합니다. 당시 대만에는 학교와 학부모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은 없는 상태였죠. 추가적으로 대만 이용자는 개방되어 있습니다. 페이스북, 라인, 유튜브 등 해외 서비스 사용률도 높죠. 특히 법적 규제가 낮고,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고 디테일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아주 멋진 국가죠. (웃음)”
한류의 열풍이 크다고 하지만, 1992년 단교 이후 대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은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 스타트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아이엠스쿨의 주 이용자인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었다. 김재민 지사장과 제니퍼 황 매니저는 이 지점을 간파한 뒤 교육 영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학부모와 교장을 적극 공략했다.
“대만 학교의 수평적인 구조 덕분에 학교장들과 쉽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의향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기 전에 선생님들이 먼저 오랜시간 검증을 합니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서 학교가 원하는 요소를 추가하며 서비스를 견고하게 만들었죠. 이후 학부모 회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먼저 아이엠스쿨의 장점을 알아봤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이용자가 증가했고, 자연스럽게 마케팅으로도 연결됐다.
“아이엠스쿨은 학교의 의지가 중요한 서비스입니다. 학교가 사용하기 싫다면 그만이죠. 이에 파트너 학교의 숫자보다는 아이엠스쿨을 잘 활용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주는 ‘플래그십 학교’와 파트너를 맺는 데 집중했습니다. 지금도 플래그십 학교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학교에서 먼저 선생님 대상의 강연회를 진행해거나, 교육 관련 컨퍼런스에 저희를 초대해주기도 합니다. 이후에 아이엠스쿨 정보 전달률이 3배 정도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이한길 이사는 직접 뛰며 파트너 학교를 발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지만, 오히려 우연한 기회로 출연한 TV 방송이 더 큰 효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한국 벤처/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대만에서 영향력 있는 케이블 방송국인 ‘TVBS’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방송국 특성상 인터뷰 내용이 많이 재방송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이후 아이엠스쿨을 사용하는 학교와 함께 대만 일간지에 소개되기도 했죠. 실제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들의 연령층이 높기 때문에 전통 매체(TV, 신문)를 통해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엠컴퍼니는 그 동안에 경험을 바탕으로 상해, 말레이시아 등 더 많은 국가로 진출 할 계획이다. 좋은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해 보여도 각 국가와 시장은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딫치면 자신들의 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해외 진출의 가장 큰 노하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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