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시청률 20%를 넘기며 케이블 방송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남기며 종방했다. TVN이 공중파 3사 드라마의 시청률을 뛰어넘는 파란을 일으킨 것도 이슈였지만, 주인공인 혜리로 인한 수혜자들 역시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곳이 부동산 중개앱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다. 혜리가 응팔에서 인기를 누리며 다방 앱 역시 누적 다운로드 600만,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10만을 돌파하는 등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던 것이다.
혜리의 이미지가 180도 바뀌어서 그런지 광고를 보며 다방은 어떠한 서비스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궁금증은 만남으로 이어졌다. 1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다방 사무실에서 한유순 스테이션3 대표(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혜리 씨를 작년 4월 광고 모델로 선정하게 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당시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나와서 ‘애교’로 화두가 됐던 인물입니다. 혜리씨는 완전 신인이 아니며서도 라이징 스타였죠. 저희가 지불할 수 있는 모델료와 비교했을 때 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직방이 남자 배우라면, 다방은 여자 배우를 내세워야겠단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6개월 계약을 했죠.”
다방의 주 이용자는 원룸 임대를 원하는 20~30대다. 착한 이미지이면서 이들 세대에 어필할만한 배우를 찾아야 했는데 ‘다방’이라는 키워드로 인해 많은 거절을 당했다고. 누가 ‘다방녀’가 되고 싶겠는가. 하지만 혜리는 도장을 찍었다. 제안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했다는 후문. 착하고 성실한 것은 이미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노력이 결실을 맺었던 걸까. 응팔에 출연한 뒤 혜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6개월~1년 단위 장기 계약을 할 수 없으며 3개월로만 할 수 있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응팔에 합류한다는 소문은 있었는데, 도장을 찍기 전이었습니다. 저희도 모험을 걸 수밖에 없었죠. 돌아보니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혜리 씨로서는 드라마 일정에 TV CF까지 찍으려니 굉장히 힘든 상황에 처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CF라는 게 하루에 끝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 새벽 2시가 돼서야 첫번째 촬영이 끝났고, 다음 날 오전 7시부터 두번째 촬영을 해야하던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박성민 마케팅 본부장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선물을 줘야겠단 생각이 든 것이다. 둘째날 아침이 밝자마자 직원에게 아이패드 미니를 하나 사오라고 요청한 뒤, 혜리에게 ‘오늘도 고생해달라’는 말과 함께 손에 쥐어줬다. 둘째날 촬영이 대만족일 수밖에 없었다.
“모델료를 지불했다고 돈 낸 만큼 뽑아먹고 싶진 않았어요. 어찌 보면 혜리 씨도 다방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는 잠재 고객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이패드 미니를 선물로 주자는 아이디어를 곧바로 반영했습니다. 그게 통했던 것 같습니다.”
소개가 늦었다. 다방은 모바일 앱으로 부동산 임대와 임차를 할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부동산 분야만 다루는 굉장히 버티컬(Vertical)한 영역이다. 이러한 TV 광고가 진성 사용자들을 모으기에 적절할까? 한유순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희 앱의 특성상 방을 구하지 않는 사람은 사용하지 않게 되죠. 한 번 깔아볼 수는 있겠지만요. 그래서 순간 유입자의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TV CF는 브랜드 확산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공중파 광고와 비용대비 효과로 봤을 때 혜리 씨가 응팔에 출연했던 것 자체로만 해도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뒀죠. 내부에서는 투자금액대비 세 배 정도 나은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소파에서 신문지를 크게 열어 젖히고 한가롭게 쉬고 있는 돋보기 안경의 아저씨가 떠오른다. 이러한 사업자들을 모바일 앱으로 어떻게 연결했을까. 한유순 대표는 꾸준함과 정성을 강조했다.
“생각하는 것만큼 부동산 업체 사장님들이 아날로그하진 않습니다(웃음). 그래도 쉽진 않았죠. 특히, 저희가 사업을 시작하던 2013년만 하더라도 모바일로 무언가를 결제하고, 예약한다는 게 굉장히 생소했습니다. 그래서 설득에 더욱 어려웠죠. 30대 중반 나이대의 젊은 사장님들이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긴 했지만, 수십번 전화를 한 뒤에야 ‘한 번 사용해볼게’라고 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 쓰고 나면 계속 쓰게 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방에 지불하는 광고비의 10배 이상 수익을 내는 분들이 생겨나면서 3년째 애용하시는 충성 고객도 생겼죠.”
창업 초기엔 대표, 직원 구분이 없었다. 한 대표 역시 영업사원 중 한명이었을 뿐. 그러다보니 초창기 제휴를 맺은 부동산 업체들은 아직도 한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불편한 점에 대해 말해주거나, 근황을 주고받는다. 그 역시 처음 영업을 뛰던 때의 기분으로 부동산 업체 사장들과 이야기한다.
“현재 다방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부동산 업체는 7000곳이 넘습니다. 더 이상 소수의 인력이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죠. 그래서 운영팀들에게 인수인계를 해줬습니다만, 담당 직원이 있더라도 제가 편하신가봐요(웃음). 주로 카드번호 등록, 상품 추가 결제 등의 요건으로 문의를 해주시는데요. 직접 응대를 해드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현장을 뛰어다녔던 초심을 다시 떠올리게 되죠.”
허위 매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불만 사항이었던 부분이다. 조건 대비 저렴한 가격이라고 올라오기는 하는데, 실제로는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보통 부동산에서는 다른 매물을 권하는데 원했던 집 대비 조건이 안좋은 경우가 많다. 다방은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부동산 업체 쪽에 가장 많이 듣는 컴플레인이 ‘너무 유저 위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저희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꽤나 꼼꼼하게 매물에 대해 체크를 하고 있는데요. 실제 주소, 최근 내부 사진 등을 반드시 올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나이가 있는 분들은 ‘나는 사진사가 아니다’, ‘집 주인과 직접 거래하면 우리는 손해다’ 등의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매물에 대한 신뢰를 가장 기본으로 하기에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강한 컴플레인이 나오는 건 제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웃음).”
이밖에 다방은 허위매물 방지를 위해 이용자들의 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하루에 1만개 가까이 올라오는 매물에 대해 운영팀 직원들이 일일이 확인을 하고 있는 것. 최근엔 더욱 늘어난 매물로 인해 인원 충원도 고려하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업체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주기적으로 한다.
“운영팀 직원들이 종종 가이드를 합니다. 더 많은 이용자들이 방문하려면 설명을 더 자세하게 넣는다든지, 채광 등의 정보를 넣어야 한다든지 등 말이죠. 그리고 내부 분석팀을 통한 성과 측정 결과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펜이나 종이컵, 계약 서류 등의 용품들도 공급하죠. 설이나 추석 때는 소정의 선물을 보내왔는데 만원짜리 선물을 해도 가입 업체에 다 돌리자니 5000만~6000만원이 들더군요. 편지에 하나씩 사인을 해서 보내드리는데, 2000장쯤 넘어가니 팔이 빠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다방의 존재 이유인 부동산 업체 사장님들에 대해 늘 정성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방은 설립 당시부터 모바일로 부동산 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O2O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그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 현재는 직방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모델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서비스라는 게 한유순 대표의 설명이다.
“원래 직방과 다방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달랐던 서비스였습니다. 경쟁사는 서울 관악구에서 출발해 임대인과 임차인을 직접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었다면, 저희는 부동산 업체와 임차인을 연결해줬죠. 그런데 2013년 12월 공인중개사법이 바뀌면서 부동산을 거치지 않고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이 불법이 됐습니다. 그 계기가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즘, 다방은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 완성도에 집중하고 있다. 매물을 검색하는 알고리즘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이용자가 원하는 방을 빠르게 검색해 보여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즉, 목표한 매물을 빠르게 보여줌으로써 체류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3년 전, 다방을 기획했을 때만 하더라도 스테이션3의 창업 멤버들은 부동산업에 대한 경험, 경력이 전혀 없었다. 대부분 게임사 출신 개발, 기획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방을 만든 이유는 멤버 중 한 명이 이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에서 비롯됐다. 시제품(Prototype) 형태로 얼렁뚱땅 만들어진 앱은 다방의 시작이 됐다. 술 마시던 중에 즉흥적으로 결정되자 멤버들은 당황했고, 그중 한 명은 이탈하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급작스레 만들어진 서비스였다.
한유순 대표는 “현재 다방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큰 그림의 20% 수준에 불가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광고플랫폼의 영역에 머물러있다는 것. 부동산이 자사의 매물 홍보를 할 수 있고, 이용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다방 앱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 대표의 목표는 부동산, 임대업자, 세입자를 모두 연결해주는 거대한 플랫폼을 올해 내로 만드는 것이다.
“마치 컴퓨터의 윈도우 OS처럼, 다방앱이 부동산업의 가장 기본, 기초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다방만 이용하면 임차는 물론, 이사까지 모든 것을 일원화할 수 있는 생태계 말이죠. 낚시와 권모술수로 낙인 찍힌 부동산 생태계를 좀 더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제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창업했던 해보다 재작년 새해가 좋았고,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더욱 발전해있을 다방과 함께 부동산 생태계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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