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이 지난 1월 23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막했습니다. 중국의 경제 침체, 신재생 에너지 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으나, 가장 강조된 키워드는 단연 ‘4차 산업 혁명’이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만드는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로봇,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3D프린터, 무인자동차, 나노·바이오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제품이 고난도 문제 해결사로 등장한다. 산업과 사회, 통치시스템은 물론이고 사는 방식까지 혁명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사회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다. IoT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이버와 현실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통합 시스템으로, 지능형 CPS(cyber-physical system)를 구축한다. 하드웨어는 스마트폰처럼 데이터를 축적해 해석하며 자동 갱신한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해 자동화가 일어난다. AI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어와 이미지를 처리해 복잡한 의사 결정까지 할 수 있다. – 다보스포럼, 4차 산업혁명 기대와 우려 교차(전자신문) |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가 시작한다고 합니다. 즉, 과거 3차 산업 시대를 살아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의미죠. 저임금 근로자가 해온 단순 노동은 기계가 대체하게 됩니다. 서비스 업무의 대부분도 인공지능(AI)을 통해 기계와 사람이, 기계와 기계가 소통하는 세상이 열리게 되는 셈입니다.
며칠 전 우리나라에서도 로봇이 증시 기사를 쓰는 일이 벌어졌죠. 서울대학교 이준환, 서봉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사 작성 알고리즘 로봇이 파이낸셜뉴스의 페이지를 통해 마감 시황을 보도했습니다.
단순히 수치를 이용한 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완벽한 기사체로 구현을 한 것인데요. 이에 대한 평가가 갈리기는 하지만, 로봇이 이 정도의 문장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충격 아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로봇이 쓴 기사라고 하는군요. 무난하게 읽히네요.
Posted by 황치규 on 2016년 1월 20일 수요일
굳이 AI, 로봇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산업을 구성하는 원리가 전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서비스를 이야기하면서 승용차가 없지만 운송업을 하고, 집이 없으나 숙박업을 하는 ‘온디맨드 서비스’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배달통 같은 배달앱, 직방, 다방과 같은 부동산 앱 등 O2O(Online to Offline)라고 불리는 서비스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오프라인의 산업을 연결한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무언가를 생산하지 않고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모델이 본격 등장한 셈입니다. 저는 지난 해 12월 말 이러한 변화에 대해 ‘5차 산업’이라 명명하며 ‘연결’이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2010년 이후로 떠오른 산업의 면면을 보자. 소셜미디어, 모바일(소셜)커머스, 공유경제, 온디맨드, 핀테크 등. 이 분야의 공통점은 하나다. 사람과 사람, 기업과 사람,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고, 이들에게 딱 맞는 유무형의 무언가를 추천(큐레이션)해준다는 것. 무언가를 직접 창조하는 것이 아닌, 연결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 플랫폼이 등장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다소 포괄적인 의미를 상징하는 O2O의 가치 역시 연결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이 돼서야 주목을 받았는데, 늦어도 너무 늦은 변화였다. – 5차 산업의 시대가 왔다 |
4차든, 5차든 용어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기회가 ‘연결’로 완전히 옮겨졌다는 게 중요하죠.
199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한 오픈마켓이나 포털사이트 같은 서비스들은 이용자들을 ‘컴퓨터 화면’으로 연결하는 데서 가치를 찾았습니다. 이게 본격적으로 ‘돈’이 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요.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던 기반은 수수료에 있었습니다. 제품이든 광고든 그 사이를 중개해서 돈을 벌었죠.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영역을 대체하지는 못했고, 빈틈을 보완하는 형세였습니다. 무언가를 구매하든 검색하든, 컴퓨터와 인터넷이 있는 곳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오픈마켓은 최저가 물건을 파는 곳으로, 포털사이트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를 중심으로 운영됐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서비스 범위가 분명한 경계가 있었죠.
허나, 스마트폰이 등장하고는 이 모든 콘텐츠가 ‘실시간 연결성’을 띄게 됐습니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을 판매하는 커머스가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 당장 나에게 맞춤형 정보를 주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소통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플랫폼화 됐죠. 인터넷이 등장한 뒤에 바뀌게 될 비즈니스에 대한 전망과 예측들이 이제서야 실현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창업의 방향도 ‘연결’로 바뀌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우버, 에어비앤비, 배달앱 등, 요즘 등장한 서비스들의 핵심 인프라는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할 몇몇의 지식 기반 구성원입니다. 어마어마한 자산, 자본을 통해 무언가를 생산하지 않아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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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각 개인의 역할도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거대 조직에 부품에 불과했던 개인이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가령 트위터의 열풍과 함께 ‘소셜테이너’란 명칭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를 통칭하는 키워드입니다. 또한, 아프리카TV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개인 방송을 하던 BJ들은 MCN(Multi Channel Network), 혹은 크리에이터라는 단어가 따라붙게 되며 부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온 이유는 실시간 연결성에 있습니다. 당장에 필요로 하는 가치를 평범한 개인이 ‘공유’를 통해 전달해줄 수 있는 환경이 열렸기에 가능한 변화입니다. 텔레비전, 강단에서 나오는 전문가들 대신 지금 당장 나에게 정보, 혹은 재미를 주는 사람이 영향력을 가지면서 플랫폼화가 된 셈이죠.
그간 빅데이터, AI, 머신러닝 등 수많은 차세대 기술에 대해서 이곳저곳에서 언급됐지만, 막연한 미래라는 인식이 더 컸습니다. 외신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랄까. 그러한 인식에 머물렀죠. 하지만 기술이 기술로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에 들어오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가 해왔던 일, 안정감의 조건이 모두 흔들리게 됩니다.
다보스포럼에서 강조한 4차 산업혁명은 막연한 기술 혁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기술이 바꿔나갈 경제 생태계에 대한 경고이자 선언입니다. 각 개인은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혁신 플랫폼에 속해 있거나, 플랫폼 그 자체가 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거대 조직의 부품이 된 뒤, 이제는 그 자리를 놓고 로봇과 경쟁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더욱 극렬히 나누게 될 ‘신 골드러시’ 시대가 시작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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