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쿠팡
지난 5년 사이 가장 화두인 국내 기업을 세군데 꼽아보라면 10명 중 8~9명은 이 기업들을 언급할 것입니다. 길게는 20년, 짧게는 6년을 계속해서 성장해온 기업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벤처,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세 기업이지만, 더이상 그 단어로 정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1월 19일 기준 네이버는 시총 22조850억 원, 카카오 6조8570억 원입니다. 쿠팡의 경우는 소프트뱅크로부터 5조5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습니다.
임직원 숫자도 어마어마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9월 네이버 임직원은 2219명, 카카오는 2293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쿠팡은 최근 임직원 숫자가 공시돼 있진 않지만 500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는 것은 회사의 성장입니다. 참신한 서비스가 비즈니스적인 수익에 직결되지는 않죠. 그러므로 인수합병(M&A)을 하든, 서비스를 만들든 급변하는 시장의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합니다. 조직관리 역시 중요합니다. 급격히 늘어난 인원들에게 동일한 조직문화를 이식해야 하죠.
이들은 어떻게 각종 난관을 극복하고, 지금에 이를 수 있게 됐을까요.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벤치마킹, 그리고 벤치마킹
엄밀히 말하자면 네이버와 쿠팡은 ‘패스트 팔로어’입니다. 패스트 팔로어란 이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의 장점을 벤치마킹해 적극 도입 후 발전시키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네이버부터 볼까요. 2000년대초 네이버는 만년 3~4위의 후발 포털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2002년 지식IN, 2003년 카페를 개설하며 승세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2005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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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네이버가 펼쳤던 전략은 1등 기업의 킬러콘텐츠를 ‘따라하는 것’이었습니다. PC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던 커뮤니티 ‘카페’는 다음을, 뉴스 큐레이션은 야후, 지식 서비스는 엠파스의 것(전신은 인터넷 한겨레의 ‘디비딕’)을 따라했습니다.
쿠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셜커머스는 위폰이란 서비스였고, 현재 살아남은 서비스 중에는 2010년 5월 10일 오픈한 티몬(티켓몬스터)이 가장 앞섭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하루에 한 개 상품(반값 티켓)을 특가에 판매했습니다. 원래 소셜커머스의 모습이 그랬죠. 쿠팡은 이보다 3개월 뒤인 8월에 오픈했습니다. 쿠팡 역시 티몬과 같이 하루에 한 개 티켓을 판매하는 로컬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따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네이버는 지식IN, 카페, 뉴스큐레이션, 검색을 하나로 통합하며 PC 시대 최강자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15인치 이상의 컴퓨터 화면과, 키보드, 마우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위가 ‘검색’이기 때문인데요. 뉴스 포함, 한국에 있는 모든 정보를 네이버라는 곳에 모으고, 그 안에서 질문과 답을 통해 정보를 콘텐츠를 재창출합니다.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카페로 묶어낸 것이죠.
쿠팡은 단순히 싼 물건을 판매하는 형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2011년 하반기부터 365 열린 고객센터를 운영하며 고객 문의 시 24시간 이내에 100% 처리를 목표로 소비자상담(CS) 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배송 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쿠팡맨’을 선보입니다.
모바일 구매에서부터 집앞 배송, 그리고 AS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소셜이란 개념을 넘어섰죠. 세쿼이아캐피탈, 블랙록 등으로부터 4000억 원을 투자받은 뒤, 2015년엔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을 투자받는 등 유니콘의 자리에 올라선 배경이기도 합니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건당 20원의 과금이 붙는 문자 서비스를 주로 이용했는데요. 스마트폰의 3G 통신망을 기반으로 무료로 메시징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국내에 등장한 것입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와츠앱이란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2009년 야후 출신들이 모여 만든 서비스죠. 훗날 페이스북에 인수가 됩니다.
카카오톡은 ‘무료’로 시장의 빈틈을 공략했습니다. 당시 와츠앱이 0.99달러라는 연간 사용료를 받는 유료 서비스였는데요. 카카오톡은 아직까지 유료앱 결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무료로 서비스를 오픈해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거기서 멈췄다면 회사가 망했겠죠. 2년 뒤 카카오톡에 게임이 붙습니다. 수익 모델을 확보한 건데요. 마침내 2012년 카카오는 흑자로 전환하기에 이릅니다.
앞서 있는 서비스를 따라하기만 했다면 이용자들이 굳이 그 서비스를 택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세 기업은 각 영역의 퍼스트무버를 따라하되, 이들에게 없는 빈틈을 공략해 시장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네이버는 PC 시대 1인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론칭한 뒤 일본, 동남아시아 등의 시장에 1등 메신저로 자리를 잡습니다. 최근에는 한류 기반의 영상 플랫폼도 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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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을 카카오톡과 연동시키며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최근엔 멜론을 1조 8700억원에 인수하며 모바일 메신저 위에 최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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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오프라인의 모든 제품을 쿠팡 플랫폼에 올린다는 목표 하에 100만 품목 직접 매입 후 당일 배송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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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중심의 신속한 조직개편
네이버, 카카오, 쿠팡의 두 번째 공통점은 ‘서비스’가 중심인 기업입니다.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이용자입니다. 결국 서비스가 중심이라는 것은 수많은 이용자들의 취향, 그리고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세 기업은 조직마저 서비스를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원래 팀 단위로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수석 등 수직적인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맡은 조직에 따라 팀장, 혹은 실장이란 직함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인사체계와 비슷한 형태였죠.
하지만 팀제를 없애고 세부적인 업무 중심으로 하는 셀 단위 조직으로 개편했습니다. 그리고 3단계 의사결정 체제인 본부제를 폐지하고 센터·그룹-실·랩(Lab)의 2단계로 축소해 기존 18개 센터와 8개 셀(Cell)의 상하 구조를 없앴습니다.
또한, 자립할 수 있는 셀들은 ‘사내기업(CIC)’화 시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웹툰&웹소설 셀인데요. 지난 2015년 2월 이후에는 독립기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 뒤 수평적 조직 문화와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팀 단위로 구성했으며, 규모에 따라 하위 조직으로 파트와 셀을 운영하는 것으로 개편했습니다. 총 10개의 팀으로 시작을 했으나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클러스터’라는 가상 콘트롤 타워를 세우기도 했죠.
또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부문을 맡은 6인 리더의 상설 협의체인 CXO팀도 신설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애자일 방법론을 적극 도입해,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편하는 유연한 개발조직을 꾸렸습니다. 비 개발 조직의 경우에도 수많은 태스크포스(TF) 팀이 빠른 시간 내에 생겨나고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 결국 변화하는 이용자의 취향, UX/UI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해 거대한 조직을 수차례 개편하고 있다는 것이죠. 내부 조직원들에서는 계속해서 급변하는 업무에 대해 당황스러울 정도라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거대한 조직의 서비스가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란 생각도 듭니다.
아무리 놀라운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시장에 안착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네이버가 국내 최대의 포털이 될 수 있던 배경에는 분산돼 있던 커뮤니티, 뉴스, 정보 섹션을 통합한 사이트를 빠르게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이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키워드는 ‘무료’였습니다. 쿠팡은 모든 제품이 아님에도 일부 제품을 친절하고 빠르게 배송했죠.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자들의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이를 빠르게 서비스로 개발했던 것이 지금의 세 기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이용자입니다. 온라인 판 ‘손님이 왕’을 적극 실천했기에 가능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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