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고민할 부분이 많습니다. 서비스 개발, 인력 운영, 투자유치, 홍보 등 여러 변수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최종적으로 부딪히는 요소가 있습니다.

‘법적 규제’

우리 사회는 법이라는 질서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혁신적이고 유용한 서비스라도 법을 지켜야합니다. 허나 가끔은 이런 규제가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에게 장애물이 될 때도 있습니다. 모바일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헤이딜러’는 급작스런 법 개정으로 인해 1월 5일 잠정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이미지: 헤이딜러 홈페이지
이미지: 헤이딜러 홈페이지

스타트업에 법적 규제는 무서운 요소입니다. 자금적,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응할 방법이 제한적이죠.

* 관련 글: [심군의 모아이] ‘폐업 직전’ 헤이딜러가 할 수 있는 것 3가지

갑작스러운 규제가 스타트업에 장애물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위기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2016년 1월, 스타트업 시장에서 헤이딜러 이슈와 함께 심야 버스공유 서비스인 ‘콜버스’도 불법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강남구 내에서 시범서비스중인 콜버스(출처=콜버스)
강남구 내에서 시범서비스중인 콜버스(출처=콜버스)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택시업체들이 콜버스에 대해 ‘전세버스운송사업’ 해당 여부를 제기한 것입니다. 불법 논란이 불거지자, 온라인에서는 ‘청년 창업과 공유경제 침해’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이에 여러 미디어에서도 앞다투어 콜버스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일례로 KBS에서는 콜버스 도입 찬반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하기도 했죠.

콜버스 입장에서는 회사의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었겠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의 이름을 알리기에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보도자료를 뿌리지 않아도 주요 미디어들이 다투어 현안을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규제로 없어지면 안되는 서비스’라는 주제로 말이죠. 별도의 비용없이 대중에게 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겁니다. 인지도가 낮은 스타트업이 매스컴에 등장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결과도 좋았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콜버스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불법 논란이 오히려 콜버스에 대한 필요성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죠.

온라인 P2P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인 ‘8퍼센트’ 또한 2015년 2월 법적 규제로 인해 유해사이트 판정을 받고, 홈페이지가 잠시 차단됐습니다. 서비스 출시 두 달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핀테크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였는데요. 국내 첫 온라인 P2P 개인대출 서비스인 8퍼센트가 정부와 부딪히면서 이슈화 됐죠. 이후 P2P가 핀테크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 관련 기사: “국내 첫 P2P 대출업체도 퇴짜… 법적 근거 없는 규제까지 여전”(서울경제)

이후 P2P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15년 약 20개 이상의 업체가 등장했고, 12월 20일 기준 상위 5개 업체의 대출규모는 2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그 중 약 50%는 8퍼센트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또한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서 법적 규제도 완화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장 선두주자로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죠.

* 관련 기사: 대부업 꼬리뗀 P2P대출사 `함박웃음`(디지털타임스)

모든 규제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규제는 악이고 스타트업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 규제가 생기게 된 연유에는 특정 산업의 태동기에 적절한 법적 테두리의 필요성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해당사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잘못된 규제들은 혁파해야겠지만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규제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리스크입니다. 올해 초 이슈가 된 헤이딜러와 콜버스의 사례를 봤을 때 규제라는 것은 사업의 존폐를 위협할 수준의 거대한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스타트업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동시에 주어집니다.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주인 마윈은 “좌절과 곤경은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다소 모순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규제가 스타트업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겠죠.

“여기 앉아있는 여러분이 만약 놀라운 기업을 세우기를 원한다면 이것 하나를 기억하기 바랍니다. 오늘날의 신경제 아래에서 소위 좌절과 곤경은 당신에게 최고의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것을요.”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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