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1/11) 빅딜이 터졌습니다.
카카오(대표 임지훈)는 11일, 국내 1위 종합 음악 콘텐츠 사업자인 (주)로엔엔터테인먼트(대표 신원수, 이하 로엔)의 지분 76.4%를 1조 8,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의 음악 콘텐츠가 가진 고유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글로벌 진출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이뤄졌다. – 카카오, ‘멜론(MelOn)’ 인수 …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1조 8,700억원에 인수(플래텀)
1조8700억원이라니. 물론, 순수한 카카오만의 돈은 아닙니다. 보도자료를 더 읽어보면 힌트가 있습니다. 카카오는 로엔의 기존 대주주인 스타 인베스트 홀딩스(어피너티) 등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통해 7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는데요. 일방적인 인수라기보다는 ‘돈을 섞은’ 셈이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자체적인 현금과 금융을 활용하되 외부 투자 유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자, 카카오가 아이유의 팬이었던 걸까요. (…)
뭐 그럴수도 있겠지만(?), 플랫폼 관점에서 몇가지 의미를 찾아볼까 합니다.
#콘텐츠 플랫폼 관점에서의 ‘윈윈’
카카오는 지난 2013년 네오위즈인터넷과 제휴해 카카오뮤직을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을 기반으로 카카오톡 사용자와 사용자, 그리고 SNS 플랫폼인 카카오스토리를 연결짓고자 했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리 큰 시너지는 없었다고 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휴’ 형태이기에 음원을 카카오 플랫폼에 이식시킨 수준을 넘지 못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인데요. 단순히 음악을 씌우는 것을 넘어서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해 이를 엮어야 더 큰 의미가 있겠죠.
아쉬운 건 카카오뿐만은 아닙니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역시 멜론을 일반적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만 활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2년 전 인터뷰했던 김강석 로엔엔터테인먼트 IT그룹장(사진)은 아래와 같이 말하며 멜론의 청사진을 공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멜론을 이용했던 이용자의 데이터를 하둡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에 올린 뒤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가수와 이용자를 더욱 세밀하게 연결짓고자 하는 건데요. 가령, 현재 멜론 사이트에서 가수 아이유에 ‘팬맺기’를 한 이용자는 660만명에 달합니다. 저희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팬 소비지수라는 것을 개발했는데요. 이를 기획사와 가수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팬맺기를 한 이용자는 아이유 음악에 대한 감상횟수나 댓글달기 등의 활동을 통해 팬 소비지수가 높아지게 됩니다. 기획사나 아티스트는 팬 소비지수를 활용해 맞춤형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멜론은 자체적인 빅데이터 플랫폼 ‘MLCP(Music Life Connected Platform)’을 구축한 뒤 특정 노래와 유사한 곡 등을 찾아주며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2015년 멜론쇼핑을 론칭하며 이커머스로 연결짓고자 했습니다만, 태생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지라 그 이상의 확대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는 멜론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멜론은 카카오라는 콘텐츠 플랫폼을 얻게 된 상황입니다. 윈윈인 셈이죠.
#왜 음악인가
왜 하필 음악일까요. 카카오가 뭐가 아쉬워서 1조8700억원에 가까운 거금을 들여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야 했는지는 많은 의문을 야기합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중에 많이 이용되는 것은 글, 사진, 음악, 이커머스 정도로 요약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카오는 글과 사진의 영역을 확보했습니다. 가입자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3800만 명을 육박하는 등 스마트폰을 보유한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NS로 확대시키지는 못했죠. 여전히 SNS 최강자는 페이스북, 이미지 기반 SNS는 인스타그램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5년 3분기 기준 국내 페이스북 MAU(월 1회 이상 접속자 수)는 1천600만명, DAU(일 1회 이상 접속자 수)는 1천만명에 달한다. – 페이스북코리아 5주년…국내 이용자 1천600만명(연합뉴스)
글(페이스북)도 빼앗겼고, 사진(인스타그램)도 빼앗긴 상황에서 남은 영역에서 음악이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 15년간 이용자의 음악 취향 관련 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아서 분석해온 멜론이 눈에 들어오진 않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멜론+카카오, 글로벌 진출 한 번 더?
멜론은 2014년 원더케이(1theK)를 론칭하며 글로벌 진출에 신호탄을 날렸습니다.
로엔은 원더케이의 같은 발음표기인 1theK가 K팝 콘텐츠가 한곳으로 모이는 원스팟(One Spot),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매력을 가진 원더(Wonder),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 별, 꿈으로 상징된 넘버원 K팝의 의미를 복합적이면서, 압축적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원더케이는 지속적인 뉴미디어 채널 확장으로 아이돌 중심의 콘텐츠 외 다양한 장르의 K팝을 제공해 한류가 글로벌 음악시장에 진출하도록 안정적인 발판을 제공할 방침이다. – 로엔, 글로벌 케이팝 대표 브랜드 `1theK(원더케이)` 론칭(전자신문)
로엔은 원더케이를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에 앉힌 뒤 한류의 수혜를 얻고자 했습니다. 유튜브 페이지는 100만~300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한류 스타들의 뮤직비디오, 라이브, 인터뷰 영상에 자막을 입힌 풀 버전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역시 글로벌 시장에 목마른 상황입니다. 일본에 먼저 진출했음에도, 라인에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라인은 2015년 1월 기준 6억 가입자를 돌파했습니다. 동남아시아 역시 라인 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카카오는 국내에서 막강한 1위이지만, 글로벌 시장은 다 빼앗긴 상황입니다.
메신저를 빼앗겼지만, 한류로 되찾자는 의도가 보입니다. 네이버가 모바일 생방송 앱 V와 라인TV를 출시하며 동남아 진출에 신호탄을 날렸다면, 카카오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과 한류 스타들의 콘텐츠를 갖고 있는 멜론과 함께 맞서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그간 카카오뮤직과 제휴한 벅스뮤직은 찬밥 신세가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긴 합니다만, 카카오의 멜론 인수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시너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많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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