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팽배할수록 위기는 오지 않는다.
위기는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그런 것이지 이렇게 덜덜거리면서 은근슬쩍 다가오는 놈은 아니다. 중국발(發) 경제위기? 8%, 7% 성장하다가 5%대로 하락한다고 중국 경제가 신기루처럼 날라갈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 나타내고 있는 나라다.
게다가 중국은 미래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을 이미 설정하고 생산에서 소비로, 전통제조에서 스마트제조, 온라인(Online)에 오프라인(Offline)을 모두 담아내는 O2O뉴딜정책, 인터넷플러스를 본격 가동 중이다. 실제 중국의 GDP성장에서 질적 변화가 명확히 감지되고 있다. 제조업의 기여도는 확 줄어들지만, 서비스업의 기여도는 급성장중이다. 이 서비스업의 대부분은 인터넷 관련 산업이다. 뭐 멀리 통계, 지표 찾아볼 필요도 없다. 화웨이, 샤오미, 텐센트, 알리바바. 이런 회사들의 소식만 유심히 지켜봐도 딱 감이 온다. 장난 아니구나.
물론 전통제조업의 비효율과 그득한 구태의 고름들을 새로운 경제 주체들이 완전히 대체하는 데에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피치 못할 고통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임기의 시진핑 정권은 이미 이러한 일들을 재임 시작부터 고민했고, 구체적 정책 및 실천강령들은 이미 작년 초 양회에서 발표되었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 중이다.
“여기서 잠깐! 공산당이 지배하는데 얘네들이 뭘 잘할까?”
이렇게 의심하는 분들은 여전히 20년전 세상에 살고있는 셈이다. 중국의 정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수십배 합리적이고 단단하다. 최소한 한국이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것. 한국의 정치와 언론의 수준을 바라보고 중국을 바라보면 참… 우리가 남 걱정할 때인가 싶다.
“주가 급락은 어쩌냐고?”
중국 본토에 상장된 기업들은 절대 과반수 이상이 국영기업들이다. 물론 산업은 기술기반의 기업이 아닌 전통제조업. 구시대의 썩은 고름이 몰려있는 본토상장기업들은 실적의 부진 뿐 아니라 공시자료의 낮은 신뢰도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구태의 상징들이다.
IT기술 기업들은 십수년전부터 미국투자자의 자본을 받아 미국, 홍콩에 상장해왔고, 결과 바이두, 알리바바는 나스닥, 텐센트는 홍콩에 상장된 것이다. 미국계 벤처캐피탈, 전략적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 중국 역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해외에 상장하는 방식이 중국 IT기업들의 전형적인 자금조달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 IT기업들이 지금 시진핑 시대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었다. 그래서 중국 본토 증시는 중국의 미래를 바라보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중국의 미래는 거꾸로 미국, 홍콩에 상장된 중국 IT기업들을 바라봐야 마땅한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중국 앞으로 어떨 것 같아요?”라고 물으면 아래와 같이 대답하곤 한다.
“중국 본토증시는 관심 없어서 모르겠고, 중장기적 전망은 나쁘지 않아요. 인터넷플러스, 스마트제조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켜보세요. 분명히 세계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 될 거에요. 올해 하반기면 분명 IT서비스 업종에서 반전이 이뤄질 겁니다.”
자, 그럼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간다고 보면, 그렇다고 세계 경제가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라갈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의 변화 자체가 답을 준다. 중국의 서비스업 GDP성장을 리딩할 IT산업, 구체적으로는 인터넷플러스 O2O와 스마트제조는 기술로 효율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것은 공업용 로봇의 숫자일 것이다. 공장을 가득 채웠던 중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로봇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중국은 세계 최대 공업용 로봇 수입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2위는 놀랍게도 대한민국! 중국경제는 경제체제가 민간으로, 서비스중심으로 변화되면서 중속 성장을 간신히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중속 성장으로 경제의 GDP 총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다수의 부를 고르게 성장시켜주지는 못한다. 극소수 IT 천재들에게 대부분의 부는 집중될 것이다. 이미 그렇지 않은가.
이러한 메가 트렌드는 비단 중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한 현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이 창조하는 경제도 동일한 골칫거리로 미국 연방준비은행 옐런 의장의 머리를 아프게한다. 고용 없는 저성장은 세계적인 추세인 것이다.
사실 이 추세는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에서 유래한다. 웬 생뚱맞은 이야기냐고? 논리적 비약은 있지만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 공장에는 점점 노동자의 숫자가 줄어들고, 공업용로봇의 숫자는 늘어나고, 자율운전주행차가 다가올수록 인간 운전기사의 수요는 급감할 것이고, 지식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무직 중간관리자의 일자리도 조만간 데이터분석, 인공지능 비서들을 통해서 하나 둘씩 사라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분석의 실체적 효용은 무섭다. 숫자로 성과를 그대로 말해주니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은 정보를 지식으로 지혜의 수준으로 가공하고, 기계의 지혜가 인간의 지혜로 극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격상되는 중이다.
고용 없이 성장하는 경제는 공업용 로봇과 O2O서비스의 확산으로 증명되고 있고,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절대 숫자는 기술의 혁신속도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 소비의 근원이 되는 노동자의 임금이 안정적이지 않고 노동자의 숫자가 줄어드니 경제는 저성장에서 허덕인다.
그렇다고 과거의 기술에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술의 경쟁은 글로벌한 현상이니 혼자서 과거에 살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기술이 인류를 변화시키는 것인지? 인류가 기술을 변화시키는 것인지? 누구를 위한 기술진보인지 모호해지는 지점인 것이다. 우리는 기술에 중독되어 무한히 쳇바퀴를 돌리는 숙명에 빠진 것은 아닌지.
어쨌든 세상은 미국, 중국 세계 모두가 기술의 달콤함과 신기함 속에서 고용 없는 저성장을 경험하는 중인 것이다. 저성장에 돈을 풀어 활력을 불어 넣으려다 보니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은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
미국은 로봇, 데이터, O2O분야에서 절대 갑의 위치를 장악하고 에너지패권까지 장악해서 유래 없는 독야청정 호황을 누리는 중이니까 타국가들의 눈치를 보면서 금리를 찔끔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과감하게 무작정 팍팍 올릴 수는 없다. 미국은 세계경제를 무시하고 혼자서 잘나갈 만큼 작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1위 경제패권 국가인 만큼 세계 경제의 파이 자체가 쪼그라들면 말짱 꽝이다. 게다가 셰일혁명으로 에너지패권을 잡아서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서 전세계적 소비의 증가가 미국의 경제에도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의 수요가 받쳐줘야 미국도 중장기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위기란 뭔가 기대감이 폭증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문제는 고목이 말라가는 것처럼 서서히 하강하는 추세가 문제인 것이기 때문이다. 기대감도 없고 막연한 불안감으로 전통제조업의 근본이 흔들리는 현상인 것. 동시에 성장의 주체는 빠른 속도로 손바꿈이 이뤄진다. 기존 체제를 교란하는 기술 혁신가들을 통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필요하다. 교란이 선(善)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는 이미 체제의 전복이 아주 평범한 현상으로 자리잡는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한국에서 벌어지는 전통 제조업의 불황은 국가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한 메가트렌드인 것이다. 이건 한국의 잘못이 아니라 산업혁명에서 정보혁명의 성숙기로 돌입하면서 벌어지는 구조적이며 역사적 터닝포인트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 것이다. 이 거대한 조류를 읽어야 우리의 현명하고 과감한 의사결정도 가능하다.
“깨달아야 한다. 죽어가는 과거에 집착해야 남을 것이 없는 것이라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조가 들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여 주고, 세계적 스케일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는 창조가들을 선별해서 아시아 최고, 세계 최고로 성장할 자양분을 심어주어야 한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데이터분석, 머신러닝, 드론, 무인차, 자연어인식, 스마트에너지 기술 등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기술로 무장한 청년 창업가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권리를 주어야 한다. 사고를 칠 까봐 두렵다고? 그들은 사고뭉치가 아니다. 뭔가 크게 일을 낼 위인들일수도 있다. 진짜 무언가를 커다란 영향력으로 기성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제발 그렇게 하라고 허락해주어야 한다. 판을 깔아주어야 한다. 열심히 하는데 가까스로 숨쉬고 일어서려 하는데 새싹을 무참히 짓밟지 말고 말이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무한자유를 주어야 하는 이유는 기성체제가 무엇이든 간에 절대로 안전치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아봐라 기술의 진보에서 한국 홀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자생적 교란을 억누르면 외생적으로 교란 당할 것이라고 우울한 예언을 보낸다. 한국의 핀테크, 주저 주저하면 알리페이, 텐페이가 종합금융패키지로 모바일 소비자들을 현혹할 날이 머지않았다. 드론 개발을 막고 있으면, 중국의 DJI의 초고가 럭셔리 드론에 한국 시장은 무주공산 뚫리고 말 것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개방과 자유”란 단어가 “창조와 혁신”이란 단어보다 더 시급해 보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개방과 자유는 없고, 창조와 혁신을 외치는 것은 너무나 공허하고 가식적이기 때문이다. 추상적 개념어인 창조와 혁신을 외치는 한국보다 인터넷플러스, 스마트제조라는 눈에 보이고 몸에 와 닿는 키워드를 외치는 중국 정부가 더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다.
제발 중국 걱정 말고 당장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미래 청사진, 그리고 그것을 위한 가치관에 대한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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