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 AK Rockefeller [원본 링크] https://flic.kr/p/iciL1T
[저작자] AK Rockef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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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하루에 탄생하는 스타트업의 숫자가 4000개라고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 열기가 있는 곳입니다. 중국 정부 역시 각종 보조금, 투자, 지적재산권 보호 등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며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는 성장률이 둔화해 경제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그 대안 중 하나로 창업 대국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투자와 수출에 의지하는 경제 모델에서 소비와 서비스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해 정부는 전에 없었던 보조금 지원이나 융자 등을 통해 창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인터넷, IT, 혁신산업 등이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게끔 한다는 취지다. – ‘마윈처럼 되고파’..매일 4천개씩 생기는 중국 스타트업(이데일리) 

중국에서 작년 한 해 탄생한 스타트업 숫자만 160만9700개입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시장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촌의 야경 [저작자] by Charlie fong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촌의 야경 [저작자] by Charlie fong
이에 따라 국내 스타트업의 중국 진출 역시 활발합니다. 모바일, MCN, 이커머스, 핀테크를 막론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서비스, 플랫폼이 중국 이용자들을 향해 있습니다. 중국 시장과 연결해주는 콘퍼런스, 데모데이 또한 많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이들이 빈손으로 다시 귀국길을 택하고 있을까요. 형식적으로 벌어지는 데모데이의 한계와 중국의 네트워킹을 상징하는 ‘꽌시(关系)’에 대한 몰이해가 이러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데모데이 in 중국

부스, 피칭.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제1 도시에서 진행되는 스타트업 행사들은 많다 못해 홍수처럼 쏟아질 정도입니다. 각종 기관, 미디어 주최로 매년 글로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데모데이가 진행됩니다.

국내에서도 중국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들 역시 데모데이를 준비합니다. 듣기로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이란 시간을 이에 할당한다고 합니다.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피칭이니 대표 주도로 준비가 이뤄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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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진행된 스타트업 데모데이 장면 [원본 링크] https://flic.kr/p/azX4cc
결전의 날이 왔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든 베이징이든, 중국에 갑니다. 1~3개월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영어, 혹은 중국어로 멋.지.게. 피칭합니다.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무대에서 내려옵니다. 그리고 귀국합니다. 이렇게 몇개월간 준비한 내용은 피칭 한 번으로 사라졌습니다.

응?

데모데이에 참여하는 목적은 투자, 혹은 시장 확장에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그러한 목표를 피칭 한 번에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피칭이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피칭하는 스타트업이 발표한 내용이 과연 중국에서 비즈니스적으로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안세민 라쿠텐벤처스 매니징파트너도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진단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 데모데이를 했을 때 투자 유치를 이뤄낸 업체는 본 적이 없다. 이는 대부분 스타트업 대표들이 피칭 목적도 잘 이해 못한 채 발표를 하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스타트업 동향이 있는데 이를 분석도 하지 않고 무작정 피칭만 하니 현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중국에서 원하는 서비스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서비스를 중국어/영어로 준비한 뒤 시장의 반응을 얻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습니다. 거기다가 대표 주도로 몇개월이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스타트업 운영 전반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무모한 행위입니다.

다시 한 번 꽌시(关系)를 논하다

중국을 논할 때 절대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바로 꽌시입니다. 한국어로는 관계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중국 사람은 친구(朋友)가 아닌 타인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하물며 비즈니스적인 관계는 더욱 장벽이 높습니다.

하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끝까지 갑니다. 이해타산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죠. 며칠 전 인터뷰했던 이한용 아이씨비 대표는 아래와 같이 말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6년 전 타오바오 한국관 사업을 알리바바와 함께 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의 제안을 받은 대기업들이 겉으로는 한다고 하고 뒤로는 타오바오와 직접 계약을 하려는 일이 발생하곤 했는데요. 그때면 타오바오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해줍니다. 그러고는 ‘너네 한국 기업들 만날 때 조심해야겠어. 걱정하지마 우리는 너희랑만 일할 거야’라고 조언을 해줬죠.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그룹의 1순위는 고객, 2순위는 셀러와 저희같은 파트너사, 3순위는 직원, 4순위는 주주라는 가치를 천명한 뒤 전사적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작은 기업이 알리바바의 사업을 계속할 수 있던 비결도 여기에 있었죠.” – 알리바바와 혈혈단신 사업하는 남자…이한용 아이씨비 대표

이한용 ICB 대표
이한용 ICB 대표

중국에서 꽌시를 맺는 방법은 지역마다 상이합니다. 동북3성, 북방, 남방, 경제지구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렇다’고 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중국 VC에 투자를 받은 적 있는 모 스타트업 대표는 “밤새 토하면서 술마시다보니 투자 계약서에 서명을 받았더라”는 회고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꽌시는 복잡합니다. 공과 사의 영역을 넘나들고,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통하는 요소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며, 중국에서 시장성 있는 서비스인가?”

어떤 시장을 수익화 모델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전략이 없이 다가가면 백전백패일 것입니다. 어쩌면 사업의 기본 조건을 빠트리고 중국 대륙이라는 환상만 바라봤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을 공략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꼭 내세우는 키워드 중 하나가 ‘한류’입니다. 하지만 ‘한류’가 ‘중국 시장’으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중국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비스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시장 진출할 때보다도 준비를 깊이 못하는 경우들을 자주 보곤 합니다.

큰 시장에 대한 환상이 많아서인지, 정보가 부족해서인지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는 실전입니다. 머리 속에서 오가는 이론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제는 ‘중국은, 중국인은, 중국시장은 이렇더라’는 총론에서 벗어나 진입하고자 하는 시장의 각 분야, 각론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을 생각하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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