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매니 파퀴아오의 업적은 전무후무하다. 천부적인 자질, 노력 그리고 어릴적 배고픔의 고통은 반드시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근성까지 가져다 주어 그는 세계 복싱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경량급인 플라이급에서 부터 시작해서 웰터급 챔피언이 되었다. 그가 아무리 천부적인 복서였다 하더라도 헤비급의 타이슨은 커녕 미들급 전성시대의 헤글러, 레너드, 헌즈, 듀란 등을 꺾기란 불가능하다.
체급과 중량의 차이란 내 펀치의 강력함과 더불어 비슷한 강도의 공격을 견대낼 수 있는 맷집을 의미하는 것인데 경량급에서 단계별로 올라가서는 원래 미들급과 헤비급에 강자들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시대에 접어들어 성공시대를 이끌어가는 대표기업들의 전략도 바로 이러한 체급론에 의거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령 파퀴아오처럼 플라이급에서 중량급으로 올라온 게임빌의 경우는 자신들의 기초체력과 체급에 대해 확실한 이해를 했다고 보는 편이다. 물론 작년 주가에 비해 현재 주가는 박살났지만 사실 ‘컴투스 인수(서머너스 워 대박) + 별이되어라 대박’을 동시에 겪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작년과 올해 비교는 곤란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박이 매년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타사들에게는 너무 불공평한 일이 될 것이다.
그 가운데 게임빌은 유상증자를 해서 갖추고 있는 현금도 신중하게 쥐고서 다음 행보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00억원이라는 현금은 경량급에서는 100개의 게임도 서비스 할 수 있는 큰 돈이지만 현재 중량급 시장에서는 한두번 헛손질 하면 끝장날 수도 있는 돈이기도 하다. 상대적인 가치의 차이인 것이다.
플라이급 시절 잔펀치를 수없이 맞으면서 접근하여 반대로 스피디하게 수많은 잔펀치를 퍼부어 승리를 거뒀던 경험의 게임빌은 중량급이 된 지금은 그 교훈을 잊지 않으면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몇 번 맞아도 버틸 수 있지만 지금은 큰 실패 한 두번이 자신들이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난 게임빌의 전략은 정중동 속에서 매우 영리하다고 본다.
카카오톡 게임시대를 맞아 신데렐라처럼 등장해서 IPO까지 간 회사들은 게임빌의 행보를 교훈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티스튜디오,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액션스퀘어 등이 바로 그러하다.
공통점은 멋진 데뷔전을 치루면서 단박에 메이저급에 올라 섰으나 체급에 대한 한계가 분명하다. 온라인시대를 거친 강자들은 최소 다 중량급 이상이라 수백억에서 1천억이상 까먹어도 버틸 체력이 되는데 이러한 신데렐라 들은 그럴 상황이 안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현금 보유능력이 좀 더 있는 스타트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회사들이 최초의 성공에 도취되어 자신들의 강점과 체급을 잊고 중량급들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비가 엄청난 액션RPG를 동시에 여러개 돌리고 있다면 혹은 그 외에 돈이 될 것 같은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돌리고 있다면 무언가 자신들의 전략에 문제가 있는지 한번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선데이토즈 정도만이 자신들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다고 보는 편이다. 상하이 애니팡이 초반 혹평과 악재를 딪고 30위권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넷마블의 경우는 어떠할까? 이들도 온라인 시대에도 강자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최악의 위기까지 갔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바일 시대에는 최초의 통합챔피언이 되었다.
웰터급부터 시작해서 지금 통합챔피언이 되었고 강력한 파워와 맷집, 기술과 근성까지 갖춘 완벽한 선수가 바로 넷마블이다. 그런데 그들도 문제가 있으니 바로 자만심 혹은 창의적인 무언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이다. 이 문제는 챔피언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현상이다.
자만심은 연속된 성공에서 ‘누가 모라고 해도 난 내 방식대로라는 BM과 게임 스타일’인 것이고 창의적인 무언가가 나오기 힘든 것은 상명하복이 워낙 철저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것은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창작에 있어서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업과 운영에는 장점에 가까우나 개발과 소싱에 있어서는 지금의 틀을 깨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중량급에서 시작했고 지금 통합챔피언이 되었지만 원래 헤비급인 강자들 이를테면 넥슨 같은 곳이 각성을 하면서 얼마든지 챔피언의 자리는 뒤집힐 수 있다. 넥슨도 상명하복은 뒤지지 않는 집단이지만 개발쪽은 의외로 창의성이 극대로 보장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존재한다. (아닐 수도 있다. 그냥 밖에서 보기에 다른 개발조직들에 비해 그렇다는 시각일 뿐.)
가장 흥미로운 것은 헤비급인 넥슨과 엔씨다. 한때 헤비급 챔피언이던 엔씨는 본인들이 여기에 뛰어들어 새로운 챔피언에 도전할 생각을 보이니 논외로 치고 반대로 넥슨의 경우는 본인들의 장점을 극대로 활용하면서 영리한 경기운영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여러 삽질과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그들은 누가 모라해도 헤비급 태생이라 그 실패가 전체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도리어 실패를 통한 약점을 찾아 고쳐가면서 장점을 찾아가는 자양분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난 현재 넥슨이 가장 무섭다.
2016년 관전 포인트는 현 챔피언인 넷마블과 각성해 가는 전 챔피언 넥슨의 1위 싸움이다. 적어도 1위와 2위는 당분간 두 회사가 치열하게 나눠 먹을 것이다. 이건 확정적으로 보인다. 그 외 누가 3~6위를 할 것인가도 물론 흥미로운 내용이다.
그 외 온라인시대 중량급 강자였는데 현재 올라갈지 떨어질지 기로에 서 있는 수많은 선수들… 웹젠, 위메이드, 와이디, 한빛 등의 행보도 궁금하다. 굳이 네오위즈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엔씨와 비슷해 보여서이다…..언급한 회사들은 이미 모바일 천하무도대회에 참전을 한 회사들이기 때문에 본인들의 생존과 과거의 영광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국내 챔피언은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우리 옆에는 중국이라는 세계 최고의 시장이 있다. 거기에는 이미 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치열하게 혈투를 벌이고 있다.
우리가 얻은 한국에서의 성공의 경험은 중국이라고 굳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좁은 경기장에서 아웅다웅 하지 마시고 더 큰 물에서 더욱 강력한 고수들과 격전을 벌이는 내년도의 모습을 상상하고 싶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강력한 고수가 되어 있는 시장을 호령하는 한국회사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과거 온라인게임 시대의 챔피언들은 모조리 한국회사들이었다. 지금이라고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
늘 그렇듯이 기승전 중국으로 마무리 하겠다. 모든 선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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