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비틀어보기] 알리바바가 美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웃는 이유는?

알리바바가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웃고 있습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광군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올해 광군제에서는 이미 16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벌여들였죠. 특히, 모바일 거래가 70%에 가까웠다는 점도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 알리바바가 또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선뜻 이해가 잘 안됩니다. 굳이 중국이 미국 행사에서 이윤을 낼 이유는 없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알리바바는 한국과 미국 쇼핑몰을 중심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글로벌 타오바오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안내 페이지가 대문짝만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존, 랄프로렌, 아디다스 등의 미국 브랜드와 이커머스 제품들이 50~7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 쇼핑몰도 눈에 들어옵니다. 롯데닷컴, 위메프가 대표적입니다. 이들도 파격가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하는 제휴 쇼핑몰들의 제품을 타오바오 플랫폼 위에 소싱한 형태입니다.

주 고객은 중국인들입니다. 이를 연결짓는 것이 바로 알리페이인데요. 아래 사진과 같이 미국의 백화점 브랜드인 메이시즈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세 번 터치만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해외 쇼핑몰의 제품을 구매하는데 알리바바가 웃는다는 점은 표면적으로는 이해가 안됩니다. 하지만 내부 구조를 더 살펴보면 의외로 명확한 답이 보입니다.

알리페이는 중국 시장의 50%를 장악한 간편결제 시스템입니다. 중국 고객들은 알리바바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알리페이를 이용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알리바바는 구매가 일어날 때마다 수수료를 얻는 구조입니다.

알리페이와 제휴한 미국의 대표적인 업체는 메이시즈(Macy’s),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아이허브닷컴(iHerb.com)이며, 국내의 경우는 롯데닷컴, 지마켓, 위메프 등이 있습니다.

결제만으로 끝난다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도 페이팔이라는 결제 플랫폼이 있고, 이를 적용한 이커머스 업체들도 많기 때문에 차별점이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물류입니다.

알리바바는 올해 1월 미국에 물류 플랫폼인 ‘알리페이 이패스’를 도입했고,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6월에 이 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알리페이와 차이니아오의 공식 에이전트 아이씨비(ICB)란 업체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알리페이 이패스는 결제부터 배송까지를 일원화한 물류 시스템입니다. 쇼핑몰에서 알리페이를 통해 구매를 하면, 해당 쇼핑몰은 제품을 알리페이가 제휴한 창고로 보낸 뒤 수출 신고를 마친 다음 항공으로 운송을 합니다. 그 이후에는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인 차이니아오의 지정 창고를 거치고, 통관 심사를 마친 뒤 중국 내 고객에게 배송이 됩니다.

알리페이 이패스의 최대 강점은 중국 내 통관 심사 중 가장 중요한 신원 확인을 알리페이 결제 데이터로 해결해준다는 것입니다. 기존 해외 쇼핑몰에서 중국으로 배송을 할 때 이 문제가 늘 골칫거리였습니다. 비대면거래인 상황에서 신분증 외에 딱히 신원을 식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구매하는 중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입니다. 아직 블랙프라이데이가 본격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브랜드당 일일 수만 품목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 알리페이 이패스를 도입한 한국 업체들 역시 이 기간에 글로벌 타오바오나 알리페이앱에서 자사의 제품을 올린 뒤 수혜를 얻고 있습니다.

이커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간편하게 구매하며, 적시에 배송받는 것입니다. 알리바바의 핵심 가치인 간편결제와 물류시스템은 광군제가 아니라 이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서 더욱 빛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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