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영환. IT업계에서는 그를 ‘개발자를 인터뷰하는 개발자’라고 부른다. 아마도 ‘개발자가 만난 사람‘이라는 시리즈 인터뷰를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지난 4년 간 연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자 용영환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올해로 17년차 베테랑 개발자다. 지난 1999년 벨소리닷컴을 서비스하는 아이씨소프트를 시작으로 심플렉스인터넷, 태터앤컴퍼니, 네이버, 네이버재팬을 거쳐 모바일 기반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 ‘옐로코인’을 만든 정글피플, 푸드테크 O2O(Online to Offline) 기업인 마켓컬리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다. PC부터 모바일, 그리고 O2O까지 세차례의 격변기를 모두 겪은 그는 지난 17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지난 11월 12일 서울 여의도 부근에서 용영환 마켓컬리 전 CTO를 만나 패러다임이 급변했던 시기 그가 체득한 경험이 무엇인지를 들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인 1988년 컴퓨터학원에서 GW베이직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게 첫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어린나이에 개발자(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음에도 그것(프로그래밍 언어)으로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교는 전자공학과로 입학하게 된다.
“어렸을 적 롤모델인 이모부가 전자공학 전공이셨던 게 많은 영향을 줬는데요. 정작 학교에서 소프트웨어를 한다고 하니 교수님이 별로 안좋아하시더군요. ‘전자공학과 학생이 무슨 프로그래밍?’이란 반응이었죠. 그래서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97년에 배포판으로 나온 알짜리눅스를 접하게 되면서 리눅스에 빠졌죠. 이걸로 천리안이나 하이텔 같은 PC통신 서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때마침 2002년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면서 그의 실력이 빛을 발한다. 용영환 전 CTO는 피처폰을 통해 월드컵 경기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왑(WAP)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 때 만큼 월드컵 정보 서비스를 좋게 인정 받아 그 당시 우리나라 모바일 벨소리 서비스 1위 회사인 아이씨소프트에 병역특례로 입사하게 됐다.
“지금은 HTML을 통해 손쉽게 모바일웹을 구현할 수 있고, 스마트폰 앱도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만, 그때에는 왑이라는 모바일용 마크업 언어와 이동통신사의 승인이 있어야만 앱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씨소프트에서도 모바일 시장이 성장할 거라고 판단해서 개발자를 충원하고 있었는데요. 수십명을 면접 봤으나 직접 해본 사람이 저 뿐이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운이 좋게 현역 병역특례를 하게 됐죠.”
병특 3년이 끝나고, 웹호스팅 서비스인 ‘카페24‘를 운영하는 심플렉스인터넷에 입사했다. 그의 업무는 카페24의 고객인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이 한 번에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으로 상품을 자동으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카페24 쇼핑몰 서비스는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시너지를 낼만한 또 다른 서비스가 필요했죠. 제가 한 일은 고객들이 카페24에만 상품을 등록하면 국내 오픈마켓에 자동으로 상품이 올라가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옥션 같은 경우는 웹 기반이어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지마켓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을 올리는 구조였기 때문에 개발이 어려웠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은 패킷 분석을 통해 프로그램 없이 웹에서 제품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마켓 서버의 모든 패킷을 모조리 수집, 분석해 패턴을 찾아내는 데만 1달이 걸렸는데요. 결국 성공했습니다.”
그가 만든 시스템은 당시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화제였기에, KLDP란 개발자 행사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하게 됐다. 주제는 ‘오픈소스로 모바일 프로그래밍 하기’. 지금의 안드로이드 앱과 흡사한 피처폰용 앱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발표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태터앤컴퍼니의 노정석 대표에게 이직 제의를 받게 됐다.
태터앤컴퍼니에 합류한 지 3개월 만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네이버의 전신인 NHN으로 가게 된 것이다.
“3개월쯤 일하고 있었는데 2007년 초에 NHN에서 경력공채가 나더군요. 당시 NHN은 최고의 직장 중 하나였습니다. 경쟁률은 23:1이었죠. 언론에서도 연일 보도했는데요. 그때 업계에서는 국내 좀 한다는 개발자는 다 지원했을거다라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될 거라는 생각을 안하고 원서를 썼는데, 합격했습니다. 그래서 노정석 대표를 찾아서 저의 의사를 말씀드렸고, 이직을 하게 됐죠.”
그는 네이버뉴스팀에 합류한 뒤 한 일은 뉴스서비스 개편 작업이었다. 그리고, 언론사가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에 기사를 전송할 때에는 서로간에 맞춰진 형식에 따라 기사 파일을 전송하는데, 기사 본문 안에 삽입되는 사진은 포털에 따라 배치 방법이 다르다. 개편 후 네이버뉴스에서는 글 문단과 문단을 분석해서 사진을 적절하게 자동으로 배치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지금 네이버 뉴스에서 보는 사진 기사에는 용영환 CTO가 만든 이미지 배치 알고리즘이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후 네이버 일본 지사에 합류한 뒤 대용량 이메일 발송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도 라인에서 회원가입할 때 그가 만든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2013년까지 네이버에 머물렀다.
영원할 것 같은 포털 세상에 새로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과거 PC 시대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연결한 뒤 처음으로 여는 창이 포털이었는데, 스마트폰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그 역시 자연스럽게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로 이동하게 됐다. 첫번째는 옐로코인을 만든 정글피플이었다.
“정글피플은 옐로모바일 쇼핑 카테고리 중간지주사입니다. 관련 업체들을 인수합병하는 회사로 만들고자 설립됐는데요. 오프라인에서 자주 쓰는 오케이캐시백을 모바일화 시킨 옐로코인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우선 옐로모바일 사옥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 다섯 곳 포스(POS)와 연동해 모바일 웹으로 결제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짰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개발은 약 2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이후 정글피플이 쿠차와 합병되면서 그의 역할이 사라졌다. 합병된 회사에서는 쿠차의 CTO가 총괄을 하게 된 것. 그는 올해 1월 마켓컬리로 이직했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을 주문 익일 새벽 배송하는 O2O 푸드테크 기업이다. 그는 이곳에서도 CTO를 담당하며, 물류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총괄했다.
“마켈컬리의 쇼핑몰 시스템은 카페24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구조죠. 주문을 받은 뒤 배송을 나가면 되는 형태인데요. 문제는 오프라인의 물류 시스템을 페이지에서 한눈에 볼 수 있고, 배송 기사들 역시 주문 내용을 모바일을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문 정보를 빠르고 편리하게 물류 시스템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구축했죠. 그 다음 문제는 배송 기사님들이었는데요. 과거엔 메모지에 내용을 적어서 주먹구구식으로 배송을 했던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자체 앱을 만들어서 주문이 올라가자마자 지역별로 구분돼 있는 배송팀이 확인한 뒤 배차를 시키고, 이 정보를 기사님들이 확인할 수 있게 했죠. 최종 배송 뒤에 사진을 찍으면 서버를 통해 자동적으로 고객에게 문자 전송을 해주는 일원화된 시스템을 모두 만들었습니다. 출고할 때 바코드를 찍으면 송장도 자동 출력되는 시스템까지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최종 계획은 이 모든 과정을 자동화시키는 것이었죠.”
용영환 CTO는 최근 마켓컬리를 퇴사했다. 잠시간의 휴식 기간을 갖춘 뒤, 그간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합류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PC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용자들은 단순히 사용 기기가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환경이 매우 복잡해졌다. 타깃 시장이 한국인지, 해외인지, 또한 서비스가 메신저인지 이커머스인지 등 목적과 서비스 종류에 따라 개발 환경은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이용자의 구미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맞추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최신 기술보다, 모든 환경을 이해하고 아우를 수 있는 경륜이 필요해졌다. 용영환 CTO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이 더욱 많아질 거란 생각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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