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첫 한국 기자간담회장에서 만났던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회장)는 한국 내 파트너사와 함께 알리페이를 현지화(코리안페이)하고 운영, 관리, 발전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저희가 한국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은 지난 11년간 축적해온 알리페이의 노하우와 기술입니다. 알리페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기술 기업과 협력해 ‘코리안페이’를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데이터 운영 기술을 중심으로 한, 중 양국 뿐만 아니라 세계를 연결하는 물류 센터 구축도 하고 싶습니다.” –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청년들이여, 모바일과 클라우드로 세계를 이웃 만들라”(마이크로소프트웨어)
당시 마윈 옆에는 펑 사브리나란 인물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는 알리페이 인터내셔널의 회장입니다. 알리페이 서비스를 총괄하는 역할이죠. 이는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기자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확실한 메시지를 남긴 것과 다름 없습니다. 코리안페이를 하겠다는 것.
불과 6개월 전 이야기입니다. 이후 보도를 보면 코리안페이는 국내 쇼핑몰이나 결제 대행사와 제휴하거나 이들 산업이 지분을 인수한 형태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을 뿐이고, 새로운 소식은 없었습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꼽은 알리바바의 국내 진출 시나리오는 ▲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 간 거래(B2B) 쇼핑몰 개설 후 진출 ▲ 쇼핑몰 개설 없이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 등록 후 진출 ▲ 국내 쇼핑몰, PG업체와의 제휴·지분 인수를 통한 진출 ▲ 중국 제품 직구족을 대상으로 한 신규 결제 서비스 제공 ▲ 기존 PG업체,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한 부수 업무 진출 등이다. – 마윈의 ‘코리안페이’ 시나리오…’제휴·지분인수’ 유력(연합뉴스)
시나리오는 시나리오고. 현재를 봐야겠죠. 마침 알리바바그룹은 11월 11일 광군제(독신자의 날) 파격 할인 행사로 16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머쥐었죠. 순이익이 얼마가 난지는 공개가 되지 않았지만, 규모로 보면 엄청납니다. 이 기쁜 날에 쓰라린 속을 달래야 했던 국내 기업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말고…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맺은 중국인 역직구 물류에 대한 한국 내 배송사업 계약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국내에서 배송키로 한 알리바바의 역직구 물량이 알리바바의 물류사인 차이니아오(CAINIAO)의 한국 파트너 ㈜아이씨비(icbnet.co.kr, ICB)로 넘어갔다. – CJ대한통운의 엎어진 ‘알리바바’ 역직구 배송(아시아경제)
대한통운이 알리바바와의 역직구 물류 계약이 백지화되면서, 중국인들이 티몰 한국관에서 구매한 제품들의 배송은 아이씨비가 담당하게 됐습니다. 아이씨비는 무얼 하는 회사인지 궁금해 홈페이지를 방문했습니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Alipay)’ 공식 에이전트, 물류 서비스인 ‘알리바바 차이니아오(Alibaba Cainiao)’ 공식 물류파트너로서 결제부터 배송까지 대 중국 전자상거래 사업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고객사에게 제공하는 국내 기업이더군요.
파트너사도 확보했습니다. 하나은행, 티머니, 롯데닷컴, 위메프, 아시아나 등. 이커머스, 금융, 항공사 등 각종 국내 기업을 포섭했습니다.
알리바바 플랫폼에 올라간 제품들은 아이씨비를 통해 중국으로 배송되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씨비와 제휴한 국내 쇼핑몰 및 물류 관련 기업들은 아이씨비의 솔루션을 사용해 알리바바의 이커머스 플랫폼과 연결되겠죠.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마윈 회장은 6개월 전 코리안페이를 도입 시나리오에 대해 “한국 내 파트너사(기술기업)와 함께 알리페이를 현지화(코리안페이)하고 운영, 관리, 발전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아이씨비는 알리바바의 유일한 기술 관련 한국 파트너사입니다.
아이씨비는 물류(차이니아오)와 핀테크 솔루션(알리페이)을 엮어서 중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내 기업들을 연결짓고 있습니다. 코리안페이는 지난 5월 이후 한 번도 수면 위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만, 결국은 단순히 코리안페이만을 결합시키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미 아이씨비는 온라인 결제에 배송서비스, 고객센터를 일원화한 알리페이 ePASS 프로세스를 국내에 도입했습니다.
코리안페이가 힘을 얻으려면 이용자들이 이 결제 서비스만을 이용해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만약, 역직구만 담당하던 아이씨비가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글로벌 대상 B2C 플랫폼을 이용해 국내 고객들을 연결하는 회사가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이미 대 중국 시장이라는 공통된 목적지를 보여주고, 한국 고객사들을 묶은 뒤, 여기에 알리페이까지 장착시킨 상태입니다.
알리바바가 코리안페이를 준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은 지금이 폭풍전야는 아닐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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