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빅딜이 터졌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알리바바그룹이 5조 원에 가까운 거금을 들고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최대 동영상 플랫폼 요우쿠투도우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는 요우쿠의 미국주식예탁증권(ADS)를 주당 27.6달러에 사들일 예정이다. 지난 10월 15일 마감 가격에 35.1%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총 거래금액은 43억5천만달러(약 4조9천677억원)에 이른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4월 요우쿠에 전략적 투자를 통해 지분 18.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인수로 지분을 전량 매입하게 됐다. 알리바바와 요우쿠는 내년 1분기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인수 이후에도 빅터 쿠 요우쿠투도우 최고경영자(CEO)는 계속해서 회사를 이끌게 된다. – 알리바바, ‘중국판 유튜브’ 5조원에 인수(지디넷코리아)
이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테크인아시아는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갖고 있으며, 가장 ‘오래된 스트리밍 서비스 공룡’인 요우쿠투도우를 통해 이커머스의 주요한 매체인 비디오 시장을 공략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습니다.
오히려 요우쿠투도우가 더 다급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우쿠투도우는 뚜렷한 비즈니스모델 없이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합병을 했으나,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죠. 비즈니스모델이 확실한 이커머스 모델 위에 올라타서 새로운 시장을 준비한다면 이들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딜이 아닐까요.
아무튼, 이러한 분석들은 이곳저곳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의 ‘중국 온라인 동영상 산업 연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 동영상 시장의 규모는 368억 위안(약 6조6751억 원)이며, 전년 대비 50.2%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2018년에는 902억4000만 위안(16조3686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동영상 광고 시장은 2015년 228억2000만 위안(4조1393억 원) 규모이며, 오는 2018년에는 540억3000만 위안(9조8005억 원)으로 예상됩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동영상 시장을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업체인 차이나비전 미디어그룹, 와수미디어, 상하이 인라이트 등을 인수, 투자한 이유이기도 하죠.
이에 더해 영상에서 바로 물건을 파는 이커머스(视品电商) 형태도 새로운 모델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영상 출연자의 옷이나 악세사리를 사고 싶다면 이미지 인식을 기반으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아마존 역시 아마존TV로 이러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우쿠투도우에는 각종 영상 뿐만 아니라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방송 역시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국내에서 방영되는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도 자막까지 합쳐서 올라오죠. 두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사람(3억 명 이상)이 보는 분야 역시 이러한 TV 방송입니다.
동영상이 이커머스와 합쳐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일단은 13억 인구가 동영상을 볼 때마다 쇼핑으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제로 기존 배너 광고와는 달리 영상 광고는 끝까지 봐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잔존율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쇼핑 역시 이에 연결시킬 수 있죠.
한류 상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방송을 보다가 사고 싶은 물건, 화장품을 클릭하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글로벌 B2C 플랫폼 티몰로 연결돼 우리나라 기업들이 올려놓은 한국 제품을 실시간으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열렸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한국 제품을 사다 쓸 수 있는 환경이 열린 것입니다. 제품 구매에도 중국식의 O2O(Online to Offline) 형태가 열린 셈입니다.
최근 화두인 MCN(Multi Chanel Network) 방송 역시 요우쿠투도우 기반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국내 뷰티 MCN 레페리가 요우쿠와 최근 독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앞으로 동영상이 콘텐츠의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로서는 중국 1위 동영상 플랫폼인 요우쿠투도우를 당연히 가져가고 싶었을 겁니다. 당장에 비즈니스모델을 찾지 못해 고전중인 두 플랫폼이 알리바바를 만나 이뤄낼 시너지는 단순히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미국과 중국. 유튜브가 못들어오는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전 세계의 모든 채널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여기에 이커머스가 연계되는 것. 알리바바의 수장 마윈은 이러한 포부를 갖고 데이터기술(DT) 시대를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 판매자들과 쇼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알리바바의 플랫폼에 올리고 있는 셈이죠.
“저는 아마존과 이베이가 아직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존, 이베이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에도 우리 알리바바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겠죠. 그래서, 모두들 빈틈을 찾고, 거기서 기회를 얻습니다. 우리 역시 한 가지 이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70억이 넘는 인구가 있죠. 그 중 겨우 5억 명 만이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팝니다. 65억 명은 아직 (이커머스를) 시작도 못했죠. 전세계에 정말로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시아버지는 시아버지가 옳다고 하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옳다고 한다’는 말이 있지요. 제각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저는 알리바바의 ‘서비스(모델)’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존 역시 그렇게 말하겠죠. 상관 없습니다. 20년 뒤에 봅시다. 그곳(65억명)에 누가 있는지를요. 그게 매우 중요한 겁니다. –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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