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구찌와의 ‘짝퉁’ 논란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회장)가 “배상을 할지언정 절대 화해(를 통한 협상을)하지 않겠다(宁可赔钱,决不和解)”고 강경하게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5월 구찌와 이브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패션기업 케링으로부터 짝퉁 제품을 전 세계에 팔리도록 고의로 방조했다는 이유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소당한 상태다. 오는 11일 ‘광군제'(光棍節) 할인행사를 앞두고 있는 마 회장은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판매업체와 브랜드를 포함해 모든 관련자의 권리가 보호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고 중국 차이나데일리가 9일 보도했다. – 마윈 “‘짝퉁’업체도 권리있다…구찌와 협상 않겠다”(연합뉴스)
이밖에도 ‘알리바바가 짝퉁을 방조한다’는 뉘앙스의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알리바바에 ‘짝퉁’이란 아킬레스건과 같습니다. 중국 고객간거래(B2C) 상거래 플랫폼 JD닷컴이 2위로 순식간에 치고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됐습니다.
류창동 JD닷컴 대표는 3대 경쟁력을 소개했다. △정품 판매를 통한 신뢰구축 △선진 물류시스템을 통한 빠른 배송 △최다 취급 품목 보유 등이 그것이다. 가장 먼저 JD닷컴의 정품 판매 원칙을 강조했다. 실제로 JD닷컴은 ‘짝퉁의 천국’으로 불리는 중국 시장에서 90% 이상의 정품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 류창둥 대표 “한국관 오픈”…JD닷컴과 한국기업 합작 독려(아주경제)
이번 구찌 소송과 관련해 마윈의 발언을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짝퉁 단속은 흑백으로 나눌 문제가 아니다(打假不是一件非黑即白的事情)”며 “우리는 브랜드기업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기업이 아닌) 협력 업체, 사람들도 보호해야 한다(我们也必须保护这些人,而不只是保护品牌企业)”고 말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짝퉁을 만드는 업체를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셈인데요.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마윈 회장(사진)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러한 강경 발언을 했을까요.
현재 알리바바그룹에서 가품을 구분하는 인력이 2000명입니다. 알리바바는 매년 1억 위안 이상의 금액을 투자해 타오바오의 가품을 없애려는 노력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동안에만 알리바바는 지적재산권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제품 1억개를 사이트에서 삭제했으며, 짝퉁 사건 77건에서 중국 법집행당국과 협력해 51개 범죄집단을 체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런 노력 덕분에 타오바오는 2012년 미 무역대표부(USTR)의 “가짜 상품으로 악명높은 시장”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 세계 최대 쇼핑사이트 ‘타오바오’는 짝퉁천국?(WSJ)
즉, 마윈의 이번 강경 발언에는 가품을 방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외부 거대 기업의 손을 잡고 자사와의 파트너들을 제거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큰 기업들과 협력하되 토병(기존 파트너)을 죽이지 않겠다(各大品牌应该与阿里巴巴携手合作, 而不是杀死士兵)는 것이죠.
특히, 마윈이 사치품을 비싸게 판매하는 해외 브랜드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발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03년 타오바오가 만들어졌을 때, 마윈은 아래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중국 제조업의 상황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합니다. 이윤은 2~3%에 불과합니다. 이윤률이 2~3%라면, 어떤 기업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떤 기업이 R&D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참으로 불균형합니다. 타오바오와 알리바바가 노력만 한다면 중국 제조업이 지금의 상태에서 변화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쥔 셈입니다. 우리는 거대한 구매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가전분야, 제조업을 위해 5%, 3%, 심지어는 2%의 수수료만을 받고, 10%를 업체들에게 돌려줄 것입니다. 그들이 더 많은 상품들을 만들도록 할 것입니다.”
마윈은 처음 알리바바를 세웠을 때의 가치인 ‘중소기업이 날아오를 수 있는 플랫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이번 발언에 담겨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배상을 할지언정 절대 화해(를 통한 협상을)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강조했지만 그 뒤에는 아래의 문장이 이어져 나옵니다.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광군제를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파트너로부터) 존엄과 존중을 얻을 것입니다(但我们会赢得尊严和尊重)” –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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