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용 경영투자칼럼니스트는 자칭 ‘샐러리맨’이다. 이력을 보면 증권사, 투자사, 캐피탈, 재무팀의 키워드가 나온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아무도 그를 샐러리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연자, 미래에 대한 혜안을 제시해주는 멘토라고들 한다. 그는 아침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 각종 미디어에 수많은 글을 쏟아낸다. 무언가에 굶주린 듯 말이다. 그래서 한번쯤 만나서 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놀랐던 점은 사진과 실물의 괴리감(?)이었다.
처음 건네받은 프로필 사진은 이랬지만,
실물은 이랬다…..
세상이 알아줬다. 외모 말고. 정주용 칼럼니스트는 ‘공룡벤처, 옐로모바일의 속살을 파헤쳐보자!’ ‘쿠팡의 가치와 미래는’ ‘5분만에 마스터하는 재무 3표’ 등 옐로모바일과 쿠팡, 재무제표 관련 분석을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동틀 무렵 일어나 매일 같이 출근 길에 모바일로 깊은 인사이트의 글을 폭발하듯 생산하는 정주용이라는 남자에게 모바일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모비인사이드에서는 지난 10월 30일 금요일 오후 8시 그와의 오픈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일부 각색한 인터뷰.
Q. 옐로모바일이 아직 안망했던데요?
A. 그…. 당시에 제가 지적한 부분은 균형이었어요. 당시 많은 미디어에서 밸류에이션이나 가치 등에 대해 무조건 찬양조로 썼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그런 게(완벽한 회사) 어디 있나요? 그래서 균형을 맞추려고 논조를 강하게 썼어요. 덕분에 그쪽(옐로모바일) 임원과 댓글로 논쟁하기도 하고, 주요 일간지에 이름을 올리고, 결국 회사에도 불려가기까지 했죠.
Q. 요즘은 (옐로모바일) 글을 잘 안쓰던데…
A. 그때 쓴 이야기의 주요 논점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것도 없죠. 개인적으로는 옐로모바일이 자생적 구조를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수십번 인수합병(M&A)을 한 사례가 없기도 하고요.
Q. 그렇다면 찬양 일색이었던 쿠팡은?
A. 예전엔 ‘쿠팡빠’ 소리까지 들었죠. 올해 소프트뱅크의 1조 1000억 원 투자를 받기 전까지는 좋아했습니다. 쿠팡맨 정규직 채용,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 물류망 교란 행위가 시원했죠. 그런데 투자 받고 나서 요즘 2~3개월 동안은 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대감이 더 커져서 그런가 싶습니다. 과부하가 걸린 것 같기도 하고요. 오히려 저는 요즘 티몬의 슈퍼마트에 대한 취재 욕심이 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주용 칼럼니스트는 한 때 기자였다. 오마이뉴스에서 1년 기자 생활을 한 뒤, 그만뒀다. 매일 같이 속보를 쏟아내듯 분석글을 써낼 수 있던 비결이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기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글을 뽑아내는 복사기라는 생각을 해봤을 테니까. 이 내용은 조금 이따가 다시 물어보도록 하겠다.
Q. IT, 스타트업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따지고보면 돈 안되는 분야이지 않나?
A. 원래는 중국에서 활동하며 국가 간의 인수합병을 자문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상장 업무도 했고요. 자본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식 시장에서 인정받는 핵심 키워드가 ‘기술’이더군요. 그러다보니 미국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특히 작년엔 미국 관련 업무를 많이 하면서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는 중국에 대한 마음이 있더군요. 잠재력이 있는 나라. 그런데 두 나라의 교집합 지점에 모바일이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의 알리바바가 상장했을 때, 텐센트 주가가 올랐을 때 단위가 10배 이랬습니다. 그런데, 한국, 한국 사람이 다 만들어 준 것이더군요. 가슴이 아팠습니다. 반대로 속해있는 곳은 에너지 관련 기업인데, 내가 여기에 국한되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개인적으로 그 시기(2014년 말)에 많은 방황을 했는데, 그때 많은 글들을 쓰게 됐죠.
Q. 한국이 도와준 중국. 지난 10년은 참 조용했는데, 확 뜨게 된 이유는?
A. 모바일 분야에서 중국이 만들어내는 변화?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이제 엔진 켜고 악셀 밟기 시작하는 상황입니다. 덩샤오핑 이후 37년 간 일관되게 똑같은 모델로 온 나라입니다. 정부에서 자본을 투입하고 생산하는 나라. 저희끼리는 ‘중국 주식회사’라는 말도 하죠.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다가 지금은 5~6%로 정체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중속 성장으로 10년만 가도 훌륭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알리바바그룹의 실적이 발표됐는데, 모바일 실적이 아주 좋았죠. 뉴욕 증시에 상장 시작되자마자 반토막 났는데, 이후 1년 만에 PC 이용자를 모바일로 옮겼습니다. 60% 이상이 모바일 이용자죠.
지금 텐센트가 2대 주주로 있는 JD닷컴이 고객 간 거래(B2C) 영역에서 치고 올라오지만 한계가 있을 겁니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10년 간 이용자의 금융, 간편결제의 모든 구조를 다 만들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영역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Q. 중국은 모바일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은 게임 체인저가 튀어나와서 기존 서비스를 위협했죠. 우리나라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입니다. 세 국가의 차이는 뭘까요?
A. 중국은 미국보다 큰 시장을 갖고 있죠. 상징성이 큽니다. 하지만 면면을 보면 미국의 영향이 큽니다. 샤오미를 볼까요. 구성 멤버들을 보면 뿌리까지 실리콘밸리적인 사람들입니다. 결국 혁신을 말할 때 미국을 뺄 수 없습니다. 그 혁신은 교육에서 나옵니다. 교육 시스템은 잘 안바뀌죠. 종교와 교육만큼 바꾸기 힘든 게 없을 겁니다. 그 안에는 뿌리 깊이 내면화된 시스템이 있습니다.
미국은 자본과 기술, 인재가 조합돼 있는 최적의 나라입니다. 미국 고등학교, 대학교에 와 있는 사람들을 볼까요. 인도 천재들, 한국 인재들이 옵니다. 그리고 스탠포드대 밖에는 벤처캐피탈(VC), 투자자가 줄 서 있죠. 참 멋진 생태계죠? 미국은 저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5~10년 안에 미국을 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Q. 정주용이란 사람은 어떻게 이러한 격변기에 적응해왔나?
A. 첫 직장이 오마이뉴스.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특히 인권 운동에 관심이 많았죠. 장애인 두 분이 신혼생활을 하는 모습을 집중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산업의 미래가 안보이더군요. 깊이 있게 쓰는 걸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오히려 요즘 심층 기사를 쓰고 있는 상황이죠(웃음). 현장 기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으니 깊이가 떨어지고, 독자들이 떠나게 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죠. 그래서 1년만에 그만 뒀습니다. 해운회사에서 일하다가 증권사로, 중국에서 유학갔다가 지금은 모 대기업에서 일합니다.
모바일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느낀 게 페이스북 덕분이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한 메모를 이곳에 올렸더니 댓글들이 달리는데, 홍콩, 미국 등의 전문가들이 등장했습니다. 이 분들의 댓글에 답하는 게 원래 글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들더군요. 저는 이러한 소통이 새로운 학습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몇개월 대화를 주고받다보니 언론사에서 연락이 오고,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도 받게 됐습니다. 요즘에는 모바일, O2O, 미국, 중국을 화두로 에너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Q. 마침 O2O 이야기도 나오고 하니… 모바일을 넘어 시장이 전환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보나?
A. O2O란 키워드는 중국에서 먼저 나왔는데 이제는 미국에서도 많이 씁니다. 공유경제라고 불리는 우버, 에어비엔비도 실상은 오투오란 생각을 합니다. 잠깐 떠오르는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화두일 것 같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선견지명도 한몫했죠. 2000년 당시에 O2O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한 2007년 이후 7년동안 스마트폰은 모든 사람을 연결하는 엄청난 안테나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산 모바일 안테나가 온 세상을 덮고 있죠. 이들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데이터 분석입니다. 마윈이 얘기한 데이터기술(DT) 시대의 빅 트렌드인 셈입니다.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시장일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자, 돈 냄새를 맡은 투자자들이 모이면서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그와중에 죽는 유니콘도 나오겠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현실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분명한 건 모바일이 우리 생활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죠. 자신만의 사적인 기기인 스마트폰을 터치하면 데이터가 터치의 맥락을 읽고 정보를 바라보면서 벌어지는 현상의 정의를 내립니다. 지식의 단계가 되는 셈이죠. 이것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한 게 O2O의 핵심 역량입니다. 이용자를 아니까 그들의 소비 패턴을 조정할 수 있죠. 이후에는 과감하게 수천억 원의 금액을 물류에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물류 센터는 로보트로 채워지죠.
Q. 우리나라는 어떤가?
A. 이러한 도전이 결실을 맺으려면 자유로운 풍토가 필요합니다. 심지어 중국 스타트업의 요람이라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을 보면 ‘교란이 미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한국은 교란이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봅니다. 규제, 기성언론이 붙어서 마녀 사냥을 해버리죠. (최근 있었던 모 의장의 도박설과 관련해) 사생활의 잘잘못을 떠나서 그러한 맥락이 싫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관련 기업들을 누르는 사이에 그 자리를 아마존, 알리페이 등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다 빼앗기고 나서야 바꿔야 했다고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 완전히 (중국과 미국에) 밀리지는 않았습니다. 올해와 내년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규제하지 말라고 목청껏 써온 것이죠.
Q. 기회의 포인트는 어디에 있을까?
A. 중국을 봅시다. 중국은 속도와 규모 경제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노립니다. 정부가 뒤에서 잘 받쳐주죠. 우리나라도 냅두기만 하면 글로벌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냥 냅뒀다면 앵그리브더, 클래시오브클랜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을 겁니다. 우리나라가 안된 것은 여론몰이와 규제로 팔, 다리가 꺾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밀린 스마일게이트가 중국에서 대박이 났습니다.
이제는 중국과 미국을 바라보고, 그들이 쓸만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인공지능과 자연어 인식 등의 머신러닝에 열광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련 기술 하나를 만드는 것, 킬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 분야의 세계 1위가 되는 곳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이 급변하는 시기에 대처해야 하나?
A. 하나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Born to be’ 창업자, 창업가입니다. 언젠가는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나만의 킬러콘텐츠,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모바일 생태계는 지식을 생성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스마트폰을 보면 재미있죠. 네이버 검색창에서는 연예뉴스를 보며 딴짓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구글을 하세요. 구글 검색창에 단어 세 개를 조합해 검색하는 습관을 가져보십시오. 한 분야에 집중을 해서 전문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검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에버노트와 같은 노트 서비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키우세요. 그러면 기자, 다른 전문가보다 깊이 있는 지식을 갖게 되는 모습을 스스로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회사에서 짤리고, 인수합병되더라도 스스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0~20년 계속해서 반복하면 의미있는 것을 만들 수 있겠다는 감이 생길 것이다. 지식을 추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fbcomments url=”https://s3.ap-northeast-2.amazonaws.com/mobiinsidecontent/index.php/2015/11/03/jeong-hell-chosun/”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