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판교를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업무차 방문했던 게 올해 4월이었으니, 반 년이 지나고 나서야 올 수 있었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자란 직책이 디렉터로 바뀌었고, 직장도 32년 넘은 전통 IT 미디어에서 창간한 지 한달도 안된 스타트업 미디어로 변화했다.
김정 NHN넥스트(NEXT) 교수(사진)도 비슷한 상황. 서버 분야 개발자에서 모바일 분야까지 개척하다가 지난 2013년 NHN 넥스트에 합류해 교수로 변신했다. 그러던 그가 2015년 11월부터 레진코믹스라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 역시 격변하는 시기를 온 몸으로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 10~15년 PC에서 모바일로 변화하는 격변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그리고 어떤 눈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아직도 가을이 오지 않은 것만 같은 포근한 날씨의 10월 20일. 판교 NHN넥스트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모빌리티가 가져온 변화는 어마어마합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와 이용자의 간극이 사라졌다. 과거의 서비스는 기업용이 대다수였다.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 일반 이용자가 서비스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관련 커뮤니티도 미미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서비스 개발자와 이용자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스마트폰, 그리고 앱스토어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 둘이 직접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서비스 대부분이 기업용이었죠. 그래서 PC 시대에는 이용자를 모으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서비스 개발자와 이용자가 직접 소통하면서 서비스가 발전해가고 있죠. 이유는 모빌리티 때문입니다.”
김정 교수가 강조한 모빌리티는 ‘Always On’을 의미했다. 과거에는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사람이 직접 네트워크(인터넷)으로 연결된 컴퓨터로 ‘이동’해야 했다.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 장소는 기업이 될 수밖에. 이용자 개인을 위한 서비스보다는 기업용 서비스가 대부분인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의 손에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기기가 생겼다. 스마트폰이다.
“이용자들의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이 올라가면서 서비스에 대한 입김이 강해졌습니다. 피드백도 많아졌죠.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큰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죠.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모바일 게임의 파급력이 엄청난 데에는 뒤를 지지하는 이용자들이 있습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변화죠.”
초기에 모바일로 누릴 수 있었던 서비스는 단순히 문자, 사진을 주고받는 메신저, 사진 앱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택시, 음식, 숙소 등 오프라인의 콘텐츠를 한 곳으로 모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김 교수의 말을 듣고 보니 스마트폰 도입 이후 서비스 변화의 속도가 빨랐던 이유를 깨닫게 됐다. 서비스 개발자와 이용자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끊임없는 발전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네이버가 2013년 설립한 NHN넥스트에 김 교수가 참여하게 된 이유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었다.
“네이버는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사용자를 대상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우는 교육기관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전 시대에는 개발자가 회사의 부속품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일반 사용자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융복합적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마치 애플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수직적으로 통합해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 듯, 이러한 세상을 살아갈 개발 인력을 양성하고 싶어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잡스가 애플을 잠시 떠나 만든 회사의 이름도 마침 넥스트였고요(웃음).”
김 교수는 넥스트에서 모바일 컴퓨팅 지식과, iOS 기반으로 모바일 앱 기획부터 실제 앱스토어 출시까지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가르쳐왔다. 실제로 국내 톱 10위 안에 드는 앱을 만든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넥스트에 머문 지 2년 6개월.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키우던 그가 이번달을 마지막으로 레진코믹스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의 뜨거운 열정을 알고 있었기에 더 큰 의문이 들었다. 왜 였을까. 김 교수가 설명을 이어갔다.
“맥 프로를 갖고 키노트만 만들다보니 개발이 하고 싶었습니다(웃음). 그런 게 가장 컸죠. 지난 2년 6개월을 돌아보니 참 즐거웠던 시간이었는데, 스스로에겐 정체됐다는 느낌이 있었죠. 물론 레진코믹스로 간 뒤에도 넥스트에서 계속 강의를 할 예정이기도 하고요. 교육과 현장감, 두 가지를 모두 다 살리고 싶어 내린 결론입니다.”
김 교수가 레진코믹스에서 하게 될 일 중 하나는 iOS 개발을 하면서 모바일 개발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는 넥스트에서의 경험을 살려 모바일 개발자들을 성장시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모바일 다음에는 어떤 시대가 올까. 지난 15년이 넘는 세월을 프로그래밍에 투자한 김 교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사실 IMT-2000이라고 부르던 오래 전부터 현재 수준의 모빌리티를 꿈꿨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고, 메시지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2000년도 이전에 열릴 줄 알았죠. 서버, 네트워크와 같은 인프라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준비가 다 돼 있었는데, 이를 견뎌낼 모바일 단말기가 없었죠. 돌아보니 꿈꿔왔던 것을 이룰 수 있는 단말기가 등장하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인프라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김 교수는 “앞으로 스마트폰을 넘어 워치, 가전 등 여러 제품이 모빌리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각각 작동되는 제품들이 합쳐져 사용자 경험(UX)이 연결되고, 맥락 인식(Contextual Awareness)을 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특정 지역에 있을 때 이러한 상황을 기기가 인식해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집, 회사, 약속장소 등 각각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경험이 연결되지 않을까요. 그런 시대가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맥북에서 핸즈오프로 아이폰으로 온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례도 실마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김정 NHN넥스트 교수는?
김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맥/iOS 개발자 커뮤니티 리더 중의 한 명이다. 그가 프로그래밍을 처음 만났던 시기는 1980년대.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마이컴 같은 소프트웨어 잡지로 독학을 하면서 애플과 스티브잡스에 매력을 느꼈단다. 이후 그는 1990년말 병역특례로 통신장비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면서 프로그래밍의 길에 본격 발을 들였다. 당시 전국에서 맥 개발자가 모여도 10여명에 불과했다. 그는 어렸을 적 향수때문인지 매킨토시를 이용해 모든 개발을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매킨토시 파워북으로 회사 프로젝트 관련 개발을 해왔다고. 이후 iOS 분야도 개발하게 되면서 관련 강의를 하거나, 서적을 집필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인해 현재는 맥 개발 관련 커뮤니티가 구성될 정도로 발전했다. 김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맥, iOS 개발 커뮤니티인 OSXDev의 운영진을 담당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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